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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악화 속 ‘문화융성’ 재정투입 증가율은 ‘LTE급’

관리재정수지 -0.4% 목표였지만 되레 -2.4%…문화·체육·관광 지출액 ‘5조→7.1조’ 2020년엔 8.6조

2016.11.17(Thu) 11:27:58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에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실제로는 빚 규모를 엄청나게 불려놨다. 부채는 크게 늘어나고 경제 성장은 지지부진하는 등 박근혜 정부 경제 분야 점수는 낙제에 가깝다. 이처럼 처참한 경제 성적에도 박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최순실 씨 개입 의혹이 불거진 ‘문화융성’ 사업에는 자금을 몰아줘 문화·체육·관광 분야 재정 투입 증가율은 모든 사업 중 최고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열린 ‘스포츠 문화산업 비전보고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제공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악화된 국가 재정을 건전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임기 중에 정부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관리재정수지(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입과 지출 차이)를 균형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출범 첫해 내놓은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박근혜 정부는 2013년에 GDP(국내총생산) 대비 -1.8%인 관리재정수지를 임기 말인 2017년에는 -0.4%까지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상황을 겪은 유럽연합(EU)이 재정규율 강화 차원에서 만든 ‘신재정협약’의 연간 관리재정 적자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0.5%보다 낮게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를 개선함으로써 국가채무도 하향 안정화시킨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임기 첫해인 2013년 GDP 대비 36.2%까지 상승한 국가채무를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에 35.6%로 낮추겠다고도 발표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4년이 지난 2016년 정부 부채를 보면 이러한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박 대통령 재임 기간 정부의 빚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진 반면 경기는 빠르게 식는 이중고에 빠진 것이다. 올해 9월에 정부가 발표한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2.4%를 기록해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다. 

 

이로 인해 국가 채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임기 말이 되는 2017년에는 국가채무가 682조 7000억 원까지 늘어나면서 GDP 대비 40.4%를 기록, 40%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국가채무액은 793조 5000억 원, 규모는 GDP 대비 40.7%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나라 빚 부담을 다음 정부에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이다.

 

이는 경기를 살리겠다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빚을 늘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경기 침체와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 등을 이유로 2013년과 2015년, 2016년 세 차례 추경을 했다. 임기 중 2014년 한 해를 제외하고 모두 추경 편성을 통해 정부 지출을 늘린 것이다. 특히 2013년과 2015년 추경 때는 세입 감소를 메우기 위한 세입 추경까지 했다. 그럼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부채 부담만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 성장률은 2%대가 고착화되면서 정부 세입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3년 2월 25일 취임식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대표를 비롯해 국가유공자 및 현충원 안장 유가족 등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방명록에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처럼 나라 빚이 늘어났지만 최순실 씨 개입 의혹이 제기된 문화융성 사업 등에 쏟은 돈은 박 대통령 재임 기간 큰 폭으로 늘었다.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문화융성을 위해 단계적으로 재정 투자를 확대하여 2017년까지 문화재정(을 GDP 대비) 2% 달성(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실제로 12개 주요 분야별 지출 전망에서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2013~2017년 연평균 지출 증가율은 11.7%로 가장 높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집중 투자가 이뤄진 문화융성 사업의 뒤에 최순실 씨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임기 초부터 최순실 씨의 영향력이 엄청났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문화융성 사업에 대한 집중투자는 올해 발표된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도 들어있다. 계획서는 “문화·체육·관광 분야 재량지출은 2016~2020년 중기계획 기간 중 연평균 6.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기간은 문화융성을 꽃피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되어 있다. 문화융성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이 덕분인지 2016~2020년 문화·체육·관광 분야 연평균 지출 증가율(6.8%) 역시 12개 주요 분야 중에서 가장 높았다. 계획대로라면 박 대통령 취임 첫해 5조 원이었던 문화·체육·관광 분야 지출액은 임기 말인 2017년 7조 1000억 원으로 늘어나고, 차기 대통령 임기 중반인 2020년에는 8조 6000원까지 증가한다. 최순실 씨가 문화융성이라는 그럴듯한 문구를 이용해 박 대통령 임기 이후까지도 이권을 챙기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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