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업계가 기존 하이니켈 삼원계(NCM·NCA)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리튬인산철(LFP)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캐즘)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충 등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증가함에 따른 포토폴리오 다변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요 배터리 셀 및 소재 기업들은 생산 라인 전환과 공장 신축을 통해 LFP 관련 시설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S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배터리 셀 업계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ESS 시장에서 대규모 공급 물량을 확보하며 LFP 기반 사업 확장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월 28일 미국 미시간주 최대 종합 에너지 기업인 ‘DTE에너지’와 총 6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16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 규모이며, 공급 기간은 2년이다.
이번 계약으로 공급되는 ESS 배터리는 DTE에너지가 미시간주에서 추진하는 총 8개의 전력망 구축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오라클이 미시간주 살린 타운십에 신설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구축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막대한 전력 소모와 빈번한 부하 변동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ESS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수요에 맞춰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 LFP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사, LFP 양극재 생산 시설 본격 가동 및 착공
배터리 셀 제조사의 LFP 전환에 발맞추어 국내 양극재 등 소재 기업들도 LFP 소재 국산화 및 생산 능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5월 28일 LFP 양극재 전용 공장 착공을 발표하며 시장 진입을 도모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피노, CNGR의 합작사인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는 경북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에서 LFP 양극재 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공장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며, 연산 최대 5만 톤까지 단계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전용 공장 신축과 별도로, 시장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현재 가동 중인 포항 양극재 공장의 일부 삼원계 생산 라인을 LFP 양극재 생산 라인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 2분기 중 시제품 생산을 시작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엘앤에프 역시 5월 18일 LFP 양극재 생산과 판매를 전담하는 100%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의 공장 준공을 완료하고 올해 3분기 말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내 약 10만 ㎡ 규모로 조성된 이 공장에는 총 3382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엘앤에프는 올해 3분기 말 연간 3만 톤 규모로 시작해, 북미 ESS 중장기 물량 확보 일정에 맞춰 2027년 상반기까지 연간 총 6 톤 규모의 생산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일반 LFP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고밀도 3세대 LFP 기술을 기반으로 비중국 LFP 공급망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허제홍 엘앤에프 대표이사는 “엘앤에프플러스 공장 준공은 하이니켈 중심의 기존 사업과 LFP 신규 사업이 함께 성장하는 양극재 투트랙 체제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LFP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더해 전기차와 ESS를 아우르는 글로벌 배터리 소재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통상 규제 변화와 LFP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의 공급망 재편 및 규제 강화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현재 글로벌 LFP 양극재 공급량의 약 90%를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통상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서 비중국산 소재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 정부가 제정한 감세법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에 따르면, 북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실질적지원비용비율(MACR)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배터리 직접 재료 비용 중 중국 등 금지외국단체(PFE)로부터 조달하지 않은 비중을 뜻하며, 올해 60%를 시작으로 매년 조건이 강화되어 2030년에는 85%까지 높아진다.
미국 정부의 공급망 탈중국 정책으로 인해 국내 배터리 셀사와 소재사의 협력 체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또 북미 시장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들은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중국산 소재를 대체할 안정적인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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