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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변호사 자문이 회사 불리한 증거로? 비밀 유지권이 중요한 이유

개정 변호사법, 의뢰인과 변호사에게 비밀인 의사 교환 공개 거부권 부여

2026.06.15(Mon) 11:01:53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의사 교환과 자료 공유 내용을 비밀로 유지해야 변호사도 솔직한 의견을 낼 수 있다. 사진=생성형 AI

 

변호사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의뢰인의 자문 요청에 따라 답변과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업무이지만, 그 과정에서 변호사는 종종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대표적으로 의뢰인의 사업에 법적 리스크가 있더라도 이를 명시적으로 지적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컨대 의뢰인이 어떤 프로젝트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보류하라”는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설령 그런 의견을 내더라도 이메일·문서 등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있는 형태로 남기는 일이 매우 조심스럽다는 데 있다. 사후에 규제기관이나 수사기관이 자료를 입수하면, 그 의견서가 의뢰인의 법 위반이나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규제당국이 행정조사 과정에서 입수한 법무법인의 의견서를 근거로 피조사업체의 법 위반을 입증하려는 사례를 여러 사건에서 봤다. 이는 매우 역설적인 상황이다. 법령을 준수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 외부 법무법인의 자문을 구한 회사가, 사전 검토 없이 의사결정을 한 회사보다 불리한 처분을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내 법무팀·컴플라이언스팀 역시 마찬가지다. 법령 준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수록 결과적으로 회사에 불리한 증거를 양산하는 셈이 된다.

 

해법은 단순하다.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의사 교환·자료 공유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비밀로 유지하면 된다. 그래야 변호사도 내용이 다른 목적에 사용될까 염려하지 않고 의뢰인을 위해 솔직하게 의견을 낼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법률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완전하고 솔직한 의사 교환을 전제해야 하는데, 비밀을 보장하지 않으면 애초에 변호사의 충실한 조력을 받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최근 대법원 결정과 개정 변호사법이 주목된다. 첫째, 대법원 2026. 2. 20.자 2024모730 결정이다. 대법원은 압수처분의 일부 취소를 구하는 사건에서, 압수물 중 변호사와 주고받은 메시지·이메일 및 변호사가 작성한 문서에 대한 압수처분을 취소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생성된 형사사건에 관한 법률 자문 서류 등에 대한 압수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 다만, 피의자·피고인이 피압수자인 변호인에 대한 법률 자문 서류 등의 압수를 승낙한 경우, 변호인이 피의자·피고인과 공범 관계에 있거나 그 범죄 기타 위법행위에 관여한 경우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압수를 허용한다.

 

○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지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 압수물의 증거가치 및 중요성, 압수로 인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침해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 따라서 예외적으로 압수가 허용되는 경우가 아님에도 수사기관이 위와 같은 법률 자문 서류 등을 압수하는 행위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해 위법한 압수가 된다.

 

최근 대법원 결정과 개정 변호사법에서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 유지권을 명시하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대법원은 같은 취지를 며칠 뒤 본안 판결에서도 확인했다. 대법원은 2026. 2. 26. 선고 2025도4422 판결을 통해 변호인과 피의자 간 형사사건 관련 법률 자문 문서의 압수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이 법리는 일회적 결정에 그치지 않고, 결정과 판결을 통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둘째, 개정 변호사법이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 유지권을 명문화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2026년 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위 대법원 결정과 궤를 같이하는 비밀 유지권 조항을 신설했고 2027년 2월 2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변호사법 제26조의2(비밀 유지권 등)

 

제1항: 변호사와 의뢰인 또는 의뢰인이 되려는 자(이하 ‘의뢰인 등’)는 그 사이에서 법률 사건 또는 법률 사무에 관한 조력을 제공하거나 받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비밀인 의사 교환 내용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제2항: 변호사와 의뢰인은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과 관련해 소송, 수사 또는 조사를 위해 작성한 서류나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제3항: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다. ① 의뢰인 등의 승낙이 있는 경우 ② 변호사가 의뢰인 등과 공범 관계에 있거나 의뢰인 등의 증거인멸·범인은닉·장물취득 등 범죄 기타 위법행위에 관여하거나, 의뢰인 등이 그 의사 교환 내용 또는 서류·자료를 위법행위에 사용하거나 사용하려고 한 경우 등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 ③ 변호사와 의뢰인 등 사이에 발생한 분쟁과 관련해 변호사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④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여기서 짚을 점은 이번 개정의 핵심이 ‘의무’에서 ‘권리’로의 전환이라는 데 있다. 종래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만을 부과했을 뿐, 강제수사에 맞서 의뢰인의 자료를 지켜낼 적극적 권리는 명시하지 않았다. 신설 제26조의2는 바로 그 공백을 메워, 변호사와 의뢰인에게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러한 변화는 실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변호사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고 의뢰인에게 더욱 실질적인 의견 제시가 가능해진다. 나아가 법률시장의 지형이 바뀔 가능성도 보인다. 비밀 유지권을 활용한 규제 대응의 일환으로 외부 법무법인에서 파견받은 인력을 사실상 회사의 법무팀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며, 이미 일부 법무법인은 대비에 나섰다고 한다. 적정성에 대한 평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변호사 비밀 유지권은 앞으로 법률시장의 판도에 의미 있는 변수가 될 것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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