[비즈한국] 매년 매출이 2~3배씩 뛰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임에도 ‘대표님’의 복장은 한결같이 수수하다. 베를린의 ‘공식 복장’이라 할 수 있는 무채색 상하의, 스케쳐스 운동화, 약간 광택 나는 군청색 패딩조끼차림으로 인터뷰에 나선 이민철 모모고 대표(44)를 만났다.
2022년 2월 비즈한국과 인터뷰할 당시 그는 밀키트 스타트업 ‘이지쿡아시아’ 대표였다(관련 기사 [유럽스타트업열전] 밀키트 스타트업 대표가 점심도 굶고 일하는 까닭). 이민철 대표는 지난해 9월 브랜드명을 ‘모모고(momogo)’로 바꾸고 베를린 북부 판코(Pankow)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까지 마련한 뒤 본격적으로 K푸드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직원 대여섯 명이 전부였던 이 스타트업은 브랜드명 교체 후 매장 관리 인력까지 필요해지면서 30명 이상으로 늘었다. 사무실과 물류창고뿐이던 공간 역시 매장과 사무실만 100평이 넘는 규모로 커졌다.
평일 오전 11시쯤 찾아간 모모고 매장에는 십수 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오전 6~8시에 문을 여는 여느 독일 마트와 달리 모모고 매장은 오후 2시가 돼야 오픈한다. 간간이 손님들이 쭈뼛쭈뼛 들어와 물건 몇 개를 집어들지만 계산대의 벨을 눌러야만 살 수 있다.
Q. 오후 2시에 매장 영업을 시작하면 너무 늦은 거 아닌가.
A. 오전에는 매장을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아 직원 대부분이 배송업무에 집중한다. 하루에 이 매장에서 배송하는 제품이 요즘엔 500상자 가까이 된다. DHL 트럭이 한 번에 다 실어가지 못해서 두 번 세 번 와야 한다. 그래도 문을 열어두고 손님들이 들어와서 쇼핑할 수 있게 준비는 하고 있다.
Q. 브랜드명을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A. 밀키트 사업 하다 보니 점점 그로서리(grocery) 쪽으로 확장됐다. 그런데 이지쿡(easy cook)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밀키트 이미지였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모모고’, “뭐 먹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아내(이유리 모모고 공동창업자)의 아이디어였는데, 현지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Q. 온라인 배송이 하루 500상자면 온라인 매출 비중이 더 클 것 같다.
A. 사실 오프라인 매장 매출 비중은 5~10%밖에 안 된다. 온라인이 90% 정도. 그 중에서 우리 자사몰(momogo.de)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외에는 SNS와 아마존 등을 통해서도 주문이 많다. B2B 매출도 생기고 있다. 최근엔 레베(REWE, 독일 대형 슈퍼마켓 체인)같은 주요 유통매장에도 김이나 편의점 커피 같은 파우치 음료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아직은 개인 점주들이 운영하는 레베 매장 세 곳에만 들어가는데 본사와도 거래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Q. SNS는 어떤 채널로 주문이 들어오나.
A. 다양한 SNS를 활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틱톡(TikTok)이 크다. 우리 계정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하고, 크리에이터들을 통해서도 한다. 다른 SNS는 자사몰 등 외부 링크로 유인해야 하는 반면, 틱톡은 자체 숍이 있어서 플랫폼 이탈 없이 버튼 하나로 쉽게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 어떤 제품들이 주로 바이럴 대상이 되나.
A. 한국 드라마나 K팝 스타들을 통해서 꾸준히 인기를 끄는 파우치 음료를 시작으로, 요즘엔 곤약젤리와 도시락김(조미김) 종류가 엄청 많이 나간다. 최근 독일에 다이어트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독일 사람들이 원래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았는데, 꽤나 큰 변화다. 우리 고객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여성들인데, 이들이 칼로리가 낮은 제품을 많이 찾는다. 한국 제품에 이런 게 많다. 제품 포장을 현지화하면서 곤약젤리 칼로리를 포장지에 써놨다. 독일 사람들은 김도 우리처럼 밥에 싸먹는 게 아니라 주로 스낵으로 먹는데, 감자칩과 비교하면 칼로리가 엄청 낮다. 이 외에도 두부면 같은 저칼로리 제품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숍 랭킹에서 김은 한때 21위까지 올라갔고, 곤약젤리는 70위쯤 된다. 수많은 틱톡숍 제품 중 이 정도 순위면 엄청난 거다. 덕분에 우리가 지금 틱톡숍 독일 F&B 업체에서 상위 여섯 번째 셀러다.
Q. 매출이 엄청 늘었겠다.
A. 2020년 창업한 뒤 초반 3년간은 3~4배 증가했다. 2023년부터는 매년 2배씩은 성장하는 것 같다. 202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150% 정도다.
