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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재개발조합에 위약금 185억 청구했다 패소한 사연

법원 "계약 해제 정당한 사유 없지만, 앞서 시공사 선정 결의가 무효" 판결…현대 측 '항소' 방침

2024.04.05(Fri) 15:04:13

[비즈한국] 현대엔지니어링이 결별한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185억 원 상당의 위약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초 양측은 조합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공사비의 5%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기로 합의했다. 법원은 조합 측 계약 해제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애초에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사로 선정한 총회 결의가 무효라는 조합 주장을 받아들여 청구를 기각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 도급 계약을 해제한 부산 동삼1구역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185억 원 상당의 위약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 시공사 선정 당시 동삼1구역 재개발 조감도. 자료=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민사부(재판장 손승온)은 지난달 22일 현대엔지니어링이 부산 동삼1구역 재개발조합과 연대 보증인인 조합 임원들을 상대로 낸 위약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 도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했다며 2022년 7월 조합을 상대로 위약금 185억 원(공사비 5%)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동삼1구역 재개발사업은 부산 영도구 동삼1동 323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0층 아파트 19개 동(1999세대)과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2018년 기준)이다. 조합은 2018년 9월 조합원 총회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을 사업 시공자로 선정하고 10월에 공사 도급 계약을 맺었다. 3.3㎡당 공사비는 410만 원, 총공사비는 3710억 원에 달했다.

 

양측 분쟁은 사업비 대여와 위약벌 규정을 두고 시작됐다. 동삼1구역 재개발조합은 2021년 상반기 현대엔지니어링에​ 400억 원 수준의 사업비 대여를 요청하면서, 조합에 부여된 계약상 위약벌 조항을 함께 삭제하는 내용의 도급 변경 계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이런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초 사업비 조달과 위약벌 규정은 양측 도급 계약에 명시됐다. 동삼1구역 재개발조합과 현대엔지니어링 공사 도급 계약에 따르면 조합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경우 총공사비 5%를 현대엔지니어링에 위약벌로 지급해야 한다. 이 재개발사업에 실제 소요되는 경비는 조합이 수요자 금융을 통해 직접 조달하고, 시공사는 대여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삼1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 선정 3년 만인 2021년 9월 현대엔지니어링에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시공사가 400억 원 상당의 사업비 대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사업 시행 변경 인가와 관련해 협조하지 않는 등 계약상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이 정당한 사유 없이 도급 계약을 해제했다며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일단 조합 측 계약 해제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양측이 맺은 공사 도급 계약의 사업비 조달 의무가 조합에 있기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업비 대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사업 시행 변경 인가 과정에서 협조를 하지 않는 등 기타 해제 사유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 해제) 통지는 정당한 사유를 구비한 해제 통지라고 보기 어렵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은 이 사건 위약벌 규정에 따라 원고에 위약벌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런 법원 판단을 받고도 패소했다. 애초에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자로 선정한 총회 결의가 무효라는 조합 주장이 받아들여져서다. 조합 측은 이번 소송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사로 선정한 총회가 권한이 없는 자로부터 소집됐고 △총회 결의 내용도 정관을 위반해 모두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동삼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동삼1구역 재개발조합 정관에 따라 조합이 시공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하려면 미응찰 등의 이유로 입찰이 3회 이상 유찰돼야 한다. 앞서 조합이 각각 2018년 7월과 8월 낸 시공사 선정 입찰은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모두 유찰됐는데, 조합은 이후 추가 입찰 공고를 내지 않고 현대엔지니어링과 수의 계약을 맺었다. 정관 규정보다 유찰이 1회 모자랐던 셈이다. 

 

법원은 “조합의 이 사건 총회 결의는 ‘미응찰 등의 이유로 3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조합 정관에 반해 시공자 선정에 관한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결권 및 선택권을 침해한 것으로써 무효이고, 무효인 총회 결의에 터잡아 체결된 이 사건 도급 계약 역시 무효”라고 판단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를 소집한 조합장은 사실상 조합장이 아니었다. 앞서 동삼1구역 재개발조합은 2017년 8월 총회를 열고 A 씨를 조합장으로 선출했다. A 씨는 이듬해 8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2019년 7월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A 씨를 조합장으로 선출한 총회 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확정됐다. 조합 정관에 따르면 총회 소집권은 조합장에게 있는데, 시공사 선정 총회가 사실상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소집됐던 셈이다.  

 

재판부는 “A 씨를 조합장으로 선임한 총회 결의가 무효인 이상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사로 선정한 총회를 소집할 당시 A 씨가 총회를 소집할 적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할 수 없고, 달리 그 이후 적법하게 개최된 조합의 총회에서 위 결의를 추인하거나 A 씨를 조합장으로 다시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가 있었다는 사정 등이 보이지도 않으므로, 적법한 소집권자가 아닌 자에 의해 소집된 총회에서 이뤄진 결의는 무효라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소송에서 이 같은 조합 내부 사정을 몰랐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법원은 제반 사정을 고려했을 때 현대엔지니어링이 3회 이상 유찰시에만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조합 정관 규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총회 소집 권한과 관련해서는 계약체결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강행법규를 위반한 계약이 무효이기 때문에 계약 상대방이 선의 또는 무과실이라 하더라도 ‘비진의 표시’ 또는 ‘표현대리’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봤다.

 

동삼1구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판결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면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이 동삼1구역에 들어오면서 사업비 대여가 전혀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시 계약서가 특히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항소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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