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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가 다시 불러온 증강현실 열풍

구글 탱고, MS 홀로렌즈 등 활발…VR·AR·MR 가능성 주목

2016.07.19(Tue) 16:13:42

‘포켓몬 고’가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게 이제 일주일이나 됐을까. 포켓몬 고는 이제 그저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에서도 곳곳에 포켓몬스터를 찾아 사람이 몰려들면서 생기는 사건들이 속속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작 우리나라에는 출시되지도 않았지만 개발사의 실수로 속초 지역만 서비스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주 속초는 포켓몬스터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속초행 고속버스 표 자체가 희귀해졌고, 속초시는 갑자기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무선랜 안내도와 맛집 소개 콘텐츠를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했다.

   
포켓몬 고 게임 플레이 모습. 출처=포켓몬고

#포켓몬 고가 뭐길래

포켓몬 고가 뭐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까? 한 마디로 설명하면 가상의 캐릭터를 사로잡는 게임이다. 싸움이나 대결보다 얼마나 많은 포켓몬스터를 만나느냐가 게임의 관건이고, 앨범에 얼마나 많은 포켓몬스터를 모으는지가 목표다.

포켓몬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서 보면 가상의 캐릭터들이 보인다.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위치정보 시스템, 그리고 나침반 등 센서를 이용한 증강현실 기술을 게임에 접목한 것이다. 게임 자체도 아주 단순해서 포켓볼을 포켓몬스터에게 던져서 잡으면 된다. 말로 들어서는 딱히 재미있을 만한 요소도 없고 뻔한 게임이다.

이 게임이 왜 화제가 됐는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긴 하다. 초기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절에도 비슷한 게임은 많았다. 차이점이라면 포켓몬스터라는 캐릭터다. 이 때문에 포켓몬 고를 ‘지적재산권’의 승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에서 ‘뽀로로 고’ 같은 캐릭터 비즈니스와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이와 관계있다.

어쨌든 포켓몬 고는 새롭지 않지만 ‘새롭다’는 이미지와 함께 흥행에 성공했고, 증강현실 기술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관련 산업 검토가 시작됐고, 게임 기업들은 다시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들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시연 모습. 출처=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의 발전이 서비스 발전 이끌어

얼마 전까지 가상현실이 미래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들썩였는데, 이제 게임 하나로 다시 증강현실이 미래 기술로 지목되고 있다. 가상현실이 현재 위치와 관계없이 우리를 새로운 공간으로 데려가는 기술이라면, 증강현실은 현재 있는 공간에 가상의 환경을 끌어오는 기술이다. 포켓몬 고 역시 익숙한 내 방, 사무실, 음식점을 배경으로 몬스터가 튀어나온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책상, 의자, 테이블 등 사물의 형체를 읽어서 실제 물리적인 움직임도 보여준다. 또 하나의 현실인 셈이다.

사실 스마트폰 등장 초기에는 증강현실이 매우 주목받았던 게 사실이다. 카메라와 각종 센서, 그리고 통신 장비가 달린 스마트폰은 그동안 값비싼 전용 장비로만 접근할 수 있던 증강현실을 간단히 손바닥 안으로 옮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카메라 화질이 떨어지고 기기의 전반적인 성능이 부족해서 가상의 물체들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테이블 위에 가상의 물체를 세워두고 카메라를 이리저리 움직이면 그 물체가 처음 놓였던 곳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튀는 것이다. 결국 초기 증강현실 관련 앱들에 쏠렸던 관심은 상당 부분 가라앉았다.

대신 머리에 쓰고 보는 VR, 즉 가상현실이 떠올랐다. 오큘러스나 삼성전자의 기어VR, 구글의 카드보드 등은 머리에 쓰는 즉시 오는 충격이 대단하다. 게임으로서의 가치부터 산업, 교육까지 그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AR, 증강현실도 함께 성장해왔다. 다만 주목하지 않았을 뿐이다.

   
비행기의 현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er24)’. 출처=flightrader24

#이미 깊숙이 들어온 증강현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다. 홀로렌즈는 이름처럼 홀로그램을 이용한 증강현실 기기다. 카메라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눈앞의 투명한 렌즈에 가상의 물체를 홀로그램으로 띄우는 기기다. 발표 초기에 직접 써볼 기회가 있었는데, 방 안에서 홀로렌즈를 쓰자 방 안의 벽지가 바뀌기도 하고, 버튼 하나로 벽 뒤의 공간을 가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메시지가 오면 상대방이 내 앞에 서 있다. 영화 <킹스맨>에서 주인공이 안경을 하나 쓰자 회의실 각 자리에 세계 곳곳의 요원들이 앉아 있던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증강현실은 산업 분야에도 활발히 쓰이고 있다. 공장의 설계를 바꿀 때 설계도를 증강현실에 올리면 현재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실제 설비가 놓였을 때 위치가 불편하진 않은지 같은 정보를 실제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구글도 ‘프로젝트 탱고’라는 이름의 증강현실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테레오 카메라가 달린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변공간을 더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한 인테리어, 가구 앱이 이미 나와 있고, 앞마당에 실제 크기의 공룡을 풀어 놓거나, 구입하려는 자동차를 미리 타볼 수 있는 서비스 등이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다.

거창한 주변 기기가 없더라도 포켓몬 고처럼 간단한 앱들도 여전히 있다.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er24)’는 비행기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인데, 증강현실로 현재 위치 주변에 어떤 비행기들이 날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여행 정보 앱인 엠트립(mTrip)은 카메라를 비추면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 관광지와 숙소, 음식점 들이 어느 방향에,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게임도 게임이지만 실질적으로 내가 있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정보고, 거기에 주변 정보를 더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증강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선 왜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이 안 나오나”라고 투정부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당장 비슷한 게임을 만드는 게 관건은 아니다. 오히려 게임에 가려져 증강현실의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 신경 쓰는 것이 낫겠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어느 한쪽으로 쏠릴 일이 아니다. 이미 둘을 합친 MR(Mixed Reality) 기술이 나오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가상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데서 만들어지는 가치는 모든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결국 포켓몬 고가 열어준 건 또 다른 형태의 게임이 아니라 증강현실의 또 다른 가능성이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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