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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소울푸드] '귀신 선생님' 남동윤 작가의 "단연코 순댓국"

마감 후 순댓국과 막걸리로 고단함 달래…초등학교 교사 꿈꾸다 어린이 만화가로

2026.06.12(Fri) 09:53:31

[비즈한국] ‘초통령’은 어린이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대상에게 부여되는 특별한 칭호다. 뽀로로를 시조로 삼는 이 계보에는 동방신기, 방탄소년단, 아이브와 같은 아이돌부터 애니메이션(디지몬시리즈·신비아파트 등), 플랫폼콘텐츠 크리에이터(도티·흔한남매 등)까지 다양한 대중문화 아이콘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이 쟁쟁한 면면들 사이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만화가가 있으니, 바로 ‘​귀신 선생님’​ 시리즈의 남동윤 작가다. 그를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순댓국집에서 만났다.

 

만화 ‘​귀신 선생님’​ 시리즈로 어린이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초통령’ 남동윤 작가. 만화가로서 그의 소울푸드는 순댓국이다. 사진=필자 제공

 

가게에 들어서니 삶아서 한 김 뺀 돼지머리를 숭덩숭덩 썰어내던 직원이 칼을 들고 반긴다. 공간에 배어있는 눅진한 고기향에 홀려 기꺼이 그 칼을 받는다. 한 시절 등촌동에 살 적에 이곳을 단골 삼았다는 작가의 말이 대번에 이해되었다. 만화가는 밤새 자기 속을 비워 칸을 배불리 먹이고, 이곳을 찾아 새벽의 허기를 달랬다.

 

#20여 년 ‘무한도전’과 함께한 순댓국 한 그릇 막걸리 한 잔

 

천안에서 대학 다닐 때, 선후배 손에 이끌려 처음 맛본 이후 순댓국 한 그릇과 막걸리 한 잔은 작가의 밤샘 작업을 함께하는 반려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새벽길에 설렁탕, 콩나물해장국도 종종 찾았으나 순댓국만큼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 건 없었다고 했다. 파란 바가지에 담긴 동동주를 따르는 그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집안의 빚을 이고 성인이 된 작가는 형과 함께 20여 년을 쉼 없이 일했다. 당대의 대표적인 TV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 한 편을 본 적 없지만, 그의 삶이 이미 쳇바퀴 같은 일상을 무한히 반복하는 도전의 나날이었다. 온종일 일러스트레이션과 캐리커처 작업에 매달리다 녹초가 된 몸으로 퇴근하는 그에게 순댓국과 막걸리는 인생의 고단함을 달래고 하루를 정리하는 소박한 낙이 되어주었다. 이제는 건강을 위해 밤을 새워 일하지 않고, 때로는 외국에 얼마간 머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해외에 체류할 때나 작업을 마칠 때면 어김없이 푸진 이 맛이 생각난다고 한다. 

 

대학 선후배 손에 이끌려 처음 맛본 이후 순댓국 한 그릇과 막걸리 한 잔은 남동윤 작가의 밤샘 작업을 함께하는 반려가 되었다. 사진=필자 제공


경상남도 마산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아귀찜, 돼지국밥 같은 ‘고향 음식’이나 짬뽕, 주꾸미 삼겹살볶음같이 해산물과 육고기가 함께 어울리는 음식을 좋아해 왔으면서도, 만화가로서 자신의 소울푸드는 단연코 순댓국이라니, 이 정도면 순댓국에 인이 박혔다고 할 만하다.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꾼 ‘어린이 만화’ 작가

 

순댓국과 막걸리를 좋아하는 구수한 입맛이지만, 그는 ‘어린이 만화’ 분야의 인기 작가다. 시리즈 첫 번째 책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이 2014년 출간된 이후 낙양의 지가를 올려온 그의 만화들은 이제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지난 2019년에는 제16회 부천만화대상 어린이만화상을 받았다. 학습만화가 대세를 이루고, 동요·동화·동시 등 어린이를 위한 예술이 갈수록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참 의미 있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소싯적부터 만화 작가만을 꿈꿔왔다거나 어린이 만화 작가로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오랫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꿔왔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서는 교대와 만화학과를 두고 깊이 고민했다. 처음 원고를 받은 출판사의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그림체와 이야기 구성까지 담당자의 문턱에 걸리는 것들이 많았다. 

