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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생색내기' 자구안 두고 진정성 논란, 채권단 뿔났다

자회사 판 돈은 그룹 연대채무 상환, 사재 출연은 484억 그쳐…태영 "지주사 지켜야 워크아웃 차질 없어"

2024.01.05(금) 13:33:53

[비즈한국]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를 밟고 있는 태영건설의 자력 구제 방안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당초 태영건설 지원을 약속한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 대금 일부가 태영그룹 지주사와 태영건설의 연대채무 상환에 사용된 데 이어 3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사주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가 484억 원에 그친 사실이 알려졌다. 11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태영그룹 자구 의지에 대한 채권단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를 밟고 있는 태영그룹의 자력 구제 방안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사진=박은숙 기자

 

#자회사 매각 대금 890억 원은 ‘연대채무’ 상환에 써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4일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 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전체 매각 대금 1549억 원 중 400억 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직후 태영건설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에, 890억 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티와이홀딩스에 청구된 연대채무 중 리테일 채권 상환에, 나머지 259억 원은 3일 태영건설 공사 현장 운영자금에 각각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태영그룹은 앞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 원 규모의 태영건설 협력업체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 원을 갚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이 만기가 도래하는 앞선 채권 상환에 쓰일 것으로 내다봤는데, 실제 매각 대금 중 890억 원이 남은 상거래채권이 아닌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 상환에 쓰였다. 

 

태영그룹은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족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으로 ①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 ②에코비트 매각 추진 후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 ③블루원의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④평택싸이로 지분(62.5%)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출·확약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은 태영그룹이 당장 수중에 확보한 현금으로 지원 용처에 관심이 쏠렸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전액을 자구 계획대로 태영건설에 지원했다고 설명한다. 티와이홀딩스는 연대보증 채권 상환에 대해 “워크아웃 신청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태영건설을 대신해서 티와이홀딩스가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직접 상환한 것”이라며 “리테일 채권 외 나머지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가 티와이홀딩스에 지급 청구될 경우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이를 상환하는 데 일부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티와이홀딩스가 지켜져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 이를 호도하는 주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강변했다.

 

반면 태영건설 채권단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890억 원​이 태영건설에 지원되지 않았다고 맞섰다. 채권단은 5일 입장문을 내 “태영건설 금융채권 처리는 태영건설 금융채권자들이 워크아웃 과정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당초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자금으로 연대보증 채무를 상환해 티와이홀딩스 리스크를 경감한 것은 티와이홀딩스 이익을 위한 것일 뿐, 태영건설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나아가 태영건설의 채권자를 포함해 여러 이해관계자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직 태영건설 앞으로 지원하지 않은 890억 원을 즉시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사주 일가 484억 원 사재 출연, 태영건설 우발부채 2% 수준 불과

 

티와이홀딩스는 4일 자구안 이행 소식을 알리면서 484억 원 규모의 사주 일가 사재출연 내역도 공개했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본인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대금 416억 원(주식양도소득세 공제 후)을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이와 별개로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에도 30억 원을 투입했다는 설명이다. 윤 회장 부친으로 태영그룹 경영에 복귀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도 태영건설과 자회사 채권 매입에 38억원을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사재 출연 규모는 태영건설 우발부채의 2%에 불과하다. 현재 태영건설이 문제로 꼽은 회사 우발채무 규모는 2조 5000억 원 수준으로, 당초 채권단은 사주 일가가 ​사재를 ​3000억 원 정도 출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출연 규모는 484억 원으로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이마저도 태영그룹 자구 계획과 중복되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윤석민 회장 지분)을 빼면 사주 일가의 추가 자구 노력은 68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지난 2012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각해 2200억 원 규모 사재를 내놓은 바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이 같은 자구 계획을 발표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채권단에 워크아웃 승인을 호소했다. 반면 산업은행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 원을 태영건설로 넣어야 했지만, 티와이홀딩스 채무변제에 활용하고 400억 원만 넣었다”며 “네 가지 자구안이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아 실망스럽고, 현재까지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달 11일까지 태영그룹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구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진행 여부는 오는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에서 결정된다. 태영건설은 이날 협의회에서 채권단 75%(신용공여액 기준) 이상 동의를 얻으면 ​워크아웃에 돌입한다. 동의 요건을 확보하지 못하면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워크아웃은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법정관리 전 채무 조정 등을 통해 기업을 되살리는 절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불거진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 워크아웃 개시 의결을 앞두고 자구 방안에 대해 채권단과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지원 외의 나머지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약속대로 이행해 태영건설 정상화에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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