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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언제 되려나…시범사업 중인 제주의 실상

개인 매장은 미적용, 프랜차이즈는 형평성 지적…보다 치밀한 실행계획 필요해

2023.07.21(Fri) 15:20:34

[비즈한국] 2022년 6월 10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무기한 연기된 지 1년이 지났다. 당초 환경부는 2020년부터 전국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2022년 5월 시행 시점을 12월로 연기했다. 그런데 2022년 9월 돌연 전국 시행이 아닌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만 시범운영을 하겠다고 발표한 거다. 그러나 전국 도입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결국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면 도입이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비즈한국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7개월째 시범사업 중인 제주도 현황을 살펴봤다.

 

2022년 12월부터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국제공황에 있는 일회용컵 무인 반납기기 모습. 사진=전다현 기자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면 도입 사실상 무산…세종·제주도에서만 시범 운행 중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음료 주문 시 일회용 컵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부과하고, 컵을 반납하면 이를 돌려주는 제도다. 환경부에서 책정한 보증금은 300원이다. 

 

2020년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2002년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했다가 2008년 폐지된 후 14년 만에 다시 도입되는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컵을 주로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제과점‧패스트푸드점(가맹점 기준) 수는 2008년 3500여 곳에서 2018년 3만 549곳으로 증가했다. 1회용 컵 사용량도 2007년 약 4억 2000만 개에서 2018년 25억 개로 증가했다. 

 

환경부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을 결정한 이유는 낮아진 일회용 컵 회수율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컵 회수율은 2009년도 37%에서 2018년도에는 5%로 대폭 낮아졌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린피스와 충남대 장용철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17년 65개에서 2020년 102개로 4년 사이 56.9% 증가했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온실가스를 기존보다 66% 이상 줄이고, 연간 445억 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할 거라 봤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약 2년간의 준비기간 후 2022년 6월 10일 본격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환경부에서 돌연 업계 반대 등을 이유로 시행을 유예했다. 이후 2022년 12월부터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만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하는 카페는 어디? 참여 매장 찾기 어렵고 반납 힘들어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관리하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제주도 350개, 세종시 176개 매장으로 총 526개 매장이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참여 매장에 컵 반납이 가능한 건 아니다. 같은 브랜드이거나 무인회수기 등에만 반납할 수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운영 방식. 자료=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판매자는 일회용 컵에 보증금 표시 라벨 스티커를 부착해 판매하는데, 매장마다 일회용 컵을 통일하진 않는다. 기존에 사용하던 일회용 컵과 동일한 재질에 스티커만 부착해 운영할 수 있다. 

 

환경부는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 라벨비(개당 6.99원), 보증금 카드수수료(개당 3원), 표준용기에 대한 처리지원금(개당 4원) 등을 지원해 카드 수수료 비용 등의 우려를 낮췄다(관련기사 [현장] '보증금 300원' 카드수수료를 매장이 부담? 일회용 컵 보증금제 불만 이유). 소비자에게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 200원을 추가로 제공해 사실상 500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매장의 총 반환율은 60.8%로 세종시 48.3%, 제주도 62.3%다.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적극적인 행정과 규제 정책으로 높은 반환율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개인 매장은 참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컵을 반납할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이라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제주도에 있는 대부분의 개인 카페 등에선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규모가 큰 일부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유명 관광지로 알려진 카페 10여 곳을 방문했다. 그러나 모두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주도민 A 씨는 “300원을 내고 일회용 컵을 사용한 후에 반납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그냥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전했다.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참여하는 매장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부분 가맹점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점 특성상,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으로 인한 업무 가중을 점주들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도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업무가 굉장히 늘었다. 하루에 몇백 명의 손님이 방문하는데, 여기에 일일이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수거할 때도 문제다. 컵에 스티커를 여러 개 붙여 보증금을 많이 돌려받고 컵은 하나만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카페 점주 C 씨는 “억울하다. 안 하면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제주도에서는 협박하는데, 전국 시행도 아니고 특정 지역에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프랜차이즈 점주들 사이에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보이콧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제주도는 대상 매장을 확대하고 라벨 부착 방식을 개선하는 용역을 시행하는 등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보다 스타벅스와 SK텔레콤 등이 적용하고 있는 ‘해빗컵’이 더 효과를 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아예 도입하지 않았는데, 리유저블 컵 반납 제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제주도 전역 매장에 테이크아웃 시 1000원 보증금을 받고 리유저블 컵에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로고 없이 같은 컵을 사용하기 때문에 참여 매장이라면 모두 반납이 가능한 방식이다.

 

스타벅스는 제주도와 세종시 전역 매장에 일회용 컵 제공을 중단하고 리유저블 컵을 사용한다. 1000원 보증금을 받고 반납 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에서 진행하는 다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진행한 거다. 환경부와 SK텔레콤이 협약해 진행하고 있다. 반납기만 있으면 스타벅스가 아닌 다른 카페에서도 반납이 가능하다. 현재 제주도와 세종시 전 매장, 서울에도 10개가량 매장이 시행하고 있다. 회수율도 70%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회용컵 보증금제 역시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현재 진행하는 다회용컵 보증금제도 일회용 컵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컵이다. 영구 사용이 아닌 20회가량 사용 후 폐기되기 때문에 결국 일회용 컵 사용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미래는? 전문가들 “환경부 의지 약해”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면 시행 여부에 대해 “1년 정도 시범 사업을 모니터링하고 그 후 개선 방안과 확대 방법 등을 종합 평가 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비즈한국에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에 대한 환경부의 의지가 약하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규제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는 제주도는 참여율이 비교적 높은데, 세종시는 다소 떨어진다. 환경부도 문제가 있다. 법은 시행됐는데, 갑자기 시범사업으로 2개 지자체만 한다고 한 것은 환경부가 법을 어긴 것이다. 현재로선 확대할 계획이 없어 보이는데, 로드맵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백나윤 활동가는 “정부에선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전국 시행을 위해 확대해나가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도 환경부에서 책임지고 관리하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시범사업을 하는 지역에서도 보이콧 하겠다는 매장이 굉장히 많다. 매장 자체적으로 인력, 보관, 관리 등의 비용을 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에서 의지를 가지고 규제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친환경 정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그 자체만으로는 환경을 돕는다는 의미가 미약하다. 그러나 다회용 컵 사용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는 있다고 본다. 제주 내 다회용컵 보증금을 대여하는 카페가 늘어나는 현상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업계에서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재활용이 플라스틱 오염의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재사용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의 홍수열 소장은 “스타벅스가 도입한 다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성과로 봐야 한다. 일회용 보증금제도를 피하기 위해 다회용컵을 쓰도록 유도한 셈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현가능성 역시 적다는 지적이다. 한국폐기물협회 폐기물 분야 전문가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처음 시행 때부터 문제가 많았다. 치밀하게 제도를 만들고 규제 대상자와 소비자, 행정 등을 다 고려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 일회용 컵 사용을 규제한다는 점은 환경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필요하지만,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실제 시행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2년간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이 부분도 부족했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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