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최순실 게이트] ‘뒷북’ 세게 두드리는 검찰 vs 버티며 반전 노리는 청와대

특수본 대대적인 압수수색 청와대와 충돌 “의지 보인다”…원로 초청 박근혜 대통령 ‘경청’만

2016.10.29(Sat) 21:41:01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26일부터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29일엔 수사의 마지막 타깃이 될 청와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보안구역에 대한 압수수색은 법에 따라 절차와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며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검찰에 넘기다 검찰과 충돌했다. 청와대가 의미 없는 자료만 제출했다는 것. 검찰은 30일 압수수색 영장을 재집행하기로 하고 일단 철수했다.

 

만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면 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청와대뿐 아니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부속실 비서관 등의 자택도 압수수색하며, 각종 의혹들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등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관실을 압수수색 한 뒤 차량에 압수물을 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검사와 수사관이 들이닥친 곳은 청와대 외에도 10여 곳에 달한다. 안 수석과 정 비서관 자택 외에도, 김한수 행정관, 윤전추 행정관,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 김종 문화체육관광보 2차관 등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찾아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문서 등 자료, 그리고 개인 휴대폰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을 볼 때 최순실 씨 소유로 알려진 태블릿 PC 속 대통령 원고 등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과정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최순실 씨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겠다는 게 검찰의 큰 수사 줄기로 풀이된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800억 원에 가까운 기금을 전경련 등 대기업들로부터 모금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수석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안 수석은 국정감사 등에서 “따로 만난 적도 없고 개입한 적도 없다”며 부인했지만, 두 재단 출범 이후에도 그가 K스포츠재단과 최 씨 개인 회사로 알려진 더블루K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 최 씨를 도왔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도 관련 진술들을 해 줄 수 있는,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는 ‘귀인’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순실 씨의 최측근이었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28일 오후부터 이틀 동안, 최 씨의 최측근인 고영태 씨를 지난 금요일 밤에 출석시켜 2박 3일 동안 조사했다. 

 

언론에 노출이 되면 안 되는 주요 참고인의 경우 어떻게든 신병을 제한해 ‘입’을 묶는 게 일반적인만큼, 검찰은 이들을 긴급체포하는 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은 채 몰래 귀가시키며 이들을 배려했다. 사건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키맨’들을 그냥 돌려보냈다는 것은, 이들이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해줬다는 풀이가 가장 자연스럽다.

 

특수수사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주요 참고인을 어떤 이유로라도 구속시키는 것과 불구속으로 조사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수사 협조 여부”라며 “두 명 모두 불구속 했다는 것은 검찰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 털어놓았다는 얘기고, 나가서도 더 이상 언론에 불필요한 얘기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검찰에 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들로부터 원하는 진술을 들은 검찰의 수사가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검찰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것뿐 아니라, 정권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수석비서관들의 자택을 실제 압수수색하는 것은, 절대 쉽게 나올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며 “이번 의혹에 대해 청와대보다 국민 여론을 의식해 수사를 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상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2월 25일 오후 청와대 전경. 사진=비즈한국DB


박근혜 대통령도 우병우 민정 등 청와대 수석들에게 일괄 사표를 우선 지시해 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주말 동안 박 대통령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당 고문들을 불러 조언을 들었는데,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별 다른 얘기 없이 원로들의 발언을 수첩에 메모하며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원로 정치인은 “신뢰와 원칙을 주장하는 박 대통령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느냐, 최순실 이라는 근본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하고 어울린다는 그것 때문에 국민들이 자존심 상한다고 조언했다”며 “박 대통령은 별 다른 얘기 없이 우리가 하는 얘기를 메모에 적으며 들었다”고 설명했다.

 

자리에 참석했던 또 다른 원로 정치인 역시 “대통령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가감 없이 전했다”며 “인적쇄신뿐 아니라 거국내각, 내각 쇄신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현 상황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최 씨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원로 정치인은 “대통령에게 측근 중에 주변에 종교 관련해 이상한 사람들, 최태민과 같은 사람들을 버리지 못한 것이 이제 와서 상당히 안타깝고 후회스럽다”고 박 대통령에게 얘기했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