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AI의 첫 번째 단계는 기술적 돌파구, 두 번째 단계는 접근성 확대였다. 이제는 지능이 경제와 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통합되는 세 번째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2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AI 산업의 변곡점을 이 같이 규정했다. 생성형 AI가 더 이상 개인용 생산성 도구나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머물지 않고 국가 인프라와 공공 시스템, 산업 방어 체계로 스며드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픈AI가 발표한 ‘한국 사이버 액션 플랜’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정부는 GTAC, 기업은 TAC…‘검증된 방어자’에만 문 연다
오픈AI는 이날 한국 정부·공공기관·국내 주요 기업이 자사의 첨단 AI 기반 사이버 방어 역량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AI 기반 사이버 방어 역량 강화 프로그램인 ‘데이브레이크(Daybreak)’와 신뢰기반 접근 프로그램(TAC, Trusted Access for Cyber) 확대다. 정부·기관을 위한 GTAC(정부·기관용 신뢰기반 접근 프로그램)와 국가 핵심 산업 기업을 위한 TAC(사이버 분야 신뢰기반 접근 프로그램)를 통해 검증된 방어 주체들에게 최신 사이버 특화 모델 접근권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GTAC는 과기정통부·KISA 등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TAC는 에너지·금융·통신 등 국가 핵심 산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을 위한 별도 트랙으로 운영된다.
권 CSO는 “최신 사이버 AI 역량은 소수에게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의 주요 방어 주체들이 이를 활용해 공동의 안보와 공공 안전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 사이버 액션 플랜을 통해 정부, 공공기관,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한국의 사이버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픈AI가 특히 강조하는 건 ‘방어자 우선 접근’ 전략이다. AI 기반 사이버 기술이 공격 도구로 악용되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기업이 먼저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권 CSO는 “가장 핵심적인 유즈케이스(사용자 시나리오)는 시스템 내부의 취약점을 탐지하고 자동으로 패치하는 역량”이라며 “이 역량이 악용되면 강력한 공격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된 신뢰할 수 있는 방어 주체에게만 문을 열어주는 차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CSO는 “AI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행위자들이 악의적 행위자보다 먼저 이런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방어자들이 해커보다 먼저 취약점을 발견하고 패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사이버 보안은 공격 이후 시작돼서는 안 된다.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내재화돼야 한다”며 “AI는 보안팀과 개발자들이 위험을 더 빨리 이해하고 수정 방안을 검증하도록 돕는다”고 했다.
이번 협력을 위해 앞서 지난 18일 사샤 베이커 오픈AI 국가보안정책 총괄이 방한해 과기정통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KISA 등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최신 사이버 특화 모델을 시연한 바 있다. 이어 26일에는 권 CSO가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 등과 별도 간담회를 열어 협력 의제를 논의했다.
이번 GTAC 참여로 한국은 미국·캐나다에 이어 일본과 함께 오픈AI의 정부용 보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국가군에 포함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동시에 첫 사례다. 실무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맡는다.
오픈AI는 민간 기업용 TAC 확대와 관련해서는 “여러 한국 기업들과 대화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기업명은 밝히지 않았다.
경쟁사 앤트로픽이 미국 중심의 폐쇄형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오픈AI는 국제 협력 확대를 택한 모습이다. 권 CSO는 “우리는 연산 역량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에 더 광범위한 방어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빨리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데이터 보안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 내 데이터 레지던시(해외 서버가 아닌 국내 영토에 저장·운영하는 체계)를 이미 지원하고 있어 데이터가 국내에서 처리되며, 일부 고객에게는 데이터를 서버에 아예 저장하지 않는 방식도 제공하고 있어 보안 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스타게이트 논의에 대해서는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며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풀스택 경제 갖춰”…AI 인프라 협력 전방위 확대
이날 간담회에서 권 CSO는 한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 전환은 단순히 개인 생산성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공공 인프라, 혁신 기업의 금융 접근성, 국가 회복력처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한국은 AI 전환의 다음 단계를 이끌 수 있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우 다른 국가 대비 인재와 산업 기반, 공공 부문의 의지 등이 확보됐다는 시각이다. ‘디지털 퍼스트’ 사회인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실생활에 통합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반도체 기업, 강력한 인프라, 숙련된 개발자 커뮤니티, 스타트업 생태계를 모두 갖춘 ‘풀스택 경제’”라고 했다.
오픈AI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챗GPT 코덱스(Codex)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연초 대비 10배 증가했다. 또 한국은 코덱스 활용도 기준 글로벌 상위 5개 국가 중 하나다. 오픈AI는 한국의 코덱스 요청 절반 이상이 코딩이 아닌 문서 작성·분석·리서치·운영 등 비개발 업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유의미하게 보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협력 논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공공 분야 협력 범위도 넓히고 있다. 전날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기후변화·물 재난 대응 협약을 체결했고, 기술보증기금과는 AI 기반 기술평가 시스템 구축 업무협약을 맺었다.
권 CSO는 “한국 사용자들에게 AI는 단순히 흥미로운 실험 기술이 아니라 실제 일을 해내기 위해 의존하는 실용적 도구가 되고 있다”며 “강력한 AI 방어 도구를 신뢰할 수 있는 한국의 방어자들의 손에 쥐여주고 안전한 디지털 시스템에 의존하는 한국의 기관, 인프라, 기업,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을 더 완벽하게 보호하는 것이 이 계획의 목적”이라고 역설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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