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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인사이동②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자리로 가기 위한 지혜

직속 상사 통해 자신의 상황 어필해야…성실함과 원만한 동료 관계가 가장 든든한 지원군

2023.04.19(Wed) 15:38:29

[비즈한국] 이제는 한풀 꺾인 듯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MBTI 광풍이 불었다. 어김없이 찾아온 인사이동 시즌을 앞두고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인사팀으로 배치받은 지 2개월쯤 된 인턴사원 Y가 ‘인사이동에 MBTI를 활용하면 어떨까요?’라며 아이디어를 냈다. 나름 야심 차게 기획안도 써 왔는데 인터넷에서 갈무리한 것이 분명한 성격유형별 궁합표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이 자식. 진심이구나.

 

이직 뿐만 아니라 조직 내 자리를 옮길 때도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적당한 전략이 필요하다.

 

기획안 발표를 마친 Y는 칭찬을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직원들의 성격과 성향을 미리 파악해서 직무와 적합한지 판단하고, 성격 궁합이 좋은 구성원들로 배치하면 조직운영도 더 수월하지 않겠냐며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자화자찬했다. 참고로 자기는 누구든 조금만 겪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100% 확률로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팀장님은 ENTJ라서 저하고 궁합이 잘 맞는 것 같고요, A 대리님은 INTJ, B 대리님은 ENFP…’하며 청산유수로 읊길래 “이왕이면 사주명리학까지 접목해서 좀 더 발전시켜 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 정도 적중률이면 회사보다는 신당을 차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라고 진지하게 답해주었다.

 

자기 성격의 장단점을 기술하라는 질문은 회사 입사지원서나 면접 과정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단골 항목이다. 좋게 보면 당신이라는 사람을 PR해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행간에 숨은 특이점을 찾아보고 혹시나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있진 않은지 걸러 보겠다는 내심의 의사가 있기도 하다. 이런 질문 자체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솔직히 답할 것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그 내용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자기 기술하면서 보기와 다르게 감정 기복이 심하고 사람을 잘 믿지 못하며 매사 근성이 부족하다(모두 필자 본인의 이야기다)고 적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MBTI 와 같은 성격유형검사 또한 마찬가지다. 때문에 어떤 사람의 성향이나 행동을 이해하는데, 아주 작은 참고 자료가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도구나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쉽게 말하면 인사 부서에서 당신을 잘 알고 있으니 적당히 알아서 부서배치 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라는 이야기다. 당신이 제공한 인적 사항을 제외하면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인사고과와 조직 내에 돌아다니는 당신의 이름 석 자에 대한 평판이 그나마 인사팀이 수집할 수 있는 최대한이다. 그나마도 인상적인 내용이 없다면 ‘원 오브 뎀(무리 중 한명)’이 되기 십상이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것조차 어려운데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속속들이 알 수 있겠는가.

 

결국 이직과 마찬가지로 조직 내에서 자리를 옮길 때에도 평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나마 경력직 이직의 평판 조회와 다른 점은 평소 회사를 다니면서 전략적으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언제나 밑밥을 깔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든지, 전문성을 키우려고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는 식의 업무역량에 대한 PR도 좋고, 결혼 혹은 출산계획이 있다거나 이사 예정이라거나 가족의 건강 상황, 재정 상태 등 개인사에 특정 이슈가 있다는 것을 직속 상사와 주위에 적당히 알려둘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때를 봐서 적당히’와 ‘밑밥의 순서’이다. 반드시 자신의 상사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 주변에 먼저 알렸다가 상사가 뒤늦게 소문을 듣게 되면 오히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쉽다. 아무리 지금 내가 하는 업무가 별로고 팀(혹은 팀장)이 마음에 안 들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결국 인사이동의 키는 지금 나의 상사가 쥐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또한 개인사와 관련한 밑밥깔기는 너무 자주 하면 징징이가 되기 쉽고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니 때를 노려 적당히 해야 한다. 낚시를 할 때도 무분별하게 아무 곳에나 뿌리는 떡밥은 회수도 안 되고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킨다.

 

내 직속 상사와 어느 정도 상황이 공유되었다면 다음은 이동하고 싶은 부서나 직무 분야에 안테나를 세우고 그 부서에 있는 선배(이왕이면 조직 내에서 높은 신뢰도를 갖고 있는 일잘러 타입으로)를 공략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선배님(대리님, 과장님), 커피 한잔하시죠’로 접근하기보다는 ‘최근에 게시판에 공유된 내용 잘 봤습니다’와 같이 업무와 관련한 피드백을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아주 사소한 연결고리도 좋다. 내가 그 업무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며, 언제든 도움이 될 준비가 되어있다고 어필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이 아무리 적성에 안 맞고 지겹다고 할지라도 겉으로 티 내거나 미리부터 인사이동 될 것처럼 김칫국을 마셔서는 안 된다. 정 힘들다면 그런 척 코스프레라도 하길 바란다. 팀 동료들에게 하던 일 다 팽개치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싶어 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만큼 무책임한 것도 없다. 지금 부서의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해 두는 것은 나중에 어느 부서로 이동하더라도 큰 자산이 된다. 그들이 나의 평판을 조회할 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매일매일의 성실함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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