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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와이너리] 서울시가 도입한 새 디자인 쓰레기통 "다 좋은데…"

쓰레기 투입 및 수거 편리해지고 무단 투기도 방지…기존 상징물과 연계성 보완됐으면

2024.04.26(Fri) 10:37:48

[비즈한국] 도시에서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를 1차로 책임지는 쓰레기통은 벤치, 가로등, 표지판 등과 함께 거리 풍경을 결정하는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의 일원이다. 눈에 잘 띄지 않고 그 수도 적은 장방형 쓰레기통이 대부분이었던 서울 거리에 낯선 쓰레기통이 등장했다. 서울시는 최근 기존 쓰레기통을 대체하는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을 개발, 유동 인구가 많은 15개 지역 30곳에 시범 설치했다고 밝혔다.

 

쓰레기 투입과 수거가 편리해진 서울시 새 쓰레기통. 사진=한동훈 제공

 

디자인 서울 2.0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된 새 쓰레기통은 입구를 대폭 넓힌 디자인이 특징이다. 입구가 좁은 기존 쓰레기통은 바로 앞에서 밀어 넣어도 빗나갈 확률이 있어 이용자 입장에서 불편했다. 투입뿐 아니라 넓게 열리는 원통형 전면부로 환경미화원이 수거하기도 쉽도록 만들었다. 또 윗부분에 볼록한 뚜껑이 달린 일반형과 반원형 귀 2개를 달아 놓은 특화형으로 나누고, 일반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의 색도 다르게 해 식별성을 높였다. 이로써 거리에서 생활쓰레기가 발생하면 버릴 장소를 찾지 못해 고생했던 시민들의 부담이 한결 덜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윗부분을 둥글게 만들어 액체가 흘러내리기 쉽게 하고 테이크아웃 컵을 쓰레기통 위에 올려놓는 식의 무단 투기도 방지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했다. 그러나 몇 가지 개선점이 보인다. 우선 사이즈가 필요 이상으로 크게 느껴진다. 거리 시설물 디자인이 유쾌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일 수도 없다. 보조 역할이어야 하는 쓰레기통이 너무 튀어도 풍경이 어색해질 수 있다. 특히 고궁 주변이나 고즈넉한 분위기의 골목길에는 맞지 않다. 통계적 이유로 현재 사이즈를 고수해야 한다면, 더 작은 버전도 만들어서 환경에 따라 배치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그간 의욕적으로 선보인 시 상징물과의 연계성은 어떨까. 2가지 색으로 나뉜 일반/재활용 쓰레기통은 기존 서울색과 비교했을 때 공통점이 약하다. 일반용은 서울 대표색 10가지 중 고궁갈색 혹은 기와진회색에 가까우나, 재활용에 쓰인 민트에 가까운 컬러는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채도가 높은 그린 컬러 적용’ 언급 외에 근거를 찾기 어렵다. 이 컬러는 시 홈페이지에 명시된 대표색 10가지뿐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지역색 50 팔레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024년 서울색으로 선정한 스카이 코랄도 채도로는 뒤지지 않는데 이번에 고려되지 않았다.

 

일반형과 달리 특화형 상단에는 동물 캐릭터에서 볼 수 있는 반원형 귀가 있다. 이 귀는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해외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를 연상시킨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오리라 예상된다. 관련 자료를 보면 ‘펀(fun) 요소를 가미했다’는 언급에서 그친다. 그러나 서울에는 최근 리뉴얼된 공식 캐릭터 해치와 소울프렌즈가 어엿이 존재한다. 디자인물에 캐릭터를 입히고자 했다면 우선 해치의 모습에서 차용하는 것이 디자인 서울 정책에 맞다고 본다. 디자인에서 일관된 브랜딩을 느끼게 하고 싶으면 각 요소를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시는 이번에 선보인 서울형 가로 쓰레기통을 미국 뉴욕의 도시 아이콘 ‘옐로우 캡’처럼 서울 하면 떠오르는 디자인으로 가꿔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만으로는 어렵다. 도시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일관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시작이 반인 만큼, 나머지 절반에 자리한 결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여러모로 긍정적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한동훈은?

서체 디자이너. 글을 쓰고, 글씨를 쓰고, 글자를 설계하고 가르치는 등 글자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 현재 서체 스튜디오 얼라인타입에서 다양한 기업 전용폰트와 일반 판매용 폰트를 디자인한다. ‘월간 디자인’​, 계간 ‘디자인 평론’​​등에 기고했으며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서체 디자인 강의를 진행한다. 2021년 에세이집 ‘글자 속의 우주’​를 출간했다.​​​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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