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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인기 시들? 콧대 높던 고든램지버거가 부산점 가격 인하한 이유

버거 단품 3만 원 이상이었지만 부산점서 1만 원대 선보여…업체 측 "매장마다 다른 전략일 뿐"

2024.03.22(Fri) 12:52:14

[비즈한국] 유행처럼 번졌던 ‘프리미엄’ 마케팅이 시들해졌다.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고가 전략을 앞세웠던 콧대 높은 브랜드들이 은근슬쩍 가격을 내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소비 양극화 트렌드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식품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이 더는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고든램지버거 롯데월드몰점. 사진=박해나 기자

 

#콧대 높던 고든램지버거, 1만 원대 버거 내놓으며 가격대 낮춰

 

최근 고든램지버거가 부산 센텀시티점의 메뉴를 리뉴얼하고 버거, 스낵, 샐러드 등 9종의 신메뉴를 선보였다. 지난해 문을 연 부산 센텀시티점은 서울 롯데월드몰점에 이은 국내 두 번째 고든램지버거 매장이다. 그동안은 1호점인 롯데월드몰점​과 동일한 메뉴를 판매해왔는데, 이번 메뉴 리뉴얼을 통해 롯데월드몰점​과 다른 메뉴 구성을 선보이게 됐다.

 

고든램지레스토랑 코리아 관계자는 “메뉴를 보다 다양하게 구성하며 메뉴 라인업을 강화했다. 기존에 판매되던 버거 메뉴 등이 일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버거를 선보이기도 했다”며 “일부 브랜드들이 지역마다 다른 메뉴를 구성해 판매하기도 하지 않나. 부산 센텀시티점과 서울 롯데월드몰점​을 동일한 메뉴로 운영하지 않고 특성에 맞춰 다르게 운영해보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달라진 가격대다. 고든램지버거가 센텀시티점의 메뉴를 리뉴얼하며 새로 출시한 버거의 가격은 1만~2만 원대로 책정됐다. 클래식 버거·치킨 키예프 버거·크리스피 캐치 버거는 1만 9000원, 파스트라미 버거와 얼티미트 트러플 버거는 2만 2000원에 판매된다. 기존에 고든램지버거에서 판매하는 버거의 단품 가격이 대부분 3만 원을 훌쩍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대를 1만 원 이상 낮춘 것이다.

 

고든램지버거는 ‘고가 전략’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고든램지버거 론칭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국 출신 스타셰프 고든 램지는 “버거를 프리미엄 레벨로 선보이고 싶었다”, “고급화한 전략이 성공했다는 건 밖에 있는 줄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얼마 전 고든램지버거는 센텀시티점 신메뉴 출시를 기념해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팝업스토어를 알리는 홍보물에는 ‘합리적인 가격의 버거와 사이드, 스낵까지 라인업을 강화했다’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프리미엄 버거’, ‘고급화 전략’ 등을 강조했던 고든램지버거가 ‘합리적 가격’을 앞세운 마케팅을 선보였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고든램지버거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앞세웠던 ‘초고가’ 전략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메뉴 구성으로는 계속해서 손님을 모으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메뉴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신메뉴의 가격대가 낮아졌다는 것은 높은 가격대로 책정된 메뉴에 대한 고객 반응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고든램지버거는 처음 국내 매장을 오픈할 때만 해도 몇 달치 예약이 밀리며 화제가 됐었으나, 이제는 점심시간에도 웨이팅 없이 매장 이용이 가능할 만큼 한산해졌다. 고든램지레스토랑 코리아 관계자는 “주말에는 여전히 매장을 이용하려는 고객들로 웨이팅이 있다. 오픈한 지 2년이 지나다 보니 일부 고객 감소가 있을 수는 있으나,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마케팅 전략 자체도 달라지지 않았다. 매장마다 다른 전략을 적용하겠다는 의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식비를 가장 먼저 줄임에 따라 식품업계의 프리미엄 마케팅이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오피스빌딩 지하에 위치한 구내식당의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프리미엄 거품’ 식품업계에서 가장 먼저 꺼진 까닭

 

최근 몇 년간 소비 트렌드를 말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는 ‘프리미엄’이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보복소비 경향이 두드러졌고, 기업들은 저마다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공략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보복소비 심리가 한풀 꺾인데다,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프리미엄 마케팅은 시들해진 분위기다.

 

이런 경향은 식품업계에서 두드러진다. 프리미엄 식품 판매로 고급화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컬리는 최근 ‘최저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식재료부터 생필품 등의 상품을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고객 행사를 수시로 진행 중이다. 스타벅스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며 선보였던 고급형 특수 매장인 리저브 점포를 줄여나가고 있다. 리저브 점포는 일반 스타벅스 매장보다 음료 가격이 1000~5000원가량 비싸게 책정돼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에만 리저브 점포 8개를 정리했다.

 

농심은 지난해 연말 비건 파인다이닝 ‘포리스트키친’의 런치 가격을 30%가량 낮췄다. 지난해 5월 포리스트키친은 점심 가격을 5만 5000원에서 7만 7000원으로 높였으나, 파인다이닝 업계 부진으로 고객 수요가 줄어들자 슬그머니 가격을 다시 낮춘 것이다.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더미식’을 운영 중인 하림도 제품 할인 행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더미식 브랜드를 론칭했던 초기에는 고가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시장에서 큰 반응을 받지 못하자 대형마트 및 이커머스에서 1+1행사나 ‘100원 딜’ 등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식품 소비에서 프리미엄 거품이 가장 먼저 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 양극화에 따라 여전히 프리미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그렇다 해도 식품 쪽에서는 프리미엄 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분위기”라며 “식품류는 구매 빈도가 높다. 불경기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분위기에는 식비부터 줄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식품업계의 프리미엄 마케팅이 가장 먼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MZ세대의 소비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다 보니 심리적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중산층이 많이 흔들리다 보니 프리미엄 마케팅도 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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