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대표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인 CJ바이오사이언스가 기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최대 약점인 불명확한 작용기전과 장내 생착 실패를 극복하고 맞춤형 의학이라는 상업화 해법을 제시했다.
김은지 CJ바이오사이언스 R&D 부문 경영리더(센터장)는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HMC(국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 2026’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질환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고형암 치료제(CJRB-101) 임상 중단을 두고 시장 일각에서 신약 개발 동력이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는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제로 개발 중인 ‘CJRB-201’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리더는 R&D 총괄 사령탑을 맡아 연구 전반을 이끌고 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전략기획 연구원, LG경제연구원 헬스케어부문 책임연구원, Prescient Healthcare Group 이사 등을 거쳐 CJ바이오사이언스에 합류한 지 약 3년 6개월이 지났다. 최근 파이프라인 정리를 놓고 마이크로바이옴의 특성상 항암제보다 면역 질환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해 선택과 집중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김 리더는 CJRB-201의 성공 가능성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수많은 질환에 영향을 끼치지만, 면역과 염증 조절이 그 근본 기전이라고 봤다”면서 “면역적인 요소가 질환의 근본 원인이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서식하는 물리적 위치(장)와 병변이 가까울수록 유효성을 보이기 쉽다고 판단해 IBD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가 멀리 떨어져 있는 암 질환보다는 장내 생태계 붕괴가 곧바로 질환으로 직결될 수 있는 IBD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타깃 질환의 과학적 타당성이 높다고 해서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온전히 보장할 수는 없다. 현재 IBD 치료제 시장은 휴미라 등 염증을 강력하게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항체 치료제)가 굳건히 장악하고 있어 확실한 차별성과 경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리더는 CJRB-201이 진정한 ‘근본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항체 치료제는 일어난 염증 반응을 강력하고 빠르게 눌러 증상을 조절하는 약이지만, 전신 면역 저하 등 부작용이 크고 근본 원인을 고치지 못해 결국 재발하거나 약효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반면 “IBD의 근본 원인은 장벽이 무너지면서 유해 물질이 쏟아져 들어와 염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이라며 “CJRB-201은 항염증 작용뿐만 아니라 무너진 장 상피세포의 장벽 자체를 물리적으로 복원해 면역 항상성을 되찾는 근본적인 치료를 목표로 한다”고 차별성을 부각했다.
향후 임상 개발 전략에 대해서는 CJRB-201 단독요법과 기존 약물과의 병용요법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리더는 “저희는 단독 요법을 먼저 생각하고 있지만, 기존 항체 치료제를 투여하기 전 단계의 초기 환자에게 순한 약물들의 유효성이 충분하지 않은 한계가 있어 이들 약물과의 병용 요법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정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항체 치료제로 급성 염증(플레어) 증상을 빠르게 누른 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투여하는 유지 요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개인별 장내 생태계 편차가 커 작용 기전(MoA)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 당국의 심사 허들을 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리더는 “기존의 많은 생균치료제(LBP)들이 구체적인 원인을 모른 채 균을 투여하니 좋아지더라는 식의 생물학적인 현상 설명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MoA를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당사는 분자 단위에서 균주가 인체 숙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임상적 반응을 뚜렷하게 예측·이해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까지 찾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환자에게 이 약이 왜 잘 듣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면 환자군을 특정해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창식 신약연구 그룹장은 김 리더가 강조한 과학적 기전 규명의 성과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뒷받침했다. 이날 ‘조절 T세포(Treg) 유도 및 대사산물 매개 장벽 복원을 통한 염증성 장질환(IBD) 타깃 비면역억제 페칼리박테리움 기반 치료제’를 주제로 단상에 오른 신 그룹장은 CJRB-201의 연쇄 작용 기전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장내 생착 극복 전략을 공식 석상에서는 처음으로 소개했다. 외부에서 투여한 유익균이 척박한 장 점막에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대사산물을 분비하지 못하고 체외로 배출된다면, 약효가 일회성 현상에 그쳐 신약으로서의 유효성을 온전히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장내 생착 극복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여겨진다.
신 그룹장은 “엄선된 페칼리박테리움 단일 균주인 CJRB-201이 장내 투여돼 부티르산 등 핵심 대사산물을 분비하면 헐거워진 장 상피세포 장벽을 물리적으로 복구하고, 동시에 면역 조절의 핵심인 ‘조절 T세포(Treg)’를 강력하게 유도해 호중구 침투 등 염증 신호를 원천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착 난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로 조력 미생물인 ‘CJRB-203’을 제시했다.
그는 “동물 실험 결과 장내에 CJRB-203이 존재하는 환경일 때 CJRB-201이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성공적으로 장내에 안착해 뛰어난 항염 효능을 냈다”며 “이를 바탕으로 사전에 환자의 장내 환경을 정밀 진단해 CJRB-201이 생착하기 가장 적합한 타깃 환자군을 선별해 투여하는 맞춤형 의학 모델로 상업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하반기 출시를 예고한 장내 미생물 검사 기반 맞춤형 웰니스 사업이 향후 신약 처방 대상자를 찾아내는 동반진단(CDx) 플랫폼의 포석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 그룹장은 웰니스 사업 강화 전략은 단순한 외연 확장을 넘어 신약 연구를 위한 자생력 확보 차원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임상 1·2상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계속 쏟아붓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앞서 공지한 것처럼 헬스앤웰니스 사업을 통해 빠르게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만들고 이 수익을 기반으로 신약을 더욱 고도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마이크로바이옴 상업화의 가장 큰 진입 장벽으로 꼽히는 대량생산(CMC) 이슈에 대해서도 확고한 대비책을 내놨다. 신 그룹장은 “예전에는 미국 기업을 통해 생산했는데 현재 종근당바이오와 협력해 마이크로바이옴 균주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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