Q. 올해도 2배 성장이 가능한가.
“이번 달부터 K뷰티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K푸드 고객이 20~30대 젊은 여성들인데, 이들이 K드라마, K팝을 좋아하고, 자연스럽게 K뷰티에도 관심을 가진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 중소 K뷰티 브랜드들이 유럽에 진출하는 걸 어려워한다. 규제도 많고 마케팅, 물류 이런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유럽 채널에 자사 제품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해보니 우리가 가진 역량이 거기에 그대로 적용됐다. 마케팅 방식도 비슷하고, 풀필먼트도 같은 방식으로 할 수 있고, 규제 대응도 이미 경험이 있다. 제품군의 교집합도 있다. 곤약젤리 외에도 콜라겐 들어간 이너뷰티 제품들 같은 경우 K푸드와 K뷰티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다. 기존 고객들한테 자연스럽게 추천할 수 있다. 이미 K뷰티 브랜드 2개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GTM(Go-To-Market)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올해는 작년 대비 3배 정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Q. GTM 서비스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A. 우선은 한국 브랜드들이 유럽에 나가려면 보통 현지 도매상을 거친다. 그러면 도매상 마진, 소매점 마진이 다 들어가서 원가 비율이 50% 정도가 된다. 근데 모모고는 중간단계를 없애고 한국 제조사와 직접 계약하고 수입해서 파니까 이 비율이 30% 정도로 내려간다. 그리고 우리가 현지 시장을 이해하고 있으니까 현지 타깃 고객 대상으로 SNS를 포함한 마케팅을 해준다. 우리 자사몰, 틱톡숍, 아마존 같은 온라인 채널도 제공하고, 필요하면 오프라인 소매점도 연결해준다. 동시에 시장 반응을 보면서 제조사한테 피드백을 주고, 포장이나 제품을 현지에 맞게 개선하도록 지원한다. CPNP(화장품 성분 신고), 포장규제, 유통인증 같은 EU 컴플라이언스 대응도 한다. 한국 업체가 직접 하려면 6개월 걸릴 일을 우리는 2~3개월 안에 할 수 있다.
Q. 식품 브랜드로 모모고라고 지었는데, 화장품과는 어떻게 연결되나.
A. 지인이 ‘네 피부 모모고(뭐먹어)?’라고 연결하면 된다고 아이디어를 줬다(웃음).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Q. K뷰티 제품까지 판매하려면 공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A. 창고를 추가로 얻으려고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이번에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려고 피치덱(pitch deck)도 만들면서 준비하고 있다. 투자를 잘 받으면 자금의 약 40%는 1000㎡ 이상의 물류창고를 확보하는 데 쓸 예정이다. 30% 정도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서 2027년 상반기까지 일일 2000건 이상 물류를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 체계를 갖추는 게 목표다. 나머지는 신규 고객 유치 마케팅에 쓸 예정이다.
Q. 어디까지 가볼 생각인가. 목표는.
A. 카테고리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K푸드, K뷰티에 이어서 K팝 굿즈, K패션, K여행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타깃층이 다 같다고 생각한다. 지역도 독일에서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전역으로 나갈 계획이다. 유럽 K소비재 시장의 ‘게이트웨이’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 매출은 2030년까지 1억 유로(1760억 원)를 보고 있다.
Q.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도 고려하나.
A. 물론이다. 이 업을 계속 하는 것도 좋겠으나 엑시트를 해보고 싶다. 이후에 자금이 마련되면 독일 사회에서 한인 창업자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우리가 이 길을 개척했으니까, 다음 사람들은 조금 더 쉽게 갈 수 있게 해주고 싶다.
Q. 독일, 유럽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조언한다면.
A. 마인드셋, 마음가짐이다. 예전에 독일의 스타트업신을 배우겠다고 한국에서 많은 분이 오셨다. 저는 그분들에게 항상 ‘배울 거 진짜 하나도 없다. 독일이 배워야 한다. 한국이 훨씬 잘한다’고 말씀드렸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비교하고, 눈치 보고, 그런 게 많은 것 같다. 물론 배우려는 자세는 좋지만 자기가 얼마만큼 잘하는지 알고 좀 더 공격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자신감 갖고 적극적으로 진출하면 우리가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독일, 유럽 시장은 처음에 변화하기 어렵지만 한번 변화하면 쭉 간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끄는 건 젊은 세대들인데, 이들은 한국 문화에 엄청 관심이 많다. 문화 측면에서 일본이 점하던 위치가 한국으로 점점 넘어오고 있다. 그래서 시장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필자 이정우는 17년간 언론사 기자로 자동차, 2차전지, 중공업 등 주요 산업을 비롯해 국방, 외교, 환경, 교육, 보건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담당했다. 특히 모빌리티 및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성 중심의 산업 구조 변화를 현장에서 취재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123팩토리'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정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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