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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기업 사옥 장애인 주차구역 ‘무용지물’ 실태

비장애인 편법 주차에 통근버스 주차장으로 활용하기도

2017.03.15(Wed) 19:51:11

[비즈한국] 최근 몇 년 사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주차 단속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말 보건복지부는 과태료를 두 배 인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실상은 어떨까. ‘비즈한국’이 주요 대기업들의 사옥과 그들이 운영하는 쇼핑몰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운영 실태를 점검해봤다.

 

여의도 LG 트윈타워 야외 주차장에 한 대형버스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불법 점유하고 있다. 사진=박혜리 기자


첫 번째로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그룹 본사를 방문했다. LG 트윈타워 동관 앞 야외 주차장인 ‘동원주차장’은 대형버스로 가득차 있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차장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대형버스 한 대가 주차구역 두 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주차관리인은 “임직원들 출퇴근을 위한 버스”라고 답했다. 행선지를 붙인 통근버스 행렬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여의대로 6길과 여의대로 도로 중간에도 LG 임직원 출퇴근용 버스들이 늘어서 있었다. 모두 불법 주차다. 왕복 3차선 도로인 여의대로 6길의 경우 버스 대열이 한 도로의 절반을 가리고 있어 출·퇴근 시간 정체는 불을 보듯 뻔했다.

 

여의도 LG 사옥 앞 도로를 불법 점유하고 있는 LG 임직원용 통근버스들. 왕복 3차선 중 한 차선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사진=박혜리 기자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공공도로에 5분 이상 주정차 시 불법 주정차로 간주하지만 통학·통근 버스의 경우 단속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지구대는 “불법 주정차는 맞지만 대안이 없어 단속이 애매하다”며 “과태료 부과와 같은 실질적인 제재는 구청에서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LG트윈타워 서원 주차장. 장애인전용 주차 안내 표지판과 바닥 표시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사진=박혜리 기자

 

서관 앞 야외 주차장인 ‘서원 주차장’에는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대형버스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관련 법규엔 ‘안내표지는 주차장 내 식별하기 쉬운 장소에 부착하거나 설치하여야 한다’고 돼있지만 두 개의 입식 표지판이 구석에 나란히 서 있었고, 그마저도 버스에 가려 출입구 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바닥 도색 역시 많이 벗겨져 있는 모습이었다. 

 

LG 관계자는 “퇴근 시간이라 혼잡해서 잠시 주차해 둔 것으로 안다. 문제제기한 부분은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행법에 따르면 일반 차량이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 주차하는 건 시간과 상관없이 불법이다.

 

다음으로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신축 회관 ‘FKI 회관’에 가 보았다. 지하 3층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는 자리마다 안내 표지판이 있었고 바닥 도색도 깨끗했다. 다만 지하 6층의 전기차 전용 주차장에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문제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없는 차들이 주차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의해 장애인 전용 주차표지를 붙이지 않은 차량은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없다. 

 

또 주차표지가 붙어 있어도 보행에 장애가 없는 사람만이 타고 있을 수는 없다. 이를 어길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취재 당시 신체적 장애가 전혀 보이지 않는 한 남성이 어린 자녀와 함께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에 주차된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경련 회관 지하주차장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시설은 우수하지만 불법주차가 대부분이다. 사진=박혜리 기자


휠체어 승하차를 위한 목적으로 있는 장애인 주차구역 주변의 여유 공간을 비집고 주차한 차량도 한 대 보였다.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하지 않음으로써 처벌을 피하려고 한 행동일 수 있지만 이 경우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 방해 행위로 간주하여 50만 원까지 벌금을 물 수 있다.

 

세 번째로 서초동 삼성의 본사 ‘삼성타운’ C동을 찾았다. 이른 아침이라 주차장 내부는 한산했다. 여러 층을 둘러봤지만,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불법주차한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바닥 면에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임을 표시하는 도색이 없었고 입식 안내 표지판에는 규정과 달리 불법 주차 차량을 신고하는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삼성타운에서는 불법주차 차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바닥면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표시가 규정대로 되어있지 않다. 사진=박혜리 기자


네 번째로 역삼동 ‘GS타워’에 갔다. 인상적인 부분은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 마련되어 있는 두 층의 상황이 달랐다는 점이다. 한 층의 경우 모두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한 차량 모두 장애인 전용 주차표지를 부착하고 있었고, 다른 한 층의 경우 대부분이 일반차량이었다. 심지어 화물 운반용 엘리베이터 근처에는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임에도 한 음료업체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GS타워 지하주차장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업무용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사진=박혜리 기자


 

이러한 차이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주차 관리인의 관심도도 영향을 주는 듯했다. 비교적 잘 관리된 층의 주차 관리인은 “관심이 많아서 철저하게 검사하는 편인데 솔직히 어떤 기준으로 장애인전용 주차 구역에 주차할 권한을 주는지 모르겠다”며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사람도 장애인전용 주차 권한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답답해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장애인 등급 판정 기준에 따르면 겉으로 식별이 가능한 지체 장애인뿐 아니라 청각·심장·호흡기 장애 등이 있는 경우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 관리인과 이용자 간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차 관리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경우도 장애인 주차 표지를 받을 수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마지막으로는 롯데 영플라자, 에비뉴엘, 롯데백화점 본관을 통칭하는 소공동 ‘롯데타운’을 찾았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마련된 곳은 롯데백화점 지하 주차장뿐이었다. 역시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주차하고 있는 차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쇼핑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의도에 있는 ‘IFC몰’ 역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주차한 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쇼핑몰의 경우 주차장 이용객 대부분이 직원이 아닌 잠시 머물다 가는 쇼핑객이기 때문에 굳이 마찰을 빚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작용한 듯 보인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지하주차장에도 불법 주차한 차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사진=박혜리 기자


취재하며 접한 불법 주차 차량 한 대를 ‘생활불편신고’ 앱으로 신고해 보았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차량 번호가 기재된 사진과 간단한 위치 설명으로 민원이 접수되었다. 앱을 통해 5분 만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한 차량 3대를 신고했다는 한 시민은 “텅텅 빈 주차장에 자신들 편하려고 주차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신고에 따른 포상금이 주어지진 않음에도 신고 앱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주차 단속 건수는 2013년 5만 2940건, 2014년 8만 8042건, 2015년 15만 2856건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많은 경우 시민들의 신고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휠체어가 옆문 혹은 뒷문을 통해 승·하차할 수 있도록 개조한 차량은 현재의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으로 승하차가 불가능하다. 현재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리프트를 간신히 내릴 수 있는 정도다.

 

한 장애인 차량 개조 업체 관계자는 “장애인 차량 중 개조 차량은 5% 미만이라 전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중 일부를 개조 차량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장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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