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흡연의 위해성을 알리고 금연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된 날인 만큼, 담배를 끊기 위한 방법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다. 최근에는 금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전자담배를 대체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궐련 담배보다 냄새가 덜하고 상대적으로 덜 해롭다는 인식 때문이다. 과연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전자담배 팩트체크와 니코틴 대체제의 올바른 이해’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은 전자담배를 둘러싼 오해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자담배의 위해성과 일반 담배와의 이중 사용 등을 두고 전문가들의 진단이 이어졌다.
#일반담배 흡연율 12% 감소할 때 전자담배 사용 82% 증가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2022년 303억 달러, 2023년 337억 달러, 2024년 370억 달러, 2025년 431억 달러(약 65조 원)로 매년 증가세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일반 담배 흡연율은 2019년 대비 약 12% 감소한 반면 전자담배 사용률은 약 82% 증가했다.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인식이 전자담배 확산의 배경으로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전자담배 역시 건강 위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반 담배보다 일부 유해물질 배출이 적다고 해서 건강 위험이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심혈관질환은 유해물질 노출량과 질병 위험이 직선적으로 비례하지 않아 일반 담배 일부를 전자담배로 대체하거나 흡연량을 줄였다고 해도 위험이 기대만큼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성분이 가열되는 과정도 쟁점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성분인 프로필렌글리콜(PG)과 글리세롤(VG)은 식품 등에 쓰일 때 일반적으로 안전성이 인정되는 GRAS 등급 물질로 분류된다. 하지만 가열 과정에서 알데하이드류 등 유해물질이 생성될 수 있고, 이를 폐로 직접 흡입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투여 경로가 다른 만큼 식품용 성분이라는 이유만으로 흡입 안전성까지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홍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미국 FDA도 올해 4월 체리, 아몬드, 시나몬, 바닐라, 버터향 등에 쓰이는 일부 향료 성분을 건강 위해 또는 잠재적 건강 위해 물질로 지정했다”며 “안전한 물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위해성을 판단하기에는 연구 축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전자담배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기간이 일반 담배에 비해 짧은 만큼, 장기간의 역학 연구를 통해 위해성을 평가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냄새 적다고 안전한 것은 아냐”
전자담배를 둘러싼 또 다른 오해는 간접 노출 문제다. 일반 담배처럼 연기와 냄새가 강하게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내나 타인이 있는 공간에서 사용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역시 비흡연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간접 흡연은 흡연자가 내뿜는 연기나 에어로졸을 들이마시는 2차 노출에 그치지 않는다. 유해물질이 벽, 가구, 옷 등에 남아 있다가 다시 노출되는 3차 흡연 문제도 있다. 전자담배는 눈에 보이는 연기가 적다는 이유로 실내 사용에 대한 경계가 약해질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비흡연자와 어린이, 임산부가 머무는 공간에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냄새가 없거나 달콤한 향이 난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며 “전자담배는 간접흡연 피해가 적다는 오해를 바로잡는 교육과 홍보가 시급하다. 2017년 이후 멈춰 있는 실내 금연 정책이 재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 수단처럼 사용하는 인식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대신 검증된 금연 치료와 니코틴 대체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니코틴 패치나 껌 등 니코틴 대체제는 흡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 노출을 줄이면서 금단 증상 조절을 돕는 방식이다. 반면 전자담배는 니코틴 의존을 유지하거나 일반 담배와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금연 수단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외는 규제 강화하는데 국내 인식은 제자리
37년 만에 담배의 정의를 확장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되면서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그동안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 잎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 정의된 탓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법 개정으로 합성니코틴 제품도 담배로 분류됐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는 전자담배 규제를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국가는 전자담배의 제조·판매·유통뿐 아니라 개인의 반입과 사용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베트남, 싱가포르, 캄보디아, 태국, 인도, 호주, 멕시코, 대만, 홍콩, 라오스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벨기에는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영국에서도 2009년생 이하는 담배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최종 통과됐다.
이처럼 각국이 전자담배 규제에 나서는 배경에는 청소년 유입과 공중보건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접근성이 높고 과일·멘솔 등 다양한 향을 앞세운 제품이 많아 담배가 아닌 기호품처럼 인식되기 쉽다. 여기에 일반 담배보다 냄새가 덜하고 사용 흔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실내 사용과 비흡연자 노출을 막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법 개정 이후 전자담배의 관리 기준을 더 촘촘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규 센터장은 “지난달 법적 테두리가 바뀌었지만 경고 그림과 문구는 일반 담배에 비해 여전히 약한 수준”이라며 “국민들은 전자담배가 덜 위험하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위해 요소가 있다는 점을 계속 알리고 새로운 연구 결과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열 대한금연학회 회장 역시 “전자담배는 연초보다 안전하다는 식의 무분별한 마케팅과 왜곡된 정보 속에서 청소년과 젊은 층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침투했다”며 “의학계의 수많은 연구와 임상 결과는 전자담배 역시 심각한 건강 위해성을 지니고 있으며 결코 안전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윤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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