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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공시] ‘합병 낙제생’ KB금융지주, 왕좌 탈환을 노리다

2016-02-04,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며 업계 1위 신한금융 바싹 추격

2017.02.04(Sat) 08:00:21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6년 2월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B금융은 “당사는 현대증권(주)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와 관련하여, 현재 진행되거나 결정된 사항이 없음을 알려 드린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KB금융은 비은행권 계열사 확장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금난에 시달리던 현대증권을 인수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해 말 현대증권은 결국 주식교환방식을 통해 KB금융의 완전자회사가 되었다. 이어서 현대증권을 존속법인으로 유지하고 KB금융의 100% 자회사인 KB투자증권을 소멸하는 흡수합병이 결정되었다. 이로써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두 회사는 ‘KB증권 주식회사’로 재탄생했다. 

 

최근 몇 년간 KB금융은 합병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었다. 2014년에는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내준데 이어 2015년엔 KDB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의 품에 들어갔다. 한편 경쟁사인 신한은행은 2015년 전체 순이익의 42.1%를 비은행 사업에서 내며 순항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중에 남은 대형 증권사 매물은 그동안 인수전에서 찬밥 취급을 받던 현대증권뿐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가격을 시중가의 3배인 1조 원을 써내 우선사업협정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성공했다. 

 

금융지주사의 ‘비은행권 몸집 키우기’는 KB금융만이 골몰하는 과제가 아니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기업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은행 계열사에서의 수익창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달 30일 자회사인 현대증권의 1800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4조 클럽’에 성공했다. 이로써 4조 원 규모의 자기 자본을 가진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으로 총 5개가 되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으로 자기자본 4조~8조 원인 증권사가 어음 발행 및 외국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증권사에 어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과 외국환 업무를, 8조 원 이상인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와 신탁업무를 허용한다. 증권회사가 상당한 은행업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현대증권의 인수로 KB금융은 업계 순이익 1위를 달리던 신한금융을 바짝 뒤쫒았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 공시 후 1년이 지났다. 현대증권 인수로 KB금융은 8년 동안 은행권 순이익 1위 자리를 지킨 신한금융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되었다. 주가에서도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은행주 1위를 달리고 있다. KB금융의 올해 초 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신한금융의 주가 상승률은 1월 말 기준 17.4%로 9.5%인 기업은행 다음으로 가장 낮다. 

 

이는 다양한 비은행업종을 운영하고 있던 신한지주보다 이익 안정성이 떨어졌던 KB금융이 현대증권과 LIG손해보험 등을 인수하면서 큰 약점을 보완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KB금융이 현대증권과 KB손해보험의 지분을 회계장부가보다 저렴하게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8000억 원가량의 염가매수차익도 한몫했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의 주가 급등은 인수로 인한 단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도 있다. 당장은 KB국민은행이 28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희망퇴직 단행으로 발생한 8600억 원가량의 처리비용이 문제다. 지난해 4분기 1조 원 가량의 큰 수익을 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실적 하락은 주식에 악영향을 줄 여지가 크다.​ 

 

한편 전문가들은 초대형 투자은행들이 어음 발행으로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트럼프 당선 등 대내외 리스크가 붉어지면서 당장은 많은 투자자가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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