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고폰 시장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중고 단말기 회수와 재판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환경 보호와 자원순환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새 제품 판매 둔화를 보완하고 소비자를 자사 유통망 안에 묶어두려는 전략적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식 채널이라는 신뢰성과 함께 보상가 산정 기준, 계약 책임 소재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고폰 시장은 이미 수백만 대 규모로 성장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중고폰 시장은 연간 거래량 1000만 대, 거래액은 3조 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2023년 기준 중고폰 업체 매입 규모는 약 589만 대, 개인 거래 규모는 약 255만 대였다. 개인 간 거래나 중고폰 매입 업체에 맡겨졌던 시장이 커지자 제조사들도 직접 회수와 재판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고폰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1월 글로벌 중고폰 보상 업체 라이크와이즈와 함께 ‘갤럭시 간편보상’을 시작했고, 3월에는 국내에서 ‘갤럭시 인증중고폰’ 판매에 나섰다. 갤럭시 간편보상은 소비자가 새 제품을 사지 않아도 쓰던 갤럭시 단말기를 삼성닷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갤럭시 인증중고폰은 7일 이내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된 플래그십 제품을 자체 품질 검사를 거쳐 판매하는 사업이다.
애플도 비슷한 구조로 운영해왔다. 소비자가 쓰던 아이폰 등을 반납하면 상태에 따라 새 제품 구매에 쓸 수 있는 크레딧을 제공하는 ‘트레이드 인’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기능 점검과 인증을 거친 리퍼비시 제품도 판매한다. 제조사들이 쓰던 단말기를 회수해 새 제품 판매와 중고폰 재판매에 모두 활용하는 구조다.
제조사들이 앞세우는 명분은 환경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쓰던 단말기를 다시 활용하는 구조인 만큼 순환경제 취지에 맞다”며 “전자폐기물을 줄인다는 점에서 자연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 역시 회수와 재활용을 환경 전략의 일부로 설명해왔다.
하지만 환경 효과만으로 제조사들의 움직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고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새 제품 판매만으로 수요를 넓히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보상 프로그램은 소비자의 새 제품 구매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인증중고폰과 리퍼비시 제품은 개인 간 거래의 품질 불안을 꺼리는 소비자를 공식 유통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중고폰 재활용으로 환경 개선과 자원 절약이라는 사회 정책적 측면과, 비싼 프리미엄급 단말기 판매 저조로 인한 매출 감소를 중고폰 이용자 확대로 보전하려는 영업 전략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도 장점은 있다. 공식 채널을 이용하면 개인 간 거래보다 사기 위험과 가격 흥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제조사가 검수하고 보증한 인증중고폰은 품질과 사후서비스 측면에서도 신뢰도가 높다.
문제는 공식 채널이 항상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거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상가는 단말기 상태와 등급 판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6월 9일 조회 기준 갤럭시 S25 울트라 256GB의 갤럭시 간편보상 최고 등급 보상가는 75만 8000원이었다. 다른 중고폰 업체의 최고 등급 매입가와 비교해 낮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같은 모델도 한 단계 낮은 ‘굿’ 등급을 받으면 보상가는 37만 4000원으로 떨어진다. 등급 하나 차이로 보상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소비자가 보는 최고 보상가와 실제 수령액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갤럭시 간편보상은 단말기 등급에 따라 보상가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6월 9일 조회 기준 갤럭시 S25 울트라 256GB의 최고 등급 보상가는 75만 8000원이었지만, 한 단계 낮은 ‘굿’ 등급은 37만 4000원이었다. 사진=라이크와이즈 홈페이지 캡처
계약 책임 소재도 따져볼 부분이다. 갤럭시 간편보상은 삼성닷컴에서 신청하고 삼성전자 브랜드를 통해 안내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공식 서비스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안내문에는 서비스 제공 주체가 ‘라이크와이즈코리아’이며, 삼성전자와 계열사는 고객과 라이크와이즈 간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명시됐다. 보상가 산정이나 검수 결과에 이의가 생겼을 때 실제 계약 상대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라이크와이즈코리아와 협의해야 하는 것이다.
갤럭시 간편보상 안내문에는 서비스 제공 주체가 라이크와이즈코리아이며, 삼성전자와 계열사는 고객과 라이크와이즈 간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 사진=라이크와이즈 홈페이지 캡처
중고폰 시장이 커질수록 제조사 공식 채널의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제조사와 협력사가 대규모로 보상가를 제시하면 해당 가격이 시장 기준점처럼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공식 보상가가 낮게 형성될 경우 일반 중고 거래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원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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