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공공도서관에 아파트 입주민 전용통로가?" 기부채납의 이상한 공공성

전용 출입구 및 주차 등 '실질적 접근성' 괴리…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공공성 엄격하게 지켜져야

2026.06.04(Thu) 14:38:25

[비즈한국] 서울 신축 아파트 지하 1층에 들어선 도서관과 스포츠 센터. 단지 안에 자리한 어린이집. 얼핏 보면 아파트 주민을 위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이들 모두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 운영·관리하는 공공시설이다. 민간 사업자가 건축 과정에서 용적율 등 인센티브를 적용받는 조건으로 지자체에 제공한 기부채납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기부채납 시설의 이용 편익이 주민에게 더 가깝게 돌아가면서 공공시설이라는 취지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달 29일 오후 1시 찾은 서울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 왼쪽 문은 주민 전용 출입구다. 사진=윤채현 기자

 

#브라이튼 도서관, 공공시설이지만 ‘주민용 출입구’ 따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은 지난 4월 28일 문을 연 기부채납 시설이다. 사업자는 브라이튼 여의도 아파트 개발 과정에서 용적률 960.41%를 적용받고 지하 1층 전용면적 3488㎡를 기부채납했다. 구는 이 공간을 도서관으로 조성하면서 서울시비 38억 9700만 원과 특별교부금, 구비 등을 더해 총 70억 8900만 원을 투입했다. 연간 관리운영비로도 약 26억 원을 부담한다.

 

이 도서관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다. 하지만 ​비즈한국 취재 결과, ​도서관이 아파트 지하에 조성되면서 브라이튼 여의도 입주민은 내부 연결통로를 통해 출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대 카드를 이용하면 101동과 연결된 통로를 통해 아파트와 도서관을 오갈 수 있었다. 개관 초기 이용자가 몰리면서 창가 좌석과 콘센트 좌석이 빠르게 차는 상황에서도, 입주민은 단지 안에서 곧바로 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29일 오후 1시쯤 기자가 도서관을 방문해 머무르는 1시간 동안 약 7명의 입주민이 전용 통로를 통해 드나들었다. 이날 창가 좌석과 콘센트 좌석은 빈 좌석 없이 채워진 상황이었다.

 

서울 강동구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 중인 A씨는 “외부인들은 아침부터 줄을 서고 만석이라 발걸음을 돌릴 때 입주민들은 전혀 다른 아침을 맞이한다”며 “오픈런할 필요 없이 도서관 지하 1층으로 바로 진입한다”고 해당 아파트를 홍보했다.

 

또 도서관은 기부채납 당시 일부 주차면도 함께 확보됐지만 현재 도서관 이용자에게 주차는 지원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지만 아파트 건물 내부에 위치해 외부 이용자의 차량 접근은 제한적인 셈이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청 측은 “여의도는 주차비 부담이 큰 지역이다 보니 도서관 이용자가 아닌 사람이 주차 지원을 받기 위해 방문하는 등 악용 가능성도 있다”며 “스포츠라운지와 달리 도서관은 이용자가 수시로 드나드는 시설이라 실제 이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현재는 별도 주차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입주민 출입 통로에 대해서는 “​기부채납을 받을 때부터 이미 연결돼 있었다”며 “대피로 확보 때문에 막아둘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 입구. 사진=윤채현 기자

 

#기부채납, 생활 SOC 확보 수단이지만…‘입주민 우선권’ 문제도

 

기부채납은 사업 개발 과정에서 토지나 건물 일부 등을 지자체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용적률 완화 등 도시계획상 인센티브를 적용받는다. 세대 수를 늘리거나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때 기부채납 시설은 공공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시설의 위치와 동선은 공공성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된다.

 

특정 단지 거주자에게 우선 이용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부지를 기부채납한 아파트 거주자 자녀에게 우선입소 기회를 준다. 현행 기준상 기부채납 주체와 지자체가 협의해 정원의 30~70% 범위에서 거주자 자녀를 우선 입소시킬 수 있다. 나머지 정원은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분하지 않고 일반 입소 우선순위에 따라 배정된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제도지만 인기 지역이나 신축 단지에서는 일반 배정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입소 정원을 제외하면 단지 밖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자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을 받는 만큼 보육 환경과 운영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커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실제로 서울 지역 어린이집은 2021년 5049개에서 2022년 4712개, 2023년 4431개, 2024년 4212개, 2025년 4010개로 감소하는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 선호가 이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입소 대기자가 100명을 넘는 시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전국 최초로 민간 개발사업 공공기여 방식으로 노인 전용 돌봄시설을 기부채납 받아 조성한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실버케어센터. 사진=윤채현 기자

 

#문화시설 환영, 노치원은 반대…반응 엇갈리는 기부채납 시설

 

건설업계에서는 기부채납 시설도 종류에 따라 선호가 갈린다고 본다. 도서관, 체육시설, 어린이집, 키즈카페 등 생활 편의성이 높은 시설은 입주민 만족도를 높이고 단지 가치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데이케어센터나 공중화장실 등 일부 시설은 안전과 집값 하락 우려 등을 이유로 기피 대상으로 여겨지며 주민 반발을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이른바 ‘노치원(노인 유치원)’ 설치를 둘러싸고 2023년 갈등했다. 당시 서울시는 재건축에 용적률 최대 400%, 최고 65층까지 허용하는 대신 노인 주간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기부채납 조건으로 요구했지만 주민들은 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설 경우 집값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1년 넘게 반대했다.

 

지난달 인천 부평구 아파트에서도 어린이공원 내 공중화장실 설치 계획을 즉각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다. 화장실은 부평2구역 재개발 사업 시행자가 기부채납하기로 한 기반시설로, 준공인가 조건에도 포함됐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정문 옆에 화장실이 설치될 경우 악취와 비위생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기부채납 시설이 공공시설로 조성됐다는 사실만으로 공공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실제 운영 방식에 따라 공공성의 체감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설이 외부 시민에게 충분히 열려 있는지 또는 운영 과정에서 이용 기회가 제한되지는 않는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백인길 대진대 스마트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기부채납은 사업 조건과 시설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특정 단지 주민만을 위한 시설이라면 기부채납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주민을 포함한 일반 시민이 동등한 자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선혜 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도서관이나 체육시설, 문화시설처럼 생활권 단위에서 넓게 개방돼야 하는 시설은 공공건축 관점에서 어떻게 잘 조성하고 운영할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부채납은 어떤 시설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에 대한 관리 기준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윤채현 기자

coguszz@bizhankook.com

[핫클릭]

· 티빙 개인정보 유출 비상…CI 포함 회원 정보 외부 유출 정황
· 커지는 폐의약품 처리 부담, 제약업계도 나눠야 하나
· [단독] 공항리무진 2대 주주 티맵, 권영찬 대표 자산 가압류
· 카드사들, 티메프 '할부' 환불 2년 만에…일시불 피해자는 제외
· [단독] '건스 앤 로지스 내한공연 주최' 8PM엔터테인먼트 파산
· [이주의 책] 평범한 일상을 돈 되는 콘텐츠로 '미라클 에디팅'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