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휴온스그룹의 비상장 자회사 휴온스랩 흡수합병 방식을 놓고 회사와 주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측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휴온스랩의 연구개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불가피한 방식이었다고 항변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휴온스랩 기업 가치 평가 등 전반에 대해 반발하며 흡수합병 자체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7월 3일 휴온스랩 흡수합병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데 온라인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한 주주들의 거센 표 대결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판교 아이스퀘어에서 열린 휴온스글로벌 주주간담회 현장은 사측의 일방적인 합병안과 최근의 주가 폭락 사태에 분노한 개인주주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상목 액트 대표를 비롯해 개인주주 20여 명이 참석해 경영진과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기술이전 가능성 90%라면서 왜 지금 합병인가
이번 간담회에서 주주들이 가장 집요하게 파고든 지점은 기술 이전의 실체와 합병의 타이밍이다. 주주들은 사측이 그간 강조해온 기술력의 가치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합병을 강행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주주들은 그동안 기술이전 성사 가능성을 90%라고 공언해놓고 왜 구체적인 계약 성사나 진척 상황이 발표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송수영 휴온스글로벌 및 휴온스 대표는 기술 이전 성사 가능성이 90%라고 언급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특정 계약을 보증하는 확정 수치가 아니라, 당시 회계법인 등 외부 전문 기관들이 시장 상황과 핵심 기술력을 종합하여 산출한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라면서 “현재 2곳의 글로벌 기업과 텀싯(주요 거래 조건서) 단계를 거치며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구체적인 성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주주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합병 추진과 기술이전 과정에서 주주들이 우려하는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진행 상황을 더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공유하며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외부 투자 대신 합병? 커지는 승계 의혹에 사측 "사실무근"
주주들은 합병의 진정성 자체도 공격했다. 외부 투자 유치가 아닌 내부 합병을 택한 데 대해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이 단순히 그룹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영권 승계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애초에 외부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독립적인 투자 유치를 논의한 사실 자체가 없었고 실질적으로 외부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방안도 전무했다”고 선을 그었다.
합병이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승계 도구로 활용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대표 자리를 걸고 승계 목적으로 합병을 이용한다는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면서 “현재 휴온스랩은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로 독자적인 생존이나 외부 자금 조달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SC(피하주사)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한 유일한 생존 대안으로 휴온스와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왜 휴온스가 합병을?…"제품 생산·영업 인프라 갖춰 적합"
휴온스랩을 흡수합병하는 주체가 휴온스글로벌이 아닌 휴온스라는 점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은 휴온스랩의 가치가 휴온스로 넘어가면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이 합병 결실을 누리지 못하는 데 대해 반감이 크다. 금융당국의 쪼개기 상장(중복상장)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휴온스와 휴온스랩의 합병이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휴온스의 생산·영업 인프라를 강조하며 합병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은 경영 관리와 지배구조를 담당하는 회사일 뿐, 실제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할 인프라가 없다”면서 “반면 휴온스는 이미 국내외 생산시설과 탄탄한 영업망을 갖추고 있어 휴온스랩의 핵심 기술인 ‘하이디퓨즈’를 빠르게 상업화하려면 휴온스의 생산 및 영업 인프라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간담회를 마치면서 “소수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님들의 뜻이 왜곡 없이 경영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도 주주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투명한 경영과 다양한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약속 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사측의 해명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변명에 불과하며 불신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30대 주주 A씨는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경영진의 답변은 주가 폭락에 대한 책임 회피와 원론적인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아 오히려 주주들의 답답함만 키웠다”며 “회사 측이 계속해서 소액주주의 정당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합병을 강행하려 한다면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대응 조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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