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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도입 1년, 현대카드가 얻은 것과 잃은 것

6개월 지나자 신규 고객 유입 효과 사라져…소액 결제 비중 높아 타 카드사는 제휴에 '미지근'

2024.03.14(Thu) 17:34:05

[비즈한국]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국내 도입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애플페이의 한국 상륙은 카드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된 스마트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력이 컸다. 현대카드도 각종 지표가 상승하며 업계 2위까지 노리는 등 수혜를 누렸다. 하지만 신규 제휴사 진입, 소비자 신뢰 악화, 수수료 부담이라는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상승세를 유지할지 미지수다.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국내에 들어온 지 1년이 되어간다. 사진=이종현 기자

 

최근 현대카드는 적립 특화 카드인 ‘M 부스트’ 사용자에게 응모를 통해 최대 12만 원을 돌려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3~4월 중 M·M2·M3 부스트 카드로 20만 원 이상 결제와 함께 앱 카드 등록 또는 애플페이에 추가하면 11만 원을 주고, 이 조건을 달성한 사용자가 5월 중 애플페이로 1만 원 이상 결제하면 1만 원을 돌려준다. 응모 기간은 3월 27일까지다.

 

페이백 조건은 단순하지만 12만 원을 받으려면 꼭 애플페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응모 자격은 직전 6개월(2023년 9월 1일~2024년 2월 29일)간 본인 명의의 현대카드(개인) 결제 이력이 없어야 한다. 주력 카드의 신규·장기 미사용 고객으로 애플페이 사용자까지 늘리는 방책인 셈이다.

 

애플페이 도입 1주년을 앞두고 이벤트가 나오자 신규 제휴사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아이폰 이용자 사이에서 타 카드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고, 1년이 지나면 신규 제휴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해서다. 애플페이는 2023년 2월 8일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하고 3월 21일 현대카드와의 협업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카드사가 애플과의 제휴에 나선다는 추측이 쏟아졌지만 협업한 곳은 없었다. 사실상 현대카드가 독점 운영한 셈이다. 후보로 특정된 업체들도 서비스 확정 소식을 내지 않았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KB국민카드는 “정해진 것이 없다”라며 말을 아꼈고, 신한카드는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BC카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상륙 초기의 열기와 달리 업계에서도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별도 단말기 보급, 높은 수수료, 삼성페이와의 관계 등은 빠르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애플페이 주요 사용처가 편의점이라 결제 금액이 크지 않은 것도 업체들이 조급하게 나서지 않는 이유 같다”라고 말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A 씨(30)는 “애플페이 주 사용처는 편의점이다. 지갑을 꺼내지 않아도 돼 편하다”며 “영세 매장이나 식당에서는 매번 애플페이가 되는지 확인하기 번거로워 자연스럽게 카드나 현금을 쓰게 된다”라고 전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애플페이를 개시한 2023년 3월 현대카드의 개인 신규 회원 수는 20만 3000명으로 전업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 중 가장 많았다. 전년 동기 12만 6000명과 비교하면 61.1%나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반년이 지나자 출시 열기는 사그라졌다. 2023년 9월 현대카드 신규 회원 수는 10만 5000명으로 1년 전 13만 명(2022년 9월)보다도 적다. 2023년 12월 현대카드의 전체 개인 회원 수는 1205만 6000명으로 전년 동기(1135만 2000명) 대비 증가 폭이 6.2%에 그쳤다.

 

현대카드는 카드사의 점유율 지표로 여겨지는 개인 신용 판매 취급액(개인 회원의 일시불, 할부, 현금서비스 등 사용액)도 2위까지 끌어올렸다. 2023년 12월 개인 신용 판매 취급액은 현대카드가 약 11조 930억 원, 삼성카드가 약 10조 5302억 원이었다. 다만 2023년 카드사 전체 취급액은 업계 2위인 삼성카드(약 128조 원)가 현대카드(약 122조 원)보다 앞섰다.​

 

현대카드가 적립 특화 카드인 M 부스트 시리즈 신규·장기 미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12만 원 페이백 이벤트를 열었다. 애플페이 추가와 결제가 페이백의 필수 조건이다. 사진=현대카드 홈페이지


이 같은 지표 개선에 업계에 지각변동이 올지 주목됐지만, 현대카드가 상승세를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현대카드가 알짜 카드를 없애거나 혜택을 줄이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졌기 때문. 지난 2월에는 ‘현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플래티넘(현아플)’과 ‘제로에디션 2’가 단종됐다. 프리미엄 카드인 현아플은 연회비 100만 원이라는 장벽에도 혜택이 많아 주목 받았으나, 재출시 후 혜택이 감소해 비판을 받았다. 실적 제한 없는 적립 카드인 제로에디션2는 생애 첫 신용카드로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시장에서 사라졌다.

 

현대카드 사용자 B 씨(32)는 “제로카드로 시작해 현대카드만 썼는데, 카드뿐만 아니라 회원 전용 포인트몰(M몰)에서도 혜택을 줄이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고급 호텔 패키지라면, 숙박 상품은 유지하지만 부가 시설 이용 같은 세부적인 혜택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식이다. 오래 사용했는데 갈수록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카드 개편을 거칠수록 소비자 혜택이 감소한다는 지적에 현대카드 관계자는 “변화하는 고객의 취향과 소비 패턴에 맞춰 상품의 혜택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기 카드를 단종하거나 혜택을 축소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카드 업계는 결제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대에 그친다. 이 때문에 2023년 국정감사에서도 현대카드와 애플을 향해 “높은 수수료율로 수익성이 나빠지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편 애플페이의 도입을 주도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돼 2003년부터 이어온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임추위는 정 부회장이 “디지털 역량 극대화 통한 미래 성장동력 발굴 및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를 꾀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간다”라고 평가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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