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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추경 드라이브’의 정치경제학

“조기 대선 의식한 정부·여당의 꼼수” 비판 속 “필요성 있을 수도” 반론도

2016.12.28(Wed) 09:46:22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성장률 등 국내외 경기여건을 면밀히 점검하겠다. 필요할 경우 추가대책도 검토 하겠다.”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 1분기 실적을 보고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발언한 26일 산업경쟁력 강화 회의 발언을 불과 하루 만에 뒤집었다. 26일 발언은 1분기 성장률과 국내 경제 상황을 충분히 살펴본 뒤 ‘사후’ 판단하겠다는 의미며, 27일 발언은 대내외 경기 여건의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1분기 추경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조폐공사에서 5만 원권을 발행하는 모습. 사진=비즈한국DB


그러나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1분기 추경은 과연 현실 가능성이 있을까. 정부는 사실상 대통령 유고 상태에서 추경안이 여소야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일까.

 

처음 추경의 군불을 땐 것은 지난 22일 유 부총리였다.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하방 위험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정부 전망치인) 3%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화두를 던졌다. 이에 대해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정책은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 내년 2월에 추경이 편성될 수 있게 연말부터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이 모습을 접한 정치권 인사들은 “전형적인 정부 청부안”, 혹은 “예산 편성 때 잡히지 않은 예산이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에 정부와 새누리당의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경제 충격과 내년도 성장률이 2%대 부진할 것이란 전망 등을 추경의 명분으로 꼽았다. 그러나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와 법령에 따른 국가 지출 발생·증가 등으로 정하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을 추경의 조건에 해당하느냐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겸 한국개발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확한 예산안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무조건 추경부터 편성하자는 것은 대선을 의식한 행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상반기 예산을 조기 집행한 뒤 그 효과를 지켜보고 추경을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 새누리당의 예상대로 내년 성장률은 2%대 초중반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한 해(2014년 3.3%)를 빼고는 계속 2%대에 맴돌고 있다. 현재 성장률을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지난 20년간 1분기 추경이 치러진 1998·1999·2009년의 상황과 비교하면 비상 상황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1998·1999년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발생한 실물 침체를 극복할 목적으로 편성됐다. 백 교수의 말마따나 추경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가 예산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도  “추경은 말 그대로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인데, 집행도 하지 않고 추경 얘기하는 건 전례도 없고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물론 정치적 이유가 가장 클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용’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가운데 반새누리 진영이 전체 의석이 3분의 2를 점하고 있어 사실상 추경안의 국회 통과는 어렵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으로선 추경 카드를 던짐으로써, 이에 반대하는 정치집단을 비난할 수 있는 정치적 카드가 생기는 셈이다. ‘친박’만 남은 새누리당으로서는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카드다. 

 

지난 22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분기 추경안’의 군불을 땠다. 사진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허공을 바라보는 유 부총리. 사진=박은숙 기자


대선 승리에 목이 마른 야당도 새누리당의 추경 열차에 처음에는 몸을 실으려다 황급히 몸을 뺐다. 추경으로 인한 표심 확보를 노렸다가 반발 여론이 더욱 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트럼프노믹스가 국내 경제에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아직 미실현된 일이고 충격도 우려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1분기 추경 편성은 다소 과잉된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 위기 이후 매년 추경을 편성하며 정책 효과는 떨어지고 국가 부채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추경 카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민주당과 개혁보수신당, 국민의당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구조개혁 없이 예산만 붓는다고 경기가 나아지길 바라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을 바라는 바람에 400조 원이 넘는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며 “정부·여당은 어차피 야당이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던진 패다. 여당은 야당을, 정부는 한국은행을 압박할 명분이 생긴 셈”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AI로 피해가 막심한 농촌의 표심을 끌어 모으는 전략으로 이해한다”며 “법인세 인상 등 되레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들과 야3당의 정책 공조 명분을 제공한 자충수”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예산안을 짤 때보다 경제 상황이 나빠져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내년 예산이 슈퍼 예산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지출 증가율은 예년에 비해 낮다”며 “내년 성장률을 전망을 낙관적으로 매겼다가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생겼을 수 있다. 정부의 경제 예측 능력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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