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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경제] 크레디트스위스 인수한 UBS, 한국서 '먹튀' 논란

한국지점 폐쇄하며 직원들 권고사직…외국자본 철수 때마다 피해 보는 건 한국 직원들

2024.02.07(Wed) 11:50:57

[비즈한국] 지난 1월 30일부터 크레디트스위스 증권 및 은행 서울지점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크레디트스위스 서울 사무실 앞에서 거리시위를 시작했다. UBS가 크레디트스위스 증권 및 은행 지점 폐쇄를 결정함에 따라 고용 안정 조치를 촉구하는 취지로 집회를 연 것이다. 외국 자본의 한국지점 폐쇄로 인해 한창 일할 30~50대의 많은 인력이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최근 IB(투자은행) 업계 불황으로 IB 인력을 축소하고 있어 그간의 경력을 가지고 다시 일을 찾기도 쉬운 상황이 아니다. 

 

지난 1월 30일 크레디트스위스 증권 및 은행 서울지점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크레디트스위스 서울 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UBS는 한국지점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유지영 제공

 

업계에 따르면 UBS는 지난 1월 23일 크레디트스위스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그간 한국에서 업계 1~2위의 선두권 IB로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글로벌 본사는 자본금 2000억 원으로 시작해 약 10배에 가까운 배당을 받으며 회사를 10배 성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한국 직원들이 노고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는 무시한 채 UBS는 직원들에게 일방적인 사직을 권고했고, 과거 외국계 및 국내 금융사들이 제시한 위로금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를 제시하면서 1월 31일까지 결정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외국계 금융사들의 한국 철수가 있었다. 스위스 UBS은행, 미국 골드만삭스은행, 스페인 BBVA은행, 캐나다 노바스코샤은행, 영국 RBC와 바클레이즈도 한국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이들과 크레디트스위스는 경우가 사뭇 다르다. 과거 사례들은 한국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되면서 철수를 결정한 것이지만, 크레디트스위스는 한국에서 선두권 IB였으나 글로벌 본사 사정이 어려워지고 UBS에 합병됨에 따라 UBS 한국지점과의 중복을 줄이고자 폐쇄가 결정된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 한국지점 직원들로서는 열심히 잘해서 성과를 내왔는데 하루아침에 적은 위로금만 받고 나가라니 그간의 노력과 수고가 억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글로벌 사업이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호실적을 낸 한국지점까지 수년간 타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제대로 된 성과급을 받지 못했으니 이 역시 직원들로서는 서운한 처사라고 생각될 것이다.

 

UBS는 크레디트스위스 한국지점 직원들에게 정당한 처우를 해줄 여력이 충분하다. 스위스 취리히 UBS 본사. 사진=UBS 홈페이지


그렇다면 UBS는 한국지점 직원들에게 정당한 처우를 해줄 여력이 없을까? 지난해 3월 글로벌에서 UBS가 전 세계 약 5만 명의 금융전문가를 보유한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가격이 고작 4조 원 남짓이다. 인수 과정에서 UBS는 스위스 정부로부터 약 140조 원이나 되는 대출을 지원받았고 크레디트스위스의 부실로 인한 인수 위험이 있을 시, 최대 13조 원의 손실도 보증받기로 약속받았다. 한마디로 헐값에 경쟁사를 사면서 100조 원 이상의 특혜를 받은 것이다. 

 

이번 거래의 승자는 UBS라는 말들이 파다했다. 내부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은 현재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고도 차고 넘칠 만큼 돈이 많은데도 UBS는 서둘러 지점을 폐쇄하고 이 자본금을 해외로 가져가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는 것이다. 많은 혜택을 받으며 값싸게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했고 한국에 수천억의 자본금을 가지고 있음에도 수년에서 십 수년을 몸 바친 직장을 잃는 직원들의 노고와 성과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현재 많은 직원이 금감원에 UBS에 대한 민원을 넣고, 금감원 앞에서도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해외 거대자본의 횡포 앞에 기댈 곳은 국내 금융당국과 규제기관의 도움밖에는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저마다 입장이 다르다 보니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모쪼록 국내 금융당국과 규제기관이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 힘없는 국내 직원들만 피해를 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지영 칼럼니스트 sunup09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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