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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건설 혹한기에 복귀…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헤쳐갈 '가시밭길'

톰브라운 직진출로 패션 부문 흔들…건설·상사·리조트·웰스토리까지 담당

2024.04.30(Tue) 16:28:01

[비즈한국] 지난해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성장세가 올해 들어 주춤해진 분위기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수입 브랜드의 국내 직접 진출까지 겹치면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 5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 담당 사장의 부담감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성장세 브레이크, 톰브라운 직진출 여파?

 

올해 1분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은 517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5260억 원)과 비교해 1.71%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 폭은 더욱 컸다. 1분기 영업이익은 540억 원으로 전년 동기(570억 원) 대비 5.26% 줄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침체하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이 이어진 것의 영향으로 본다. 아직 타사 실적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비교적 선방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몇 년간 실적 상승세가 뚜렷했다. 2022년 매출액이 2조 11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 원대에 들어섰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5% 증가한 2조 51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22년 1803억 원에서 지난해 1940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직진출을 선언한 톰브라운 매장 모습.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1분기 실적이 전년보다 하락한 데에는 톰브라운의 직진출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진=삼성물산 홈페이지


성장세 정체에는 톰브라운 계약 종료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7월 미국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은 한국법인을 세우고 국내 시장 직진출을 선언했다. 2011년부터 12년간 톰브라운의 국내 사업을 운영해온 삼성물산 패션과의 계약도 종료됐다.

 

최근 패션업계의 고민거리 중 하나는 수입 브랜드의 직진출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셀린느가 직진출을 선언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셀린느 직진출 당시 신세계인터 측은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60개 이상으로 한두 개 브랜드가 빠진다고 해서 회사가 휘청이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지난해 실적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2023년 신세계인터 매출은 1조 35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8% 감소한 487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물산 측은 톰브라운의 직진출 영향이 아직까진 미미하다고 설명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크지 않다. 톰브라운이 직진출을 선언했지만 기존과 마찬가지로 물류, 마케팅, 유통 등을 그대로 담당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수수료 기반의 계약을 맺어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사가 브랜드 직진출로 곧바로 실적이 하락한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패션 시장은 낙관적이지 않다. 장기화된 불황에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며 패션 수요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매출 상승을 이끌었던 명품 브랜드의 직진출이 늘고, 골프 열풍도 한풀 꺾여 골프복 수요마저 크게 줄어드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도 지난해 론칭했던 메종키츠네 골프 라인의 운영을 최근 종료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수입 브랜드의 매출이 전체 매출 중 30%가량을 차지한다. 수입 브랜드의 경우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중도 파기가 생기는 것이 아닌 이상 당장 직진출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서현 사장이 과거 주도했던 삼성물산 에잇세컨즈 매장. 이번에는 삼성물산 전 부문을 책임진 만큼 이 사장이 패션부문에 얼마나 집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비즈한국DB

 

#5년 전 ‘실적 부진’, 경영능력 입증할까

 

시장 상황이 불안한 만큼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 담당 사장의 부담감도 커지게 됐다. 이 사장은 2018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아오다가, 지난달 삼성물산 사장에 취임하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과거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만을 총괄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건설, 상사, 리조트, 웰스토리 등 삼성물산 전 부문을 책임진다.

 

이 사장이 삼성물산의 전 부문을 담당하기는 하나 패션에 특화된 경력이 있는 만큼 패션 부문에 특별히 신경 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뒤 제일모직, 제일기획 사장을 지내다 2015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자리에 앉았다. 2012년 ‘에잇세컨즈’, ‘빈폴아웃도어’ 등을 직접 론칭했다.

 

하지만 당시 이 사장의 경영능력은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패션부문 사장 자리에 오른 뒤 실적 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만 해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영업이익은 560억 원을 기록했지만 2015년 이 사장이 경영을 책임지기 시작한 첫해 영업손실 89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 했다. 2016년에는 적자 폭이 452억 원으로 커졌다. 2017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영업이익 326억 원을 내며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2018년에는 영업이익이 254억 원으로 줄었다. 결국 이 사장은 2018년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사장이 공들여 론칭한 브랜드들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빈폴아웃도어는 2018년 빈폴스포츠로 리브랜딩까지 진행했으나, 결국 수익을 내지 못하고 2021년 사업을 정리했다. 에잇세컨즈는 이 사장이 퇴임한 후에도 부진을 거듭하다 2022년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SPA 브랜드 경쟁사들과 비교해 매출액은 미미하다. 지난해 에잇세컨즈 매출액은 3000억 원대로 추정되는데, 탑텐과 유니클로(2022년 9월~2023년 8월 기준​)는 지난해 매출이 9000억 원을 넘어섰다. 에잇세컨즈는 SPA 브랜드 매출 순위 5위권 내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이 사장의 취임으로 에잇세컨즈의 매출 확대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장은 당초 에잇세컨즈를 매출 1조 5000억 원대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과거 취임 당시 에잇세컨즈 경쟁력 키우기에 실패했다는 평이 지배적인데, 이번에는 그때와 다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삼성물산 관계자는 “전 사 사장으로 취임한 만큼 아직 패션 부문에 어느 정도 집중하게 될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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