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직선제 도입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농협중앙회장은 농협 조합장 약 1100명의 투표로 선출된다. 이번에 직선제가 도입되면 농협 전체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농협 전체 조합원은 187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원 직선제를 열린 마음과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 수용하겠다”며 “보다 민주적이고 책임 있는 선거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강호동 회장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치권과 농민단체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이와 함께 농협중앙회장 완전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합장 투표로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면 선거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각종 비리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강호동 회장도 농협재단 간부를 통해 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인사들에게 4억 9000만 원 규모의 선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은 5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조합원 직선제와 감사위원회 독립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은 8개 농민단체가 연대한 조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5월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농민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는 진짜 농협으로 거듭날 수 있게 조합원 직선제 같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달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엄밀히 말하면 사기업이지만 각종 정책과 보조금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강호동 회장으로서는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직선제를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직선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4월 원내대책회의에서 “농협은 정부 기관이 아니라 농업인이 주인인 협동조합”이라며 “중앙회장 직선제, 정부 감독권 확대, 감사기구 분리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현장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속도전식 일방 입법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직선제를 도입하면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최대 400억 원이 지출될 것으로 본다. 농협중앙회는 5월 21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직선제 도입에 따른 지역 갈등과 농협의 정치화, 금권선거 부작용 등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며 “특히 과도한 선거비용 부담은 조합원 지원 재원의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선거공영제 도입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선거공영제는 선거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 주체가 부담하는 제도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가 도입되면 투표 대상이 전체 조합원으로 확대돼 선거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농협 안팎에서는 비용 부담과 금권선거 우려를 줄이기 위한 보완책으로 선거공영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기업 회장 선거에 정부 비용이 투입되면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만큼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농협법 개정은 가능하다. 정부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비용을 투입하지 않아도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 그러나 정부나 더불어민주당이 무작정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정치권에서 농협중앙회 본사를 호남 지역으로 이전하려고 추진하는데, 현재 농협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협중앙회 임원진까지 가세하면 본사 이전은 더욱 어려워진다.
농협법을 개정해 농협중앙회 본사 이전을 강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농협 임직원이 반대하는 가운데 노골적으로 특정 지역을 법안에 명시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농협중앙회 임원진의 협조가 필요한 셈이다. HMM이 최근 별 잡음 없이 부산광역시로 본사를 이전할 수 있었던 것도 최원혁 HMM 대표가 노동조합 설득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인지 정부도 선거공영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5월 7일 간담회에서 “회장의 피선거권 강화 및 선거공영제 도입, 회장·조합장 동시선거 및 농협감사위원회(농감위) 독립 시 조직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 방안 등 정부 차원의 대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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