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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대형병원 병상 6600개 신축" 뭐가 문제일까

'사실상 신고제' 이미 6000개 허가…병상수 늘면 인력·인프라 쏠림도 심화 "지역의료 살리기 역행"

2024.04.24(Wed) 09:49:31

[비즈한국]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형병원이 추진하는 ‘6600병상 신축’을 정부가 제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이 대폭 늘어나는 병상에서 일할 인력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하고 의료기관 개설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6600개 중 이미 허가가 난 6000개는 정부가 저지할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의사 단체 등 일부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 참석해 전국 병상 및 병원 진료 현황과 정부의 대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사실상 신고제로 운영 ‘의료기관 개설 허가’ 절차 허점

 

현행법상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건물 완공 이후 개설 허가 절차가 진행되다 보니 사실상 신고제처럼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통해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병상 신증설 시엔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사전 심의·승인을 받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및 수도권 상종병원 분원 등은 의료기관 개설 시 복지부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전체 병상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병원은 병상이 생겨날수록 수익이 는다. 지자체는 이를 업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개설을 허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병상수는 2020년 OECD 평균 대비 일반 병상수는 2.1배, 요양 병상수는 8.8배 많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7년 기준 일반병상은 약 8만 5000병상, 요양병상은 약 2만 병상으로 총 10만 5000병상의 과잉이 예상된다. 

 

병상수가 늘어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우선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형병원은 주로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기에 의료인력 역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1~3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혼재한 현재의 의료전달체계가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밖에 불필요한 장기 입원 등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수도 있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272번지 일대 4만 4000㎡ 규모에 가천대 길병원 분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김초영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이달 발간한 ‘​병상수급 관리제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의료의 특성상 의료서비스 공급자는 수요를 창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특히 민간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 적정한 병상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선도하여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 추진해야 정책의 실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성명서에서 “지역 대학 졸업생들은 전공의 정원,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결국 달려갈 수밖에 없다. 지역은 입학 정원 대비 전공의 정원이 적은 데다가 현재 수도권에서는 6600병상 증가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말 나온 지 1년 넘었지만…내버려둔 정부

 

병상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는 꽤 됐다. ‘6600병상’의 시발점이 된 ​‘6000’이라는 숫자는 2022년 12월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 입장문에서 처음 언급됐다. 당시 대개협은 “향후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만 10곳, 대략 6000병상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원 난립으로 지역 중소병원이나 의원은 심각한 타격을 받아 괴멸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중증 환자 진료와 연구 및 의학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대학병원이 지역 의료기관과 경쟁하는 것을 넘어 3차 의료기관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돼 의료전달체계는 무력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개설 제한 등이 논의됐고,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는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은 사전 심의 의무화, 대형병원 개설은 보건복지부 승인 절차 마련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세부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협조가 되지 않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또 이미 허가를 받은 6000여 개의 병상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허가 취소 등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보건복지부는 병원 측과 협의해 병상 수급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민수 제2차관은 지난달 19일 브리핑을 통해 “분원 설립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이다. 아직 병상 계획이 명확하게 서지 않은 것들이 상당히 많다. 병원 측과 좀 더 긴밀히 협의해 ​가급적 ​분원 설립 형태로는 진행되지 않도록 지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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