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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수준 청년실업률 ‘독대 펀드 1454억’ 실효성 논란

청년실업률 10.1% 악화 추세…기업들 돈 모은 펀드 실적 초라해 “폭발력 더 커”

2016.11.13(Sun) 20:40:51

경기가 부진하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 악화와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들며 신규 고용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신입 직원을 뽑을 인건비는 아까워하면서도 최순실 씨가 배후에 서 있는 각종 모금에는 수백억 원을 쾌척했다.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 씨는 재벌들의 돈을 모아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한 뒤 자신의 치부에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는 혐의가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독대한 것이 당초 의혹처럼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지원이 아닌, ‘청년희망펀드’ 문제를 논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되레 기업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면서 청년실업 문제까지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난 9월 23일 오전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취업박람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1~10월) 실업률은 3.8%다. 지난해(3.6%)보다 소폭 올랐지만 경제 사정을 보면 그다지 나쁜 수치는 아니다. 실제로 IMF(국제통화기금) 위기에 이어 2000년에 IT(정보통신) 버블이 붕괴됐을 당시 실업률인 4.4%에 비하면 크게 낮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올해 청년(15~29세) 실업률을 보면 10.1%에 달한다. 이러한 청년 실업률은 IMF 위기 당시인 1999년(10.9%) 이래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 실업률은 2012년 7.5%에서 2013년 8.0%, 2014년 9.0%, 2015년 9.2%로 매년 상승세다. 올해는 상승폭이 더욱 크게 뛰었다. 

 

청년 실업률이 급등한 것은 대기업들이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신규 고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CEO스코어’ 자료를 보면 30대 그룹의 올 상반기 직원수는 100만 560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겨우 8261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30대그룹 중 11개 그룹이 직원 수를 1년 전에 비해 줄였다. 

 

특히 해운과 조선 분야 타격 등으로 청년들의 일자리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직원 수가 3만 7686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664명 감소해 30대그룹 중 감소 인원이 가장 많았다. 삼성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건과 ‘최순실 재단’ 모금 사건 관련 재벌 총수 수사 등을 고려하면 내년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이처럼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와 독대한 것이 미르나 K스포츠재단이 아니라 청년희망펀드 문제를 논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청와대 오찬에 부른 대기업 총수 17명 중 7명을 따로 불러 독대를 했다. 

 

두 달 후 박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한 공익신탁형식 재단 설립을 제안한 뒤 1호 기부자로 2000만 원을 냈고, 이후 한두 달 사이에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기부했다. 덕분에 청년희망펀드는 그 해 11월 말 900억 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현재까지 모인 자금은 직접 기부금 1026억 원, 공익신탁자금 428억 등 총 1454억 원이다.

 

문제는 이 돈이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해 제대로 쓰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희망재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비현실적인 사업 진행에 대한 비판이 나오며, ‘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된 차은택 씨가 연루된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희망재단 측은 차은택 씨와 관련이 없으며 재단 출범 이후 이달 7일까지 청년 4만 6189명에게 고용서비스를 제공해 1223명의 취업자를 배출(2.65%)하는 등 실적이 매우 초라하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올해 청년 실업자가 45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 대통령 관심으로 출범한 청년희망재단의 고용서비스를 받은 청년 40명 중 1명 정도가 취업했다는 얘기를 초라하지 않다고 평가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는 의문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불경기에 기업에게 돈을 내게 하면 결국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여서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을 줄인다며 기업들의 고용을 오히려 방해한 셈이다”며 “만약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차은택 연루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 치부를 위해 청년 실업까지도 이용한 게 된다. 20대의 박 대통령 지지율이 0%인 상황에 사안의 폭발력은 미르나 K스포츠 재단 문제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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