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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프로스포츠 개막 연기에 편의점도 노점도 푸드트럭도 '한숨'

잠실야구장 주변 점포 20곳 중 편의점 한 곳만 개장…월드컵경기장은 푸드트럭 상인들 울상

2020.04.10(Fri) 16:13:24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 체제에 접어들면서 프로야구·프로축구 리그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선수들은 자체 청백전을 통해 경기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주변 상권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경기가 열리는 날 운동장 주변을 가득 메웠던 푸드트럭, 노점상들도 무기한 휴업인 상태다. 이들 모두 생계를 위해 리그 개막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프로야구 팬들을 맞이하기 위해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겠지만, 계속되는 리그 개막 연기로 잠실야구장 주변은 한산했다. 사진=박찬웅 기자


#잠실야구장, 편의점 제외 모든 점포 잠정 휴업

 

비즈한국은 평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을 찾았다. 이곳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잠실야구장, 프로축구 서울 이랜드 FC가 이용하는 잠실종합운동장, 그리고 프로농구(KBL) 서울 SK 나이츠의 홈코트인 잠실학생체육관이 삼각 편대를 이루고 있다. 

 

예년 같았다면 4월은 세 종목이 모두 리그를 치르고 있을 시기다. 몇 시간 뒤 몰려올 관중들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종합운동장역에 열기를 더했겠지만,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종합운동장역은 적막이 흘렀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리그 개막이 여러 차례 연기된 상태고, 가을부터 봄까지 진행되는 프로농구 리그는 3월 KBL이 2019~2020시즌 조기 종료를 선언하며 막을 내렸다. 

 

프로야구 리그 개막 연기로 굳게 문을 닫은 점포들. 사진=박찬웅 기자


이러한 까닭에 경기장 주변 상권들이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잠실야구장 1층 외부는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간이 판매점까지 더하면 20곳 정도다. 그러나 9일 문을 연 음식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유일하게 GS25 편의점만이 영업 중이었다. 편의점 관계자는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경기가 열리지 않으니 가게 문도 열지 않는 것 같다. 우리도 1루 내야석 입구 편의점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역사 안에 자리 잡은 상점들은 어쩔 수 없이 영업 중이다. 종합운동장역에서 크로켓을 팔고 있는 한 점주는 “2019년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야구 리그 막바지에 장사를 시작해 재미를 좀 봤다. 시즌 종료 후 매출은 자연스럽게 내려가더라.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면서 크로켓을 구매해준 덕에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야구 경기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매출 차이는 상당히 크다”며 “올봄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갑작스럽게 코로나19가 들이닥치면서 영업에 훼방을 놓았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길 바랄 뿐”이라고 탄식했다. 

 

#K리그 개막을 목놓아 외치는 푸드트럭 상인들

 

서울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은 종합운동장역에 비하면 사정이 그나마 나아 보였다. 주차장으로 가득 찼던 잠실야구장과는 달리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은 시민들이 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공터가 넓고, 경기장 내 홈플러스·메가박스·다이소 등 문화·오락·편의·상업시설도 꽤 있다. 국내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시민들을 경기장으로 유인할 요소가 많다. 실제로 비즈한국이 9일 방문한 상암월드컵경기장 주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온 시민들 덕분에 활기를 유지하는 듯했다. 따듯해진 날씨에 벤치에 앉아 장기를 두는 시민들도 있었고, 농구를 하거나 산책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잠실야구장에 비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은 편이었지만, 코로나19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바람에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사진=박찬웅 기자


그러나 경기장 주변 점주들은 코로나19로 매출이 많이 악화했다고 말한다. 월드컵경기장역 앞에 위치한 ‘FC 서울 팬카페’ 점주는 “4월은 매출이 높은 달에 속한다. 시민들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봄꽃 구경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메가박스·홈플러스 등 가볍게 들를 곳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변에 시민들이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예년이었다면 이보다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축구 경기가 이곳 상권을 좌우할 정도로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도 매출 특수를 누릴 수 있기에 리그 개막이 절실하다. FC 서울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최소 1만 명 이상이 경기장을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리그 개막을 애타게 기다리는 건 푸드트럭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FC 서울은 경기가 열릴 때마다 푸드트럭 10대를 경기장 북측 광장에 배치한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FC 서울은 홈경기 시 이벤트·마케팅을 목적으로 경기장 주변 부지를 서울시설공단으로부터 구매하는데, 부지 중 일부를 푸드트럭이 사용한다. 구단은 푸드트럭 상인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대가로 수익사업 권리에 대한 비용과 평당 자릿세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FC 서울 홈경기 당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위)과 9일 한산한 북측 광장(아래). 같은 장소라는 게 믿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크다. 사진=박찬웅 기자


따라서 푸드트럭 상인들은 경기가 있는 날만 매출을 올릴 수 있기에 K리그가 열리지 않는다면 이들의 매출은 사실상 제로(0)다. 2017년부터 FC 서울 홈경기마다 햄버거를 판매 중인 배가본즈 점주는 “K리그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가 모두 취소되는 통에 푸드트럭이 설 곳이 없다. 운영은 고사하고 장사를 아예 접고 푸드트럭을 파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저 같은 경우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다른 음식점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주차장에서 쉬고 있는 푸드트럭을 보면 안타깝지만, K리그가 개막돼 다시 푸드트럭을 운영할 날만을 상상하며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코로나19 감소세를 보며 개막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BO는 7일 실행위원회에서 21일부터 구단 간 연습경기를 시작하고, 5월 초 개막일을 확정할 것으로 합의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7일 주간브리핑을 통해 K리그 27라운드 체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축구계는 이 체제가 선행되려면 프로축구 역시 5월 리그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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