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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변의 돈과법] 한국의 레몬법, 미국의 레몬법

2016.07.11(Mon) 09:24:13

토요타 급발진, GM 시동키 문제,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등 글로벌 차량 제조회사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의 ‘레몬법’ 미비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레몬법은 결함이 있는 자동차를 일컫는 미국 은어인 ‘레몬’에서 유래했는데, 지속적인 결함이 발생하는 자동차를 차량 제조사가 의무적으로 교환 및 환불해주도록 규정한 법이다.

   
 

레몬법의 영향으로 미국에서는 차량 제조사가 교환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구매가의 2배와 법정소송비까지 물게 하는 일도 있다. 레몬법을 둘러싼 분쟁은 미국에서 꽤 자주 발생하는 ‘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이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레몬권고규정(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법이라고 부르기 힘들다)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는 미국의 레몬법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소비자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의 레몬법을 살펴보자. 다른 미국 법이 그러하듯 레몬법 역시 주마다 다른데, 대표적인 것으로 캘리포니아 레몬법을 들 수 있다. 캘리포니아 레몬법에서는 차를 산 지 18개월 이내, 혹은 1만 8000마일(2만 9000km) 운행 이전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되면 유효하다. 레몬법 적용이 유효한 상황에서 부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큰 고장이 2회 발생했고 다시 3회 고장이 발생하면 차량을 환불할 수 있다.

큰 고장이 아니더라도 기타 고장이 4회 발생했을 경우 5회차에서는 환불할 수 있다. 여기서의 고장이란 동일한 부위 하자에 국한하지 않는다. 또 고장으로 인해 차량 사용불가 기간이 30일을 넘을 경우에도 역시 환불할 수 있다. 물론 사망이나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차량 안전 가치에 심대한 손상이 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비교하면 레몬법 조항 발생 요건이 훨씬 넓은 편으로 볼 수 있다. 

뉴욕주의 레몬법은 캘리포니아 레몬법과는 약간 다르다. 사용불가 기간이 30일을 넘으면 환불할 수 있는 점은 동일하다. 반면 적용시점은 구입 후 2년 이내 혹은 1만 8000마일 운행 이내로 기간이 좀 더 길다. 또 심대한 안전 가치의 저하가 있을 경우 레몬법이 즉시 발동되는 조항이 없다. 그리고 핵심 고장일 경우 3회차, 기타 고장일 경우 5회차 환불인 캘리포니아의 경우와 달리 뉴욕주에서는 구별 없이 4회차에서 레몬법이 적용돼 환불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레몬권고규정은 미국과 세부적으로 비슷한 점은 있다. 18개월 이내 혹은 1만 8000km 이전 중 둘 중에 하나라도 적용되면 해당된다거나 고장이 4번 발생하고 5번째 교환 혹은 환불해준다는 점이 그렇다. 반면 미국처럼 포괄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동일 결함이 발생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물론 가장 큰 차이는 의무와 권고다. 미국의 레몬법은 의무 사항이지만 우리나라의 레몬권고규정은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제대로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국내에서 직접 맡았던 사건 가운데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케이스가 있었다. 몇 번을 수리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또 다른 독일 차량 구매자는 자꾸 시동이 꺼지는 경우가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수리해도 시동이 지속적으로 꺼졌다. 이 구매자들은 환불이 불가능해 소송을 통해서라도 환불을 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레몬법이 미비한 탓에 환불은 불가능했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하반기에 국토교통부의 개정안이 나올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 개정안을 통해 한국법이 꼭 바뀌어야 한다. 이 기회에 미국 기준으로 따라가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레몬법이 많이 뒤쳐진 만큼 최소한 캘리포니아 수준의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동일 결함으로 인한 몇 번 이상 수리뿐만 아니라 다른 결함이더라도 누적 수리로 인한 운행 불능 기간이 30일 이상 넘었을 때, 차량의 가치나 안전이 크게 위험 받을 경우 등도 포함해야 한다. 

그렇다고 개정 이후의 판매된 차량에만 적용된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환경부에서 폭스바겐 EA189 구형엔진 장착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을 확인하고 판매정지 처분을 내리려고 하자 폭스바겐이 판매금지 대상 차량 전부를 스스로 구매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폭스바겐이 아니라도 또 다른 차량 제조사에서도 개정안이 적용되기 이전에 할인을 통해 차량을 팔아 치울 수 있다. 따라서 레몬법 적용기간 이내라면 소급해서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에게 집을 제외한 가장 큰 자산은 단연 자동차다. 중요한 자산인 만큼 확실한 보호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위에 열거된 문제점이 고쳐지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레몬법이 또 다시 등장하지는 않을지 하반기 국토부가 내놓을 개정안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까닭이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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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한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양국에서 변호사와 CEO(최고경영자)를 역임, 유니크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의 주된 업무분야는 M&A, 경영권 방어, 제조물책임(PL)이다. 대규모 M&A에 관여했고, 30대 그룹 경영권 방어 등을 수행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폭스바겐 배기가스 사건 등을 맡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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