 

외주 일을 오래 하면서 온전한 자신의 저작 ‘단 한 권’을 갖고 싶었던 열망과 자기 그림에 대한 확신이 그러한 곡절을 성장의 서사로 만들어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간판스타였던 ‘너구리’ 장명부가 평생의 신념으로 삼았다던 ‘무이일구(無二一球)’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단 한 권’을 바랐던 작가의 단독 저작은 이제 여섯 권에 이른다. 다음 책은 언제 나오냐는 질문에 더 그려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이어간 작업은 어린 독자에게는 함께하는 벗이 되었고, 우리 만화사에는 유의미한 족적으로 남았다.

 

#“재밌게 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면 좋겠어요”

 

남동윤 작가의 작품은 한 컷의 밀도를 극단으로 높인 꼼꼼함이 인상적이다. 스타일에 영향받은 작가를 물으니 최호철 작가의 영향으로 칸마다 “빠글빠글”하게 그린다고 답한다. 신도림역으로 들어서는 지하철 2호선 열차 안팎의 풍경을 극사실적인 세밀화로 그려낸 최호철 작가의 ‘을지로 순환선’을 떠올려 보니 뜯어볼 것이 많은 그의 작화 스타일이 단박에 이해되었다.

 

작가의 빠글빠글한 만화에는 기후 위기나 민속문화와 같이 사회문화적인 내용들도 곳곳에 담겨 있으나 어디에서도 ‘가르치려는 의도’가 드러나지 않는다. 동물 유기 문제는 에피소드 안에 메시지를 암시해, 눈 밝은 독자나 두 번 세 번 뜯어보는 부지런한 독자가 아니면 찾기 어려울 정도다. 어린이 독자들이 “재밌게 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어린이를 독자로서 존중하는 작가의 마음이 배어 있다.

 

#만나는 모든 아이를 기록한다

 

남동윤 작가의 삶은 단출하다. 별다른 취미도 낙도 없다. 만화를 그리고 강연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일상의 대부분이다. 자신의 책으로 아이들과 교감하고 싶어 시작한 강연은 벌써 800여 회를 넘어섰다. 그렇게 천리마처럼 전국을 누비며 초등학교 선생님의 꿈도 이뤘다. 

 

마감을 마치고 순댓국에게 위로받는 시간.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꾸던 남동윤 작가는 만화라는 방식으로 어린이를 웃게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림=남동윤 작가 제공

 

그에게 강연은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이다. 그의 만화가 그렇듯,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강박적 도식에서 벗어나 있다. 자신을 어른이 된 어린이쯤으로 여기는 듯한 작가는 생각, 고민, 상상을 쌓아 올리며 잠 못 들던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진정한 어른은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고 맹자가 말했던가.

 

강연마다 서너 명씩, 한 해에만 400여 명 아이들의 캐리커처를 그린다는 작가는 함께 찍은 사진을 비롯한 만남의 모든 기록을 아카이브 한다고 했다. 강연장에서 본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6학년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 아카이브 해둔 캐리커처를 찾아 보이며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고 하니 그가 기록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어릴 때 그린 그림마저 모두 스크랩해 보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나날이 쌓인 기록들이 창작을 위한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실제로 ‘귀신 선생님’ 시리즈의 ‘강귀신 선생님’ 캐릭터는 그의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모델이고, 만화의 다른 등장인물들도 작가의 어릴 적 친구, 강연에서 만난 어린이를 모델로 삼아 만들어졌다. 모두가 소중한 인연이어서일까. 작가는 어린이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작품 안에 확고부동한 주인공을 따로 두지 않는다.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그의 작품 속 교실은 ‘강귀신 선생님’의 ‘봉숭아 학당’이라 할 만하다. 

