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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신동빈 영장 기각 ‘갈라파고스 검찰’의 굴욕

거물 잡아야 성공하는 ‘인물 중심’ 옛날식, 변화하는 대상 못 따라가는 수사 문제

2016.10.01(Sat) 17:44:35

검찰이 올해 스스로 선택한 두 건의 수사가 모두 ‘실패’를 맛봐야 했다. 중수부의 부활이라는 기치 대검찰청 반부패범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MB(이명박) 정권 당시 금융 ‘​4대천왕’​ 중 한 명이었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을, 서울중앙지검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 등 특수부 3곳을 동원해 MB 정권 시절 제2롯데월드를 허가받았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각각 수사 최종 타깃으로 정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지난 5월 초,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검찰이 올해 스스로 선택했던 두 대형 수사는 구속 실패라는 불명예 속에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왼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되었다. 올 한 해 검찰이  스스로 선택한 두 건 모두 ‘실패’한 셈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검찰은 “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법원이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을 한다”고 비판하지만, 내외부에서는 검찰의 수사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거물을 잡아넣어야 성공’이라는 검찰의 수사 패턴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인데, 사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의 특수수사 성과를 보면 올해와 유사하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포스코 수사를 10개월 가까이 진행하면서도 정준양 전 회장, 이상득 전 국회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해 두 차례나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방위사업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 역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배임과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법원의 무죄 판단 근거였다. 해상작전 헬기 도입 과정에서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윤희 전 해군참모총장 역시 유무죄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오간만큼, 검찰의 주장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원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기업(조직) 시스템이 바뀌고 있는데 검찰이 과거 수사 패턴을 지나치게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수 수사에 밝은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투자 등 배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의사 결정들을 이사회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서 하고 있는 비중이 늘고 있는 데 반해, 그 과정에서 일부 핵심 인물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검찰의 범죄 혐의 주장은, ‘평가’로는 가능하지만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 역시 “배임 혐의를 갈수록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 기조인데, 검찰은 과거 기준으로만 자꾸 기소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치인과 연결되는 사건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를 기점으로 대기업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평도 나온다. 당시 특수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는 “대기업들은 오너들이 한 번이라도 다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스템을 손본다”며 “정치인에게 로비를 했다가 구속을 맛본 만큼, 책임을 남기지 않는 로비 시스템으로 가는 상황에서, 억지로 배임 등 범죄 혐의로 연결하기보다는 바뀐 기업 구조에 맞게 수사 타깃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 사건 재판에 정통한 부장판사 역시 “무조건 오너를 처벌하기보다 법인도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오너 일가가 개입한 일부 잘못된 기업 투자 결정에 대해 법인에 수백억 원의 징벌적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검찰이 법무부 차원에서 법안을 새로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도, 수사대상인 조직(기업)도 진화했는데 검찰만​ ‘갈라파고스’에서 정체돼 있는 셈이다.​ ​​

 

 

검찰 내에서는 수사 시스템을 바꾸려면 인사와 평가 시스템을 먼저 손봐야 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매년(1년 단위) 인사를 통해 성적표를 받는 게 우리 회사의 인사 시스템인데, 1년 안에 성과를 못 내면 그다음 해 요직을 갈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유명 인물을 잡고 마무리하려는 게 검사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며 “인사를 1년이 아니라, 2∼3년 단위로 하면서 시간을 주고 수사할 수 있게끔 해준다면 진짜 문제가 있는 기업 구조를 더 정확하게 손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내 인사에 정통한 한 차장검사 역시 “과거 정치인들은 수십억 원을 받고 구속됐다면, 이제는 수천만 원만 받아도 다선의 국회의원들이 구속되지 않느냐”며 “아직 부족하지만 사회가 갈수록 투명해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 수사 평가와 인사 고과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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