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희토류와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정상들은 특정 국가가 자원을 수출 통제하는 등 자원 무기화 시도에 우려를 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특정 국가명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희토류 수출 제한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서에는 희토류 수입의 단일 국가 의존도를 2030년까지 60%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궁극적으로는 50%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우리는 핵심 원자재에 대해 훨씬 더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합의했다”면서 “초청국들과 함께 어떻게 다변화할 수 있을지 매우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고 밝혔다.
#현대 산업의 비타민
희토류는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등 원자 번호 57에서 71까지 15개 원소에 스칸듐(Sc)과 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의 총칭이다. 강한 자성을 띄거나 특정 파장의 빛을 정밀하게 내는 발광 특성 등으로 인해 대체재가 없는 물질들이다. 전기차와 AI 데이터 센터부터 로봇 공학 및 국방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기술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현대 산업의 비타민’(vitamins of modern industry)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특히 에너지 전환에서는 희토류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전기차 한 대에 희토류 자석이 2~5kg, 해상 풍력 터빈 1메가와트에는 약 500kg이 들어간다. 유럽의 경우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방침인 데다 풍력 발전도 계속 늘리고 있어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이다.
이름에 ‘드물 희(稀)’ 자가 들어가지만 사실 지구상에 드문 소재는 아니다. 다만 집중된 광맥을 찾기 어렵고, 찾더라도 추출이 어려운 게 문제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의존도 거의 100%인데…
G7은 광물 채굴부터 가공, 재활용 등 전 과정에 공동 투자와 산업 역량 확충을 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올해 들어 이미 195개 프로젝트가 발표됐고, 640억 유로(112조 원)의 투자가 모였다고 G7은 밝혔다. 공공·민간 자본을 동원해 지속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고, 개발도상국과의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러한 계획들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G7 핵심광물 탄력성 및 생산 동맹’도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선언은 나왔지만, 숫자를 보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유럽의회 싱크탱크(EPRS)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중희토류 100%, 경희토류 85%, 희토류 자석 98%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의존도 자체가 위험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자석 수입량이 크게 줄었고, 유럽과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유럽의 희토류 가격은 중국 대비 최대 6배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많은 잠재적 개발업체들이 자금 조달 제약, 규제 장벽, 사회적 반대, 그리고 기술적 차질에 직면하여 프로젝트를 연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30년이라는 마감 시한은 야심 찬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채굴과 정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걸리며, 깐깐한 유럽의 환경 규제(소음, 파괴 등)를 통과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목표를 맞추는 건 회의적이지만, 자급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이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주권은 지하에서 시작된다’
중국의 주요 광산은 노천 채굴이 가능한 구조인 반면 유럽의 희토류 매장층은 수백~수천 m를 파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단단한 결정질 암반 안에 갇혀 있다.
실제 유럽 최대 규모로 꼽히는 노르웨이 펜(Fen) 광산의 희토류는 지표면 아래 468m에서 1000m 사이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웨덴 키루나의 페르 예이에르(Per Geijer) 희토류 매장지 후보의 경우도 700m 부근에서 탐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존의 기계식 드릴을 이용한 채굴은 단단한 암반에서 마모가 빠르고, 그만큼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군 장교 출신인 막스 베르너 CEO가 독일 뮌헨에서 창업한 하데스 마이닝(Hades Mining)이라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의 슬로건은 ‘Sovereignty starts subsurface’. ‘주권은 지하에서 시작된다’는 뜻이다.
하데스 마이닝은 초고열 레이저로 암반을 굴착해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채굴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굴착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베르너 CEO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실험 결과 시간당 30~50미터를 굴착했다”며 “기존 방식 대비 수십 배 빠른 속도”라고 자신했다.
노천 채굴과 달리 환경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레이저 드릴로 뚫은 구멍에 광물을 녹이는 특수 용액을 흘려 넣으면, 암반 속 광물이 용액에 녹아든다. 그 용액을 다시 지표면으로 끌어올려 광물만 걸러내고, 남은 용액은 다시 땅속으로 보낸다. 구멍 하나로 넣고 빼는 일종의 닫힌 순환 구조다.
아울러 하데스는 이 구멍을 통해 지열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또 지구 밖 자원 시추까지도 겨냥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놓았다.
창업 9개월 만인 올해 2월 하데스는 1500만 유로(263억 원) 시드 라운드를 마감했다. 이례적인 속도다. 총 조달액은 2050만 유로(360억 원)다. 하데스는 2029년 첫 채굴 현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없으면 안 쓴다
새로운 접근 방법도 있다.급증하는 희토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이 캐내는 대신 아예 안 쓰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앨리스 앤 밥(Alice&Bob)은 이걸 택했다.
이 스타트업은 ‘희토류가 들어가지 않는 고성능 영구자석의 분자 구조’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에너지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ARPA-E)으로부터 390만 달러(60억 원)를 투자받았다.
줄리엣 페이로넷 앨리스 앤 밥 미국 총괄 매니저는 “희토류 원소를 사용하지 않고 고성능 자석을 설계하는 것은 재료 공학의 난제 중 하나”라며 “기존 컴퓨터로는 시뮬레이션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양자컴퓨터를 통해 새로운 자석의 발견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앨리스 앤 밥의 설명에 따르면 자석이 강한 자성을 띠는 이유는 원자 속 전자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움직임을 계산하려면 경우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아무리 빠른 슈퍼컴퓨터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기차와 풍력 터빈에 들어가는 네오디뮴-철-붕소(NdFeB) 자석이 1980년대 발견된 후 40년 넘게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양자컴퓨터가 이 계산 장벽을 깰 수 있다면, 수십 년째 풀리지 않던 문제의 답이 실험실이 아닌 모니터에서 먼저 나올 수도 있다.
필자 이정우는 17년간 언론사 기자로 자동차, 2차전지, 중공업 등 주요 산업을 비롯해 국방, 외교, 환경, 교육, 보건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담당했다. 특히 모빌리티 및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성 중심의 산업 구조 변화를 현장에서 취재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123팩토리'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정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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