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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의 봄' 왔지만 '영화관의 봄'은 아직…멀티플렉스 인력 감축 계속된다

예매, 음료, 입장 등 '셀프' '무인' 확대…직원들 "업무 가중" 관객들 "서비스 질 저하" 우려

2023.12.13(Wed) 16:26:40

[비즈한국]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통상 관객 수가 월 1300만 명을 넘겨야 수익을 낸다. 하지만 팬데믹 시기 관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누적된 적자는 아직까지 영화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지난해보다도 실적이 악화했고 3년 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선 CJ CGV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3사는 비용 절감을 목표로 현장 인력을 줄이고 무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데 현장의 업무 가중이나 서비스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멀티플렉스 3사가 무인화 전략을 확대하면서 현장 근무 인력의 업무 가중이나 서비스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왼쪽)과 메가박스 코엑스점 자율입장 안내(오른쪽). 사진=강은경 기자


#‘인건비 아끼자’ 팬데믹 끝났지만 ‘비대면 입장’ 정착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현재 자율입장을 병행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일부 상영관에 한해 자율입장을 비교적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반면 롯데시네마는 그 비중이 높다. 

각 사가 주력하는 핵심 매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예술영화관 한정 자율입장이 진행됐다. 같은 날 오후 3시 무렵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은 전 상영관이 무인 입장이었다. 롯데시네마 직원은 “영화 시작 전 (검표용) 태블릿에 표시된 구매 좌석과 실제 관객 착석 여부를 비교해서 다르면 표를 확인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상영관 앞에서 10분 전부터 대기하면서 나이 확인이 필요할 때 검사한다”고 말했다.

메가박스는 매장마다 자율입장을 시행하는 비중이 다르다. 경기도의 한 메가박스 직원은 “평일·주말로 자율입장 여부를 정하는 건 아니다. 관람 인원이 일정 기준을 넘기면 직접 입장을 관리하고, 관객 수가 적으면 무인으로 입장한다”고 말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직원이 대면해 검표한다. 지점마다 관객이 많이 몰리는 요일이나 시간대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상황에 맞게 기준을 적용한다”고 전했다. ​

서울의 CGV 상영관 입구. 사진=강은경 기자


반면 CGV는 3사 중 유일하게 자율입장제를 운영하지 않는다. CGV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일부 지점에서 환경 상 자율입장을 했으나 현재는 대면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직원이 티켓을 확인하고 안내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바·젊은 직원 고통 짊어져” 내부 불만에 현장 혼선도

지난 주말 극장가는 개봉 3주 차에 누적 관객 700만 명을 기록한 영화 ‘서울의 봄’ 덕에 모처럼 훈풍을 맞았다. 동시에 현장 직원들의 업무 가중 문제가 터져 나왔다. 롯데시네마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최근 익명 커뮤니티에 “영화 보러 오지 말라”는 글을 올리면서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된 근무 현실을 고발한 글은 영화관 현장 직원들의 공감을 샀다.​

서울의 롯데시네마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A 씨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르바이트생과 젊은 직원들이 고통을 짊어지는 구조”라며 “대부분 무인 입장이지만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나 흥행 영화가 개봉하면 웰컴(입장) 업무가 추가된다. 바쁜 파트로 지원 나가다 보면 휴식 시간도 놓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성수기 기준 바쁠 땐 매표에만 3명, 매점에 6~7명이 배치됐던 코로나 이전과 달리 지금은 주말 근무 인원이 절반 수준이다. CGV 미소지기(아르바이트생) B 씨는 “매점은 배달도 받고 영화표 변경이나 취소, 분실물 관련 등 다양한 문의를 소화한다. 요새 상영 시간이 겹치는 때에는 정말 바쁜데 두세 명이 현금결제나 어르신들의 결제 요청까지 받다 보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주말을 맞아 방문한 경기도의 메가박스 상영관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관람객 이 아무개 씨는 “다들 왜 상영관에 못 들어가고 서 있나 했는데, 직원이 나와서 청소가 덜 끝나 마무리하고 입장을 도와주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씨가 예매한 영화 상영 시각은 오후 4시 35분. 본래 4시 20분부터 입장을 시작되지만 이날은 검표 시작까지 시간이 조금 지체됐다. 그동안 상영관 입구는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 20여 명이 점차 모여들어 북적였다. 

과거 영화관에서 근무했던 진 아무개 씨(30)는 입장 지연 사례를 두고 “결국엔 바빠서 미뤄지는 것”이라며 “명절 대목 등 성수기에 청소를 미처 끝내지 못하고 급하게 정리하는 경우가 있긴 했다. 코로나 때에는 인력이 부족해 매니저까지 청소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는데, 그때보단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관객 수 대비 현장 인원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핵심 매장부터 매점 무인화 스타트…롯데, 내년 인건비 더 줄인다   

매점은 주문부터 음료 서비스까지 무인화가 확대되고 있다. 올해 CGV 용산아이파크몰점과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직접 음료를 따라 마시는 ‘셀프소다존’을 마련해 음료서비스를 분리했다. 일부 매장은 매점 상주 인력이 없을 때 직원을 부를 수 있도록 계산대 앞에 호출벨을 설치했다. 3사 모두 무인기계를 이용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 바로 팝콘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적극 홍보 중이다.

사진=강은경 기자

CGV 용산아이파크몰​(위)과 메가박스 코엑스점에 마련된 셀프소다존. 사진=강은경 기자


관람객 장 아무개 씨(32)는 “내가 예매한 좌석에 다른 관객이 앉아 있어 직원 호출벨을 눌렀으나 바로 오지 않아 그냥 근처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본 적도 있다”며 “인건비 부담은 이해하지만 이런 상황을 겪고 나니 티켓 값이 더 비싸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3사는 팬데믹 기간 3년간 1000원씩 세 차례 관람료를 인상했다. CGV가 먼저 총대를 매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따라 가격을 올리는 식이다. 현재 일반 시간대 기준 일반상영관의 성인 티켓 가격은 주중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이다.​​

롯데컬처웍스는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내년 인건비를 올해보다 20% 감축하기로 했다. 사진=강은경 기자


무인·자율화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셀프소다존은 주요 점포를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CGV 관계자는 “셀프소다존의 경우 음료가 부족하면 추가로 더 따를 수 있기 때문에 고객 편의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쳐웍스는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내년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본사·지역 조직 슬림화와 함께 영화관 현장 인력도 감축한다. 올해 대비 인건비를​ 20% 절감하겠다는 방침이라 현장 근무 인원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영화 산업 침체기를 겪으면서 멀티플렉스와 배급사 사이 간극이 커져 수요 예측에 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인화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소비자 불만이나 내부 잡음 없이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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