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배달앱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는 무료 배송은 뜨거운 감자였다. 고객들의 배달앱 결제를 유도하려면 배달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문제는 인건비 등 비용이 결국 소상공인들에게 전가되는 구조였기 때문. 무료 배달 비용 전가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을지로위원회)과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플랫폼사와 입점업체 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협의체를 꾸리고 사회적 대화를 해왔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쿠팡이츠는 기존 와우 회원에게만 제공하던 ‘무료 배달’ 혜택을 오는 8월까지 3개월 동안 일반 회원에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치권의 비판과 정부(공정거래위원회) 차원의 전방위 압박이 예상됨에도 쿠팡이츠가 무리한 전면전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는 ‘배민 매각설’이 제기되면서 쿠팡이츠가 시장을 확실하게 선점해두려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배달앱 사회적 대화 지지부진 와중 ‘공세’ 시작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는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이 배달 수수료 부담 완화와 라이더 처우 개선 등을 목표로 출범시킨 협의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상생안 합의에는 실패했는데, 플랫폼 측이 제시한 부담 완화책을 두고 입점업체 단체들이 “낮은 배송료는 결국 소상공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며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던 것.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던 상황이다.
이 와중에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을 다시 시작한다. 고유가·고물가 시기 소비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오는 8월까지 일반 회원에게도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 지난 2024년 3월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인 쿠팡이츠가 이번에는 ‘비유료회원’에게도 무료 배달을 내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곧바로 비판 입장을 냈다. 을지로위는 “쿠팡이츠의 이른바 무료 배달은 입점 업체에 비용을 전가하는 ‘독약 처방’이자 플랫폼의 회원 확보용 판촉 행사일 뿐”이라며 “무료배달은 소비자를 기만하고 입점 점주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쿠팡이츠가 배달앱사회적대화기구 제1차 회의에서 ‘중위 구간 배달 중개 수수료 한시적 1.5% 인하안’을 공식 제출한 뒤 말을 바꿨다는 점도 지적했다.
#배민 어수선한 틈타 록인효과 노렸나
이에 경쟁사인 배달의민족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공’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서는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을 약 8조 원 규모에 매각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구체적으로 네이버와 우버 등이 인수처로 거론된다.
배민이 매각 작업을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몸값을 높이기 위해 방어적인 경영(수수료 인상 등 수익성 위주 정책)을 펼칠 때 일반 회원까지 무료 배달로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정부 제재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쿠팡이츠의 ‘최혜대우 요구’ 사건, 와우멤버십에 쿠팡이츠·쿠팡플레이를 묶어 판매한 ‘끼워팔기’ 사건 등을 조사하고 있다. 최혜대우 요구 사건의 경우 쿠팡이츠가 최근 동의의결을 신청한 상황. 동의의결은 조사 대상 기업이 자진 시정안을 제출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 확정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아도 쿠팡이츠 무료배달을 지원하게 되면, 와우멤버십 중심의 결합 판매 구조는 사라지는 셈이다.
배달앱 업계에서는 올여름 배달앱 시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벌어진 치열한 치킨게임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일반 회원까지 무료 배달을 하면 배민 역시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위해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도 계속 예의주시하던 영역이라 8월까지 쿠팡의 무차별 무료 공세가 이어질 경우 시장 질서가 바뀌게 될지, 아니면 서로 손해를 감수하고 치킨 게임을 다시 시작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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