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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제 시작" 젠슨 황·최태원, 'AI 인프라' 판 같이 짠다

한 달 새 5번 만나 공동 기자회견까지…반도체 넘어 피지컬 AI·로보틱스 '맞손'

2026.06.08(Mon) 14:58:54

[비즈한국]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 서울 종로구 SK 본사 사옥에서 나란히 서서 양 사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를 공식 선언했다. 8일간 다섯 번째 회동이다. 두 사람은 지난 1일과 2일 엔비디아가 주최한 ​대만의 ​개발자 컨퍼런스(GTC)에서 회동한 것을 시작으로 황 CEO 방한 일정 중 5일과 7일에도 잇따라 만났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동 언론 브리핑을 열고 파트너십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이번 파트너십의 핵심 키워드는 황 CEO가 직접 규정한 다년간(multiyear), 다중 플랫폼(multiplatform), 다중 기술(multitechnology)이다. 기존 SK하이닉스 중심의 메모리 협력에서 나아가 SK그룹 전체와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R&D) 로드맵 공유, 피지컬 AI·로보틱스까지 협력 범위를 대폭 넓히는 것이 골자다.

 

황 CEO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최근 발표한 4개 신제품 전부에 SK하이닉스 메모리가 탑재된다고 밝혔다. 차세대 AI 슈퍼컴퓨터 ‘베라 루빈’과 ‘그레이스 블랙웰’,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AI PC ‘RTX 스파크’, 로보틱스 전용 프로세서 ‘젯슨 토르’가 그 대상이다. 그는 “이 네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AI 슈퍼컴퓨터부터 CPU, PC, 로보틱스까지 파트너십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트너십 기간에 대해서는 ‘2년 이상’을 거론하며 “계속 연장할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황 CEO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최대 메모리 파트너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이미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SK하이닉스로부터 구매해왔고, 이 규모는 앞으로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 베라 루빈과 그레이스 블랙웰 등 두 제품군만으로도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1조 달러(약 1550조 원)의 판매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1조 달러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칩, 인터커넥트(칩 간 연결 회로), 메모리, 웨이퍼, 패키징이 ​막대한 양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파트너십에는 SK텔레콤과의 협력 역시 주요 축이다.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6일 황 CEO와 최 회장의 서울 강남구 ‘깐부회동’에 동석한 데 이어 이날 브리핑 현장에도 자리했다. 양 사는 엔비디아 ‘DSX 플랫폼(칩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AI 팩토리 전반을 정의하는 소프트웨어, 인프라 통합 플랫폼)’을 기반으로 ‘풀스택 AI 클라우드(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 계층을 아우르는 AI 서비스)’ 협력을 추진한다. 

 

이날 브리핑 현장에는 정재헌 SK텔레콤 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사진=강은경 기자

 

또 AI 연산에 특화된 데이터센터 ‘AI 팩토리’를 기가와트(GW)급 규모로 확장하고, 2027년 한국에서 첫 가동한 뒤 아시아 전역으로 인프라를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황 CEO는 “가장 선진화된 AI 기술이 SK하이닉스 팹(반도체 생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이를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함께 사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파트너십은 기술을 만드는 동시에 직접 활용하는 구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회장이 강조한 이번 협력의 성격 변화는 크게 두 가지다. 엔비디아와 함께 AI 팩토리를 만들어가는 것과 R&D 로드맵을 공유하는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AI 팩토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양 사가 R&D 로드맵을 공유하고 맞춤형 메모리 개발로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의 협력이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간 메모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SK그룹 전체와 엔비디아의 협력으로 차원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산업 전망과 관련해 황 CEO는 낙관론을 굽히지 않았다. 최근 AI 거품론을 둘러싼 나스닥 폭락과 관련한 질문에 그는 “주식을 더 싸게 살 수 있게 됐으니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 AI의 미래가 매우 밝다는 것은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AI는 인터넷처럼 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기업 모든 산업의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AI 혁명의 시작점에 있고, 앞으로 10년, 어쩌면 그 이상 인프라 구축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AI 역량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황 CEO는 “반도체, 중공업, AI 소프트웨어 역량의 결합이 피지컬 AI(로봇·제조 등 물리적 환경에 AI를 접목하는 기술) 시대에 최적의 환경을 만든다”며 “미국 중국에 이어 AI 기여국 세계 3위라는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세계적인 AI 생태계를 갖추고 있지만 AI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며 SKT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대학 연구소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는 필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SK 측에서 최 회장과 정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엔비디아 측에서는 황 CEO와 함께 옴니버스·로보틱스 사업을 총괄하는 메디슨 황 수석이사, 제프 피셔 수석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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