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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과 비난 속 지옥 훈련, 박인비 골든 스토리

아홉 번째 대한민국 금메달리스트, 세계 최초 골드커리어그랜드슬래머 탄생

2016.08.22(Mon) 08:48:55

   
▲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 선수가 애국가가 울리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새벽 2시 2분(한국시간), 리우올림픽 골프경기가 열린 바하올림픽 코스에서 “인비 팍(In Bee Park)”이 호명됐고, 곧이어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골프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세계 남녀 골프 최초로 ‘골드커리어그랜드슬래머’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박인비 선수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골프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성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고, 올림픽 출전을 두고 비난을 받아야만 했던 박인비 선수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재조명했다. 

지난 2007년 LPGA 투어에 입문해 LPGA 투어 통산 17승을 기록한 ‘골프여제’ 박인비 선수가 올해 들어 계속 부진한 성적을 보여 왔다. 상금랭킹은 지난해 2위에서 45위로, 평균타수는 1위에서 79위로, 그린적중률은 6위에서 96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올 상반기에는 허리 통증이 원인이었다. 허리 통증이 완쾌되자 이번에는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에 염증이 생기고 말았다. 박인비 선수는 지난 4월 “허리가 아프거나 무릎이 아플 때처럼 걷지 못하거나 서지도 못하는 엄청난 통증은 아니다. 아주 작은 신체의 일부지만 스윙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매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한 달간 휴식기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한 달간 휴식을 가진 후 박인비 선수는 킹스밀챔피언십과 볼빅챔피언십에 참가했으나 두 경기 모두 1라운드를 마친 후 기권하고 말았다. LPGA투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는 2라운드를 마친 후 컷오프 탈락했다. 또 지난 2014년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출전해 “골프선수를 하면서 처음으로 조국애를 느꼈다”며 감동의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던 박인비 선수가 올해 대회에는 나가지 않았고,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US여자오픈의 출전도 포기했다.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박인비 선수는 올림픽 출전마저 망설여야만 했다. 그동안 “올림픽 출전은 오랜 꿈이자 목표”라면서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강한 출전 의지를 밝혀왔지만,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더구나 부진한 성적이 계속되자 골프 팬들은 올림픽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후배에게 양보해라”, “지카 바이러스 감염될까봐 망설이는 것이 아니냐”, “출전하는 건 욕심이 지나치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올림픽 출전 선수 명단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지난 7월 11일, 박인비 선수는 매니지먼트사인 갤럭시아SM을 통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면서 ”앞으로 올림픽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았다.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해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박인비 선수는 양희영, 전인지, 김세영 선수와 함께 올림픽 여자골프 출전 선수로 확정됐다.

박인비 선수는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인천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연습라운드를 하며 훈련과 휴식을 병행했다. 박인비 선수의 모친 김성자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예전과 달리 훈련에 몰입했다”며 “부상으로 잃어버린 샷 감각이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는다며 밤늦게까지 빈 스윙을 수백 번씩 했다”고 안쓰러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박인비 선수는 올림픽 무대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지옥훈련을 했다고 한다.

실전테스트 삼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도 참가했다. 박인비 선수는 기자회견을 갖고 “위민스 PGA 챔피언십 때가 20~30%였다면 지금은 몸 상태가 80%까지 올라왔다”고 밝히면서 올림픽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2라운드 중간합계 4오버파로 컷오프 탈락을 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올림픽 메달 획득이 불투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 지난 12일 리우데자네이루국제공항에 도착한 박인비 선수는 “다른 메이저 대회도 중요하지만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있다”며 “열심히 노력했으니 준비한 것을 다 보여드렸으면 좋겠다. 당연히 가능하면 금메달이길 바란다”고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공식 연습라운드가 진행된 지난 16일에도 “손가락 부상이 완치된 건 아니다”면서 “나중에 손가락이 터지더라도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했고, 연습라운드 6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우승을 예고했다.

17일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경기가 시작되자 박인비 선수는 그동안 받아온 걱정과 우려, 비난을 모두 날려버리듯 통쾌한 샷을 선보였다. 그리고 ‘골프여제’의 위상을 리우올림픽에서 한껏 뽐내기라도 하듯 1라운드에서 버디 5개로 5언더파 66타를 기록하며 김세영 선수와 함께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골프 팬들은 모두 “골프여제가 돌아왔다”면서 박인비 선수의 우승을 응원했다.

박인비 선수는 2라운드에서 보기 1개, 버디 6개로 5언더파를 기록, 중간합계 10언더파 132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강풍이 변수로 작용했던 3라운드에서는 강풍 탓에 보기 5개를 기록했으나, 버디 6개로 1언더파, 중간합계 11언더파로 마무리해 단독선두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 4라운드 18번홀에서 홀아웃을 한 후 금메달이 확정되자 박인비 선수가 두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최종 라운드에서도 기량을 한껏 뽐냈다. 1번홀부터 18번홀까지 뉴질랜드 리디아 고 선수와 중국 펑 샨샨 선수가 박인비 선수를 맹추격했으나, 여유롭게 보기 2개를 버디 7개로 만회하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리우올림픽 대한민국 아홉 번째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박인비 선수는 홀아웃 직후 “그동안 올림픽에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비난도 많이 받았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그리고 철저히 준비했다. 그래서 큰 용기를 내서 출전하게 됐다. 그래서 다른 대회 우승보다 더 특별한 것 같다. 나라를 대표해서 우승해 값지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박인비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여민선 티칭프로는 “완벽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좌절, 그리고 끝없는 노력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보여줬다. 대한민국 골프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박인비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신 JTBC 골프해설가도 “그랜드슬램 달성 이후 박인비 선수가 우승에 대한 갈망을 잃은 듯했다. 이번 올림픽 우승을 계기로 재도약하길 기대한다. 박세리 감독에서 시작된 세리키즈 시대를 박인비 선수가 정점을 찍었으니 이제 인비키즈의 시대를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민국 아홉 번째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 선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승상금,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연금, 대한골프협회의 특별포상금을 지급받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급하는 우승상금은 메달 개수에 따라 우승상금이 결정되므로, 아직 박인비 선수가 받게 될 상금은 확정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메달 개수에 따라 상금액이 결정된다”며 “현재로서는 6000만 원 정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국제대회 메달별 평가점수에 따라 체육연금을 지급하는데, 박인비 선수의 경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한 번 획득했기 때문에 평가점수가 90점이다. 따라서 일시금으로 6720만 원을 받거나 매달 90만 원의 체육연금을 받을 수 있다. 대한골프협회에서는 이번 올림픽에 한해 특별포상금으로 금메달 3억 원, 은메달 1억 5000만 원, 동메달 1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박인비 선수는 대한골프협회로부터 3억 원의 특별포상금을 받는다. 박세리 감독의 특별포상금은 5000만 원이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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