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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손 시 배송기사가 배상' 컬리·쿠팡엔 없는데 오아시스만?

포장재 단순화 후 배송비 올렸는데, 파손 늘고 고객 불만도 높아져…소비자 불매 조짐 보이자 "재검토"

2023.07.14(Fri) 11:17:55

[비즈한국] 장보기 플랫폼 ‘오아시스마켓’이 배송 중 파손 책임을 배송기사에게 묻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고객 이탈률을 낮추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설명하지만, 배송기사에게 파손 책임을 묻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고객들의 반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오아시스마켓이 배송 중 상품 파손이 생길 경우 배송기사에게 이를 배상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배송 협력업체에 전달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오아시스마켓 유튜브 캡처

 

#파손 배상 책임 나오게 된 배경

 

최근 오아시스마켓은 배송 중 상품 파손이 생길 경우 배송기사에게 이를 배상토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배송 협력업체에 전달했다. 평균 파손 물량을 상회해 고정적으로 배송 사고를 내는 기사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정책 도입을 안내한 것이다. 파손 사고가 빈번한 기사는 파손 주문 건의 금액 절반을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송기사들의 원성이 커졌다. 일부 기사들 사이에서는 파손 배상 금액으로 수십만 원이 청구됐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며 더 논란이 됐다. 이에 오아시스마켓은 가이드라인만 제시했을 뿐 실질적으로 금액을 청구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용역업체에 대상이 되는 배송기사를 선별해달라든가 금액을 바로 청구하겠다는 구체적인 지시 사항까지는 전달한 적이 없다. 시행 계획 정도만 전달했을 뿐”이라며 “(배상 금액이 수십만 원 이상 청구됐다는 사례는)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용역업체와 배송기사가 소통하던 과정에 생긴 문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벽배송 플랫폼 중 배송 물품 파손 책임을 배송기사에게 묻는 곳은 오아시스마켓이 유일하다. 컬리, 쿠팡 등 다른 새벽배송 플랫폼은 파손이 발생해도 기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컬리 관계자는 “상품 파손은 어떤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지 알 수 없다. 물류센터의 실수일 수도 있고, 포장이 약하거나 이동 중에 파손될 수도 있다. 파손 건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모두 배상한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파손 책임’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배송료 ‘100원’이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2021년 포장 부자재 사용을 대폭 축소한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당시 새벽배송의 포장재 사용이 과다하다는 여론이 커졌고, 이에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문제를 개선한다는 취지였다. 

 

상품의 파손을 막아주는 부자재 사용이 줄어든 만큼 세심한 배송 서비스가 필요했다. 오아시스마켓은 배송 서비스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기존에 이용하던 배송 협력업체 대신 배송 단가가 더 높은 새 업체를 구했다. 그러면서 배송 건당 ‘100원’을 더 지급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오아시스마켓 측은 현재 배송 협력업체에 3200~4000원의 건당 배송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본적인 배송 단가가 올라간 데다 건당 100원의 추가금까지 지급하다 보니 오아시스마켓은 배송료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서비스 질은 나아지지 않아 내부적으로 배송 품질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평균 단가보다 높은 금액을 지급했지만 서비스 질이 나아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CS센터로 오는 소비자 항의가 거세지고 고객 이탈률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계약서에도 배송 중 파손 건에 대해 배상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규정대로 하겠다고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장 부자재 사용을 대폭 축소한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오아시스마켓. 파손 물량이 늘어나면서 배송기사의 배상 제도를 검토 중이다. 사진=오아시스마켓 블로그

 

#‘눈치 보여 이용하겠냐’ 싸늘한 여론에 “배상 자체 재검토” 

 

신선식품 플랫폼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는 배송 문제다. 새벽 시간에 많은 물량을 빠르게 소화해야 하다 보니 배송 중 파손 등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고객 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환불 보장제 등을 시행하면서 손해도 커지는 상황이다. 

 

오아시스마켓의 경우 구매율이 높은 품목 중 하나로 ‘계란’이 꼽히다 보니 파손 시 손해액이 더욱 커진다는 설명이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계란이 판매율 3위 내에 드는 인기 품목이다. 하지만 쉽게 파손되고 다른 상품에 묻으면 전체 금액을 환불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오아시스마켓이 이용하는 배송 협력업체는 6곳으로, 업체들에 전달하는 월평균 배송비가 20억 원에 달한다. 오아시스마켓이 협력업체 6곳에 배송 중 파손 책임 명목으로 청구하려던 배상 금액은 4000만 원가량으로 알려진다. 오아시스마켓 측은 “업체들에 각각 얼마를 청구하겠다는 구체적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며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5년 이래 최초로 청구하려던 금액이며 배송으로 인한 상품 파손이 명확한 건만 집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상품 파손에 대한 고객 불만이 커지고 이것이 이탈률로 이어진 탓에 어쩔 수 없이 파손 책임을 묻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꺼내든 ‘손해배상 청구’는 아이러니하게도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오아시스마켓의 파손 책임 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불매를 선언하는 고객도 생겨나는 분위기다. 한 소비자는 “그동안은 상품 파손이 있으면 고객센터에 연락해 환불을 요구했는데, 배송기사들이 책임진다고 하니 부담이 돼 연락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오아시스마켓을 이용하는 것 자체에 부담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싸늘해진 여론을 의식한 듯 손해배상 청구 대신 실비 배상을 도입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상품 파손이 생기면 전체 주문액의 절반을 배송업체가 배상하도록 한​ 기존의 손해배상 청구에서 소비자에게 배상한 금액만큼만 용역업체에 요구하는 실비 배상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오아시스마켓 측은 배상 정책 자체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관계자는 “배송 중 파손 건에 대한 배상 자체를 다시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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