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디케이테크인에서 진행하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이번에는 카카오페이에서, 과거 카카오페이에서 벌어졌던 과도한 스톡옵션 행사는 카카오뱅크에서 반복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고용불안 문제가 이제는 디케이테크인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카카오에서 시행 중인 평가 제도는 카카오페이에 적용되고 있다.”
10일 카카오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이끈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단순한 성과급 갈등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서 지회장은 경영진의 거듭된 실책과 무책임한 경영이 낳은 비용이 고용 불안과 희생의 형태로 노동자들에게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카카오 공동체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카카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한 4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본사 조합원 약 1000명을 포함해 전체 법인 기준 15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조합원 약 800명은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넥슨·엔씨소프트 등 IT 업계가 밀집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광장까지 행진한 뒤 약 한 시간 동안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번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조합원이 동참했다. 이들 모두 임금협약 교섭이 결렬돼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성과급이 전부 아냐” 노조가 짚는 갈등의 본질
이번 파업을 두고 일각에서는 “실적이 부진한데도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노조는 이 같은 지적에 선을 그었다. 성과급을 둘러싼 교섭 결렬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맞지만, 그 배경에는 수년간 누적된 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반복되는 고용 불안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계열사마다 반복되는 유사한 갈등 구조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 공동체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다.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요구하고 경영의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 고용 불안을 방치하고 성과는 독점하면서 실패의 책임은 나누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앱 개편 문제와 최근 퇴사한 홍민택 전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최근 카카오톡의 안드로이드 평점이 4점대로 크게 회복됐는데, 그 배경에는 홍민택 전 최고제품책임자(CPO)의 퇴사가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31일 카카오를 떠난 홍 전 CPO는 재직 당시 ‘빅뱅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대규모 카카오톡 개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친구탭을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피드형으로 전면 개편했다가 이용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며 기능 일부를 원상 복구해야 했고, 그 여파로 카카오톡은 별점 1점 테러를 받기도 했다.
서 지회장은 “임원 한 명의 퇴사가 이용자들의 평가를 바꿀 정도라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수 있다”며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한 계기 역시 파업이 아닌 카카오페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등 경영진의 실책과 잘못”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블록딜 사태는 지난 2021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한 달 만에 류영준 전 대표 등 경영진 8명이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으로 평가된다.
#“다른 계열사, 같은 문제로 고통”
계열사 노조들은 고용 불안과 경영 책임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3년 가까이 고용 불안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클라우드 사업의 비전과 로드맵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AI·클라우드 기반 B2B 서비스를 전담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3년 클라우드와 연관되지 않은 사업을 전면 철수하며 대규모 사업 재편을 했으나, 이 과정에서 인력 이동과 고용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검색 조직 복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책임을 떠넘긴 것에 대해 대표가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카카오 사내 독립기업(CIC)에서 지난해 신설 법인 ‘에이엑스지(AXZ)’로 분사 및 이관된 데 이어 매각된 사안도 거론됐다. 서 지회장은 “AXZ 매각이 진행되자마자 대표가 무책임하게 회사를 떠났고, 카카오 CPO 또한 아무 말 없이, 아무 반성도 없이 퇴사했다”며 “이것이 각각 별개의 회사 이야기냐”고 반문했다.
카카오 IT 개발 100% 자회사인 디케이테크인에서는 인력 감축 우려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약 121명, 전체 인력의 16% 규모 감축 목표가 담긴 내부 자료가 유출되며 구성원 불안이 확산된 상태다. 디케이테크인 노조 관계자는 “지난 4월 말 이원주 대표의 직무배제 이후 실질적 의사결정자가 없는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표 대리인은 카카오 경영기획 측 인사로, 중요한 결정이 사실상 카카오 본사의 통제 아래 놓여 있는 셈인데 임금은 2%대에 묶여 있고 고용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손자회사 엑스엘게임즈는 보다 직접적인 구조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 엑스엘게임즈는 주력 게임 ‘아키에이지 워’의 매출 급감으로 올해 1분기에만 영업손실 101억 원을 기록했으며 카카오게임즈로부터 자금을 긴급 차입했다. 이미 20% 이상의 인력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이 진행돼 1차에서만 80명 이상이 퇴사했고, 이제는 정리해고 절차 논의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서 지회장은 “엑스엘게임즈의 정리해고는 곧 다른 법인에서도 반복될 거다. 이것은 예언이 아니라, 회사가 이런 방식의 경영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RSU ‘뇌관’…“장부상 숫자만 바꿔놓는 것은 기만”
직접적으로 이번 파업의 계기가 된 것은 성과 보상 규모와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노사 이견이다. 노조는 500만 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과 별도로 영업이익의 10%를 초과하는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RSU를 포함한 총 규모를 영업이익의 10% 수준으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RSU를 장기 보상 수단으로 이미 약속해 놓고 이를 성과급 재원에 포함하는 것은 기존 보상을 재분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장기 보상 프로그램도 양보했는데 회사는 RSU를 성과급 재원에 포함하려 하고 있다”며 “장기 보상은 장기 보상이고 성과 보상은 성과 보상인데, 장부상 숫자만 바꿔 성과 보상이 늘어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밝혔다.
보상 방식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반면, 직원들은 매도 제한 기간을 거쳐야 하는 RSU를 받는 구조라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임금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카카오뱅크 경영진은 보유 스톡옵션을 행사해 90여 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노조는 경영진 보상을 무조건 삭감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과도한 부분을 개선하고 주주들에게도 책임 경영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9일 ‘로그오프 데이’ 계획, 교섭 일정은 미정
노사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서 지회장은 결의대회 직후 백브리핑에서 “노동위원회 조정 결렬 이후 지난 8일 카카오 본사와 한 차례 추가 교섭을 했지만 합의에 이를 만큼의 진전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미래의 보상이 아니라 현재의 보상”이라며 RSU 포함 여부가 여전히 핵심 장벽임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오는 29일 전 조합원이 연차 또는 휴가를 사용하는 ‘로그오프 데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별도 집회 없이 하루 동안 업무용 시스템과 협업 도구에서 일제히 접속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각 법인의 시간대를 조율해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박성의 카카오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전체 조합원의 참여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경영진 퇴진 요구 역시 특정 인물에 대한 구호가 아니라 책임 경영을 촉구하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서 지회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 규명과 책임 부과가 제대로 돼야 개선책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카카오 공동체에서 반복되는 갈등은 결국 책임지지 않는 경영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노사정 대화를 포함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카카오 노사 갈등은 단순한 임금 교섭의 차원을 넘어, 그룹 전반의 경영 책임 구조와 보상 체계를 둘러싼 구조적 논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추가 교섭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가운데 로그오프 데이를 약 3주 앞두고 노사 간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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