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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제발 ‘내가 왕년에’ 좀 하지 마라

대선까지 한 달, 후보의 과거가 아닌 미래에 주목해야 할 때

2017.04.10(Mon) 14:52:18

[비즈한국] 술을 먹고 취기가 오르면 ‘내가 왕년에’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분명 현재는 별볼일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 잘나가는 사람들은 ‘내가 요즘에’를 주로 외치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무의식중에 외치는 얘기는 그 사람이 가진 태도와 상황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는데, 볼 때마다 과거 얘기만 하는 이들은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반면 ‘내가 내년에는’을 외치는 이들을 주목해보자. 사실 나이 먹을수록 외치기 어려운 말이 바로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담긴 얘기다.

 

노련한 서퍼는 높은 파도가 와도 두렵지 않다. 파도를 피하려 들지 않고, 파도를 즐긴다. 미래는 늘 파도와 같이 온다. 아찔한 위험과 함께 매력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물론 사람에 따라선 아찔한 위험만 보이기도 한다. 자신감보단 두려움이 커서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안락하고 평온했던 기억에 집착하기 쉽다. 미래와 싸울 의사가 없어서이고, 용기와 능력이 없어서기도 하다. 사실 지나간 과거는 모두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그 과거가 우리의 미래를 매력적으로 바꿔주는 데 기여하진 못한다. 위안이자 도피에 불과하다. 피하고 숨는다고 시간이 멈출 수도 없고, 과거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노련한 서퍼는 높은 파도가 와도 두렵지 않다. 위험과 즐거움은 함께 온다.


집안일을 해본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의 차이는 크다. 단지 했다 안 했다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집안일이 얼마나 고단하고 중요한지를 아느냐의 문제다. 한두 번 흉내내듯 하는 건 소용없다. 하려면 진짜 제대로, 계속 해봐야 안다. 노동도 마찬가지다.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의 문제를 겪으며 일해본 사람과, 그들과 동떨어져 특권의식을 갖고 살아온 사람과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불의와 싸워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도 다르다.

 

뭐든 말로만 하는 건 쉽다. 그런 말에는 뻔한 소리만 담기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서민타령하며 지하철을 타고 재래시장에 가는 쇼를 하지만, 평소에 하는 행동이 아니란 게 오히려 티가 난다. 평소 하던 행동이라면 그렇게 쇼를 할 필요조차 없다. 가짜가 아무리 진짜인 척해도 그건 가짜일 뿐이다.

 

시대정신이 별 게 아니다. 시대적 소명이니 역사 의식 같은 거창한 게 아니어도 된다. 그냥 옛날에 멈춰서 살진 말자는 거다. 요즘 리더들은 변화와 혁신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막상 자기 자신이 그 변화와 혁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잊어버릴 때가 있다. 남들만 바꾸고, 세상만 바꿀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바뀌는 게 진짜 혁신이고, 그게 지금 필요한 시대정신이다.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하는 것은 대단함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용기가 아니라 당연함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걸 볼 기회가 현실에선 많지 않다. 특히 그동안 숱한 불복과 이탈, 뒤끝을 정치계에서 봤다. 고스란히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쳤다. 어느 분야에서나 깨끗한 승복을 찾기 어렵다. 원래 그런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선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힘을 모으는걸 봤다. 특히 이재명 시장의 유쾌한 승복 연설은 인상적이었다. 사람의 그릇은 그렇게 드러난다. 정치적 성향이나 정책은 각자 다를 수 있어도,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게 기본인데, 우린 그런 기본도 쉽게 보질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이 지난 8일 화합을 다지는 호프타임을 가졌다. 왼쪽부터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후보, 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박은숙 기자


그 나라 사람들의 ‘클라스’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일 거다. 최근 들어 거리로 촛불 들고 나선 국민들 덕분에 민주주의의 수준이 꽤 높아졌지만, 여전히 구태의연한 스타일을 고집하며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 오만함을 보이는 정치인들도 꽤 있다. 정치를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삼거나, 권력 누릴 욕심만 가진 이들이 여전히 있다. 그럼에도 말로는 그럴싸하게 명분을 포장한다. 마치 쌍팔년도에 멈춰선 듯한 그들, 그런 이들을 가려내는 눈을 가지는 것도 우리의 안목이고 클라스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간, 누구의 과거가 아닌 그들이 그려낼 미래를 주목해야 한다. 그 미래가 바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내년쯤 술 먹으며 ‘내가 만약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이란 후회는 하지 않아야 하기에.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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