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동생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과 함께 지분을 보유한 한국프리시전웍스 이사회 의사록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법원이 조 전 고문 측의 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 허가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다. 열람 대상에 조 회장 등 임원 보수와 회사 투자 결정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의사록이 포함되면서, 형제 간 지분이 얽힌 비상장 계열사의 의사결정 과정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김매경)는 지난 19일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한국프리시전웍스(옛 MKT)를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한국프리시전웍스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임원 연봉 결정, 투자 결정 및 진행 과정과 관련해 작성한 이사회 의사록을 조 전 고문 측에게 공개하라는 취지다. 앞서 조 전 고문은 지난 2월 한국프리시전웍스가 2018년부터 작성한 모든 이사회 의사록과 부속 서류를 열람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허가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한국프리시전웍스는 조현식 전 고문의 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이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출했으나, 해당 자료만으로는 신청인이 법원 인용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허가를 구하는 것이 정당한 목적을 결한 주주의 열람·등사권의 부당한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조 전 고문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조현식 전 고문이 한국프리시전웍스 서류를 들여다보려는 이유는 임원 급여와 투자 적절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앞서 조 전 고문은 지난해 12월 한국프리시전웍스에 임원 보수와 투자 관련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조 회장 임원 취임 이후 급여가 크게 증가했고, 최근 계열사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조 회장은 2018년 3월 한국프리시전웍스 기타비상무이사에 취임해 현재까지 직을 이어오고 있다.
조현식 전 고문은 지난해 12월 한국프리시전웍스에 보낸 공문에서 “2018년 조현범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한 후 단기급여액이 크게 증가했고, 2022~2024년에는 단기급여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임원에 지급한 급여의 적절성에 대하여 검증이 필요하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2024년까지 1340억 원 정도의 이익잉여금을 보유 중인데 최근 계열사 등에 대한 투자금액이 증가하게 된 경위 및 투자회사에 대한 분석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같은 달 회신 공문을 통해 조 전 고문의 서류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임원 급여와 투자 결정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문제없이 진행됐다는 취지였다. 회사는 이 공문에서 “급여 지급액 적절성 검증이 필요한 이유로 단기급여액이 크게 증가했다고 하는데, 이런 막연하고 모호한 사유만으로 회계장부, 특히 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 청구가 허용되는지 강한 의문이 있다”며 “2018~2024년 모든 투자를 포괄적으로 요청했는데 이는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조현식 전 고문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주주의 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권은 회계장부 열람권보다 요건이 완화돼 있고, 주주가 회사에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청구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소명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설령 이유가 필요하더라도 조 전 고문 측이 앞선 공문에서 “임원에 지급한 급여의 적절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든 것이 열람 청구의 경위와 목적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법원은 조현범 회장의 구속기간 중 보수 지급 문제를 확인할 필요성도 인정했다. 조 전 고문은 이번 신청에서 조 회장이 구속기간 중 보수를 수령해 적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이사가 구속된 사정만으로 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볼 근거가 없고, 조 회장은 구속기간 중에도 이사로서 역할을 수행했다”는 취지로 맞섰다. 이에 법원은 “한국프리시전웍스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주주로서 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를 청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날 같은 법원 재판부는 조 전 고문 측이 한국프리시전웍스를 상대로 낸 회계장부 등 열람허용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다. 법원은 조 전 고문 측이 20% 주주로서 상법상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권을 보유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임원 급여 적정성 검증”이나 “투자 적정성 검증”이라는 사유만으로는 회사의 어떤 업무집행행위가 위법 또는 부당한지 구체적으로 특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금형 제작업체다. 1973년 8월 설립된 이후 타이어 생산에 필요한 타이어몰드와 정밀 기계 부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자산 규모는 1977억 원 수준이며, 2025년 매출 761억 원, 영업이익 147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프리시전웍스 지분은 한국앤컴퍼니그룹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50.1%)와 조현범 회장(29.9%), 조현식 전 고문(20%)이 나눠갖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는 조현범 회장이다. 창업주 조양래 명예회장은 2020년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량을 차남 조현범 회장에게 매각했다. 조 회장은 형 조현식 전 고문(지분 18.93%), 누나 조희원 씨(10.61%),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을 제치고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42.03%)가 됐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타이어 제조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26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31위 기업집단(공정자산 약 21조 원)이다.
한편 조현범 회장은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5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앞서 2023년 5월 수사 과정에서도 구속됐다가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최근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법인카드·회사 차량 사적 사용 등 일부 횡령·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확정했다. 조 회장은 2019년에도 한국타이어 대표 재직 당시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
'성과급 100배 차이' 노노 갈등…삼성전자 DX노조, 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
·
[세포치료제 상업화 전쟁] ④ 작은 '플라스틱 백'이 혁신 발목 잡는다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수용…선거비용·본사 이전 변수로
·
한국앤컴퍼니 조현범 등기이사 사임…'오너 리스크' 불똥 이사회로
·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딸 상대 333억 부당이득 항소심도 승소
·
[단독] '올해만 네 번째' 한국타이어, 조현식 전 고문 주식 또 가압류





















![[현장] 사진 훔쳐쓴 K팝 아이돌 비공식 굿즈, 명동서 버젓이 판매](/images/common/side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