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AH-1 미르온 소형무장헬기는 한국 육군항공의 차세대 주력 헬기로서 구형화된 AH-1E 코브라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양산이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2월 가평에서 비상절차훈련 중 기령이 40년 가까이 된 노후 코브라 헬기가 추락해 승무원 두 명이 모두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난 와중에, LAH 헬기의 생산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주 처음 보도되기 시작한 일명 ‘LAH 엔진 균열’ 보도는 군뿐만 아니라 방위산업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소형무장헬기에 들어가는 엔진 대부분에 부식과 균열이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한 부품 불량이 아니라, ‘가성비의 K-방산’, ‘신속 납기의 K-방산’, 그리고 ‘세계 최고 품질의 K-방산’이라는 자긍심에 큰 균열을 만드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는 국내 생산 기업의 단순한 작업 과실이나 기술력 부족으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는 해외 원천 기술사의 제한된 기술자료, 그리고 비용 및 일정 문제로 미뤄졌던 ‘국산 엔진 독자 개발’이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타격을 주는 상징적인 결과물인 것이다.
이번 LAH 엔진 균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금 언론에 나온 수박 겉핥기식 보도보다 좀 더 심층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선 문제가 된 LAH의 ‘아리엘(Arriel) 2L2’ 엔진 디퓨저 공정에는 마르텐사이트 계열 강재(M152)가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이 소재는 항공기가 가동될 때 발생하는 가혹하고 연속적인 고온·고압 환경에는 탁월한 내구성을 발휘하지만, 외부에서 가해지는 순간적 충격이나 타격에는 약할 수 있어 정확한 작업 지시서가 필요한 부품이다.
그렇다면 현장의 작업자는 왜 이처럼 충격에 민감한 핵심 부품에 망치를 댈 수밖에 없었을까. 원인은 제한된 기술자료에 있었다. 해당 부품의 기술 교범에는 열박음 공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던 것이다.
제한된 기술자료에는 디퓨저 부품의 열팽창을 위한 온도 조건 및 조립 시 세부 공정이나 주의사항 등이 충분하지 않았다. 세부 제조공정을 개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는 열팽창이 부족해 부품이 원활하게 들어가지 않자 열팽창 공정과 함께 조립용 고무망치로 간접 타격하는 방법을 추가했고, 결국 디퓨저 내부 베인(Vane)의 브레이징 부위에 미세한 균열을 발생시켰다.
이 균열은 일반적인 육안 검사로는 전혀 식별이 불가능하며, 고배율 확대 스코프를 통해서만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사프란 엔지니어들은 지난 6월 초 한국 공장을 방문해 진행한 합동 기술 리뷰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동일 결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 고배율 스코프로 찾아내는 과정은 우리 업체와 육군이 독자적으로 추가 진행한 정밀한 정비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드러낸 더 큰 본질적 문제는 우리가 맺고 있는 면허생산 계약의 구조적 불리함과 기술적 예속 상태에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계약 조건에 묶여 공정상 의문이 생기거나 불명확한 부분을 원천 기술사에 공식 기술 문의(Technical Query)할 때마다 사프란 측에 매번 상당한 추가 대금을 지불하고 답변을 얻어야 하는 비용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반적인 면허생산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다행히 이번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육군항공사령부,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참여하는 민·관·군 합동 원인조사 협의체가 전방위적으로 기민하게 움직였다. 한화는 결함의 원인이 된 불완전한 수동 토치 가열 방식을 전면 폐기하고, 정밀하게 온도를 제어해 모재 전체를 완벽하게 균일 열팽창시키는 ‘전기 가열로’ 공정을 새로 도입했다. 또한 조립 직후 단계에 비파괴 검사와 내시경 검사 공정을 신설해 품질 검증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즉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작업에서 LAH 엔진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업체와 정부기관, 군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결함에 대한 원인 규명과 공정 개선안을 적용한 복구 조치가 조기에 진행됐다. 자칫하면 신형 헬기의 추락 사고로 커질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한 것이다.
기술적 부족함은 해결됐으나, 원천사의 제한된 공정 설명서로 아까운 국가적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육군의 핵심 전력화 일정에 지장을 줄 뻔한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또한 기존 LAH 엔진 국산화 계획보다 조립 공정의 기간과 비용이 늘어난 것도 방위사업청의 원가 보전을 받을 수 있는지 아직 불확실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번 LAH 엔진 균열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궁극적인 교훈은 명확하다. 아무리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우수한 엔진이라 할지라도, 해외 원천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면허생산 체제 아래에서는 언제든 이와 같은 전력화 공백과 구조적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국산화와 무기체계의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해외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을 넘어, 항공 엔진의 핵심인 가스터빈 독자 개발 능력을 완벽히 자립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IP(지식재산권)가 없는 엔진을 만드는 것에 대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정부와 업체, 연구기관이 한뜻을 모아 HAF4500 등 독자 엔진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핵심 기술을 적극적으로 축적하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 이번 사례가 대한민국 항공 엔진 산업이 면허생산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 독자 개발과 완전한 기술 독립국으로 성숙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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