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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 15차 재건축 시공권에 설계도까지 뺏긴 대우건설, 항소심도 패소

대우건설 "저작권 귀속 포함된 계약 불공정" 주장했으나 인정 안 돼…상고 포기

2023.06.16(Fri) 10:48:12

[비즈한국] 대우건설이 시공권을 빼앗은 재건축조합의 설계도 사용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에서 또 패소했다. 회사는 공사계약이 해제됐는데도 종전 시공사 설계안을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이고, 이 저작권을 조합에 귀속하도록 규정한 입찰 지침이 불공정 약관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우건설은 상고를 포기하고 손해 배상 소송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이 시공권을 빼앗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설계도 사용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에서 또 패소했다. 사진은 2020년 10월 대우건설이 유치권을 행사하던 사업 현장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이광만)은 지난 4월 20일 ​대우건설이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사업 입찰 당시 제안한 설계도면을 조합이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낸 항소심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저작권 귀속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대우건설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5월 13일 확정됐다.

 

분쟁의 중심에 선 설계도면은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제안한 대안설계다. 대우건설은 2017년 8월 이 단지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당시 조합에 입찰제안서를 내면서 조합 설계 원안에 대한 특화 및 대안 계획을 함께 제출했다. 이후 사업시공자로 선정돼 2017년 9월 도급계약을 맺고 이듬해 1월 이 설계개선안을 제출했다.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에 제안한 주요 설계개선안은 △독립된 알파룸(카바나)이 있는 단위세대 도입 △복층형 거실을 가진 단위세대 도입 △주민공동시설 대규모 선큰(Sunken) 도입 △복층 라운지 구조의 호텔식 로비 도입 △동별 드롭오프존(Drop-off Zone) 설치 등이다. 대우건설은 설계개선안 중 일부 도면에 대해 저작권 등록도 마쳤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도급계약 2년 만에 조합에 시공권을 빼앗겼다. 공사비 증액과 계약상 의무 이행을 두고 대우건설과 분쟁을 벌이던 조합은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2019년 12월 도급 계약 해제를 통보했고, 이듬해 4월 삼성물산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했다. 수차례 설계가 변경되면서 공사는 2021년 9월 최종 변경 인가를 받고서야 ​​시작됐다.

 

그런데 인가를 받은 변경설계안에 대우건설 측 설계개선안이 반영됐다. 조합이 시공사 선정 입찰에 앞서 교부한 입찰참여안내서에 따르면 입찰자가 특화 또는 대안계획서를 제출하는 경우 제출된 계획서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조합에 귀속되고,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향후 설계변경시 응용 또는 활용될 수 있다. 입찰참여안내서는 도급계약 일부로 규정했다.

 

신반포15차아파트(래미안 원펜타스) 재건축사업 조감도. 사진=삼성물산 제공

 

대우건설은 계약 해제 직후인 2020년 2월 설계개선안에 대한 저작권침해소송을 제기했다. 공사계약을 해제했음에도 대우건설 설계개선안을 반영한 변경안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나아가 저작권 귀속을 정한 시공사 선정 입찰참여안내서가 약관규제법에 따른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이런 주장이 모두 이유가 없다며 기각했다. 입찰참여안내서를 받은 대우건설이 시공사 선정 입찰에 응해 설계개선안을 제출한 이상, 저작권 양도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성립됐다는 것. 재판부는 이 지침이 ‘시공사 선정 여부와 관계 없이 향후 설계변경 시 응용 또는 활용될 수 있다’고 정하기 때문에 시공자 지위가 상실되는 경우에도 저작권 귀속조항은 적용된다고 봤다. 또 이 지침은 약관에 해당하지도, 불공정하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저작권 귀속을 인정한 1심 판결을 인용했다. 하지만 1심과 달리 입찰참여안내서를 약관으로 해석했다. 약관규제법에 따르면 약관은 계약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마련한 계약 내용을 말한다. 재판부는 “입찰에 참여한 다수 시공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뿐만 아니라 피고가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것으로 향후 공사계약 내용에 편입될 예정됐기 때문에 약관에 해당한다”고 봤다.

 

서울고등법원은 저작권 귀속을 정한 이 약관이 불공정하지는 않다고 봤다. 입찰참여안내서가 정비사업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서울시가 고시로 정한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기준’을 그대로 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 귀속 조항이 다수 정비사업에서 거래 관행이 된 점 △대안설계가 조합 측 원안설계가 있어야만 작성할 수 있고, 조합은 저작권 귀속조항을 전제로 입찰자에게 설계원안을 제공하는 점 △이 조항이 없을 경우 시공자의 일방적 저작권 주장으로 정비사업 자율성과 원활한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점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설계개선안) 제출 경위나 내용, 정비사업의 효율성 및 자율성, 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저작권 귀속조항은 그 내용, 근거, 필요성 및 형식에 있어서 합리성이 인정되고 입찰자의 정당한 이익이나 합리적 기대에 반해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편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되찾으려는 대우건설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조합이 부당하게 계약을 해제했다며 법원에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해 2021년 10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이듬해 1월 대법원에서 확정했다. 하지만 조합은 2심 판결이 나오자 2021년 10월 새로운 사유를 들어 또 한 번 대우건설과의 계약을 해제했다.​

 

대우건설 측은 “해당 소송에 대해 상고를 하지 않은 것은 맞다”며 “현재 계약 해지와 관련한 손해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만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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