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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 본 탈북민들 ‘북 도발 걱정과 놀라움’ 복잡다단

“북한에겐 정말 좋은 기회, 조심해야”와 “100만 모인 광화문 집회, 놀라울 따름” 공존

2016.11.17(Thu) 15:56:29

70년여에 걸친 김씨 독재를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국민이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은 생경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전혀 다른 체제를 겪은 뒤 큰 기대를 안고 한국 땅에 정착했기에 탈북민들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유독 복잡한 생각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비즈한국’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탈북민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봤다.

 

탈북민들은 “최순실 게이트는 북한 입장에서는 주민들에게 남한 체제를 깎아내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탈북자 수용교육시설 하나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하는 국회의원들. 사진=비즈한국 DB

  

지난 2002년 탈북해 현재 전주기전대 군사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주승현 ​교수(35)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탈북민들의 의견은 상반되는 양상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변 사람들은 우선 탈북민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똑같이 놀라는 눈치”라면서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북한 체제를 경험했기에 ‘그래도 이 정도면 봐 줄 만하다’거나 오히려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에 ‘북한보다 나을 것이 없다’, ‘탈북이 잘못된 선택 같다’는 식으로 크게 실망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번 사태가 북한에는 여러모로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흔치 않게 큰 게이트기에 남한이 북한 체제에 대해 우월성을 주장하고 남한 주도의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데 북측이 더욱 자신 있게 반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그동안 기득권의 부정부패와 자본주의 폐해를 강조해 온 북한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민들에게 이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의 주장대로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연일 집중 보도하고 있다. 북측의 보도는 대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여론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 15일에는 처음으로 국제회의 석상에서도 북측은 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했다. 북한의 리성철 참사관은 유엔 총회에서 “북한을 중상모략하는 인권결의안 내용은 북한이 2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는 여성 샤먼 말에 사로잡힌 남한 정부의 거짓말”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일부 탈북민들은 최순실 사태의 잘못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그러는 사이 북한의 위협을 잊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현재 탈북민의 한국사회 안착을 돕는 사회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는 “최순실 게이트는 어쨌거나 이미 터진 사건이다. 비리보다 더 위험한 건 누가 뭐래도 북한의 공격”이라며 “우리는 북한 사회를 겪어봤기 때문에 이번이 김정은에게 얼마나 좋은 침략의 기회인지 잘 안다. 강도가 눈앞에 있는데 집 안 싸움하는 격이다. 김정은이 우리 사정 봐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 집회’에서 보여진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은 많은 탈북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모습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일부 탈북민들은 북한에 있을 때는 상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자유롭게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의 모습에 놀라움을 표했다. 북한을 탈출해 2006년 대한민국에 입국한 대학생 김필주 씨(31)는 “북한 출신 친구들도 이번 광화문 집회에 많이 참여했다”며 “그 친구들이 시위에 참여한 이유는 일단 최순실 사태는 어쨌거나 잘못되었기 때문이고, 꼭 대통령을 하야시키지 못하더라도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한다는 데에 큰 의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다른 탈북민들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게이트가 북한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북한 언론은 세뇌교육 식으로 남한의 문제점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그대로 믿는 주민들도 있을 것”이라며 “한류 등의 영향으로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을 신뢰하는데 이번 사건이 정말이라는 것이 중국 쪽을 통해 확인되면 남한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탈북민 1호 박사’로 알려진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한국에 입국한 지 5년 이상 된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지만 탈북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친구들은 특히나 어안이 벙벙해 하고 혼란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탈북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묻자 안 소장은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준다. ‘노동신문’은 연일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시위·집회·결사의 자유가 없는 북한의 주민들은 민중혁명 정도로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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