 

만화 캐릭터의 모델이 된 유년 시절의 친구들과 지금도 1년에 한 번씩은 꼭 만난다고 하는데,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 어느덧 뛰어다니는 아이들 챙기기에 바쁜 부모가 되었다고 한다. 머지않아 친구의 아이들까지 그의 만화에 등장하지 않을까.

 

#어린이 독자들의 귀여운 저주가 나의 힘

 

칸의 안팎으로 종횡무진하는 작가에게 왕성한 활동의 비결을 물었더니, 저주 이야기를 한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빼곡히 달린, 다음 책을 어서 내어놓으라는 어린이 독자들의 귀여운 똥침 저주 이야기다. 강연에서 만날 어린이들을 위해 카드, 스티커 등 선물까지 직접 제작할 만큼 어린이들을 사랑해 마지않는 그에게 독자들의 저주는 창작의 큰 활력이 된다. 두 페이지를 그리는 데 일주일이 걸리기도 한다는 작가가 강연에서 돌아와 바로 책상 앞에 앉는 까닭이다.

 

‘귀신 선생님과 오싹오싹 귀신 학교’ 후기에는 10권까지는 그릴 테니 저승사자에게 기다리라고 당부하는 작가의 모습이 나온다. 작가가 열 권을 다 채워도 다음 권을 바라는 어린 독자들의 저주와 성화가 빗발칠 텐데, 저승사자가 이걸 배겨낼 수 있을까.

 

남동윤 작가는 1982년 경상남도 마산에서 나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친구들과 자유로이 노는 한편으로 그림도 많이 그렸다고 한다. 상명대학교 만화학과를 나온 이래 각종 잡지와 사보, 행사 등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캐리커처를 선보였으며, ‘​당나귀의 꿈’​(월간 ‘​인물과 사상’​, 2007~2010), ‘​88플러스’​(월간 ‘​캠퍼스 플러스’​, 2008~2009), ‘​남동윤의 이슈와 만평’​(월간 ‘​사람’​, 2007~2008), ‘​쉬는 시간’​(월간 ‘​유레카엠’​​, 2010), ‘​아들과 아빠’​(월간 ‘​삶과 꿈’​, 2007~2011) 등 만화 작업도 병행했다.

 

대표작인 ‘​귀신 선생님’​ 시리즈는 2011년 어린이 잡지인 월간 ‘​개똥이네 놀이터’​에서 ‘​똥윤이 삼촌의 만화 보따리’​를 연재한 후 이를 전면 재작업하고 새 에피소드를 추가해 2014년 첫 어린이 만화 단행본인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로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린 독자들이 즐겁다면 ‘똥윤이 삼촌’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그를 보면서,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소가 되리라던 중국의 문호 루쉰이 떠오르는 건 결코 오버가 아닐 것이다.

 

‘​귀신 선생님’​ 시리즈는 첫 출간 이후 2016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우수 어린이만화 활성화 지원사업에 ‘​귀신 선생님과 고민해결>이, 2018년엔 우수 다양성만화제작 지원사업에 ‘​귀신 선생님과 오싹오싹 귀신학교’​가 선정되었으다. 2019년엔 ‘​귀신 선생님과 오싹오싹 귀신학교’​이 부천만화대상 어린이 만화상을 수상했다. 최신작인 ‘​귀신 선생님과 또 다른 세계’​ 또한 2021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우수 다양성만화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만화 외에는 2019년엔 그림책인 ‘​서랍 속 먼지 나라에 무슨 일이’​를 출간했다.

 

필자 서찬휘는 만화 칼럼니스트로 만화와 그 주변 문화들의 흐름과 연결고리를 역사적 맥락에서 탐색하고 정리해왔다. 1998년부터 만화 정보 커뮤니티 ‘만화인’을 운영했고 한겨레신문, 일요신문, 인천일보, 국방일보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필자 송하원은 공공문화개발센터 유알아트 대표로 대안만화 전문서점 ‘홈통’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기획자이자 만화 연구자이며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금천문화재단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만화가의 소울푸드’에서 한국 대표 만화가들이 사랑하는 음식을 통해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 ​​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

iam@seochanhwe.com

송하원 대안만화 전문서점 홈통 공동대표

solchan198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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