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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학점·취업, 이도 저도 안 되는 대학 졸업유예 '삼각 딜레마'

등록금에 수강신청 요구 강의 못 들어 학점 하락까지…법 개정하면 나아질까

2017.12.20(Wed) 11:10:53

[비즈한국] 대학교 졸업유예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일정한 기준 없이 대학 재량으로만 운영돼서다. 일부 대학은 졸업유예 희망자들에게 추가 수업료나 학교 시설이용 실비 등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 부담은 더욱 늘어만 가고 있다.

 

축복 받는 졸업식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성신여자대학교 재학생 A 씨는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졸업 후 공백기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지난 학기 졸업을 유예했다. 하지만 성신여대에선 최소 2학점 이상을 추가로 이수해야만 졸업유예가 가능하다. 필수학점을 모두 채운 A 씨는 어쩔 수 없이 추가 수강신청을 했다. A 씨가 지불한 수업료는 일반 등록금(320만~340만 원) 6분의 1에 해당하는 약 55만 원이다. 

 

A 씨는 “별다른 요구 없이 졸업을 유예해주는 대학도 있다. 우리 학교는 무조건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부모님께 죄송해, 더 이상의 유예 없이 내년 2월 졸업할 계획이다. 주변엔 알바를 뛰어 졸업유예 비용을 마련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추가 신청하는 강의는 오히려 걸림돌이다. A 씨는 “취업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취업 지원 수업’을 들었으나 별 도움이 못됐다”며 “스터디 시간만 뺏겼다”고 귀띔했다. 

 

교환학생을 마치자마자 졸업을 앞둔 성신여대 재학생 B 씨는 졸업유예를 신청하고 온라인 수업을 수강했다. B 씨는 “귀국 후 취업준비로 바쁠듯해 집에서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을 신청했다”면서도 “집중 못할 수업에 돈을 내는 게 아깝다”고 설명했다. 

 

# 재학생만 인턴 가능한 회사 많다 보니 졸업유예 필수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인턴모집에 지원하려 졸업을 유예한 건국대학교 재학생 C 씨는 총점이 떨어지기도 했다. C 씨는 1년간의 인턴근무를 위해, 한 학기 당 50만 원가량의 수업료를 두 차례 지불했다. 그러나 출근하느라 출석을 못해 F 학점을 받았다. C 씨는 “낮은 성적을 우려해 수강신청을 안 하면, 졸업을 유예할 수 없다. 그러면 인턴지원도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올 여름 서울여자대학교를 졸업한 D 씨의 불만도 상당하다. D 씨는 자신이 반강제로 졸업했다 설명한다. 서울여대는 필수학점을 모두 이수하면 무조건 졸업해야 한다는 학칙을 갖고 있다. 졸업유예를 위해선 학점을 남겨 추가학기를 신청해야만 한다. D 씨는 “졸업 여부는 학생의 선택지”라며 “요즘처럼 취업이 힘들 땐 학생들의 필수불가결한 권리”라고 역설했다.

       

D 씨는 졸업유예생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과거부터 있던 졸업유예제를 폐지한 모교 방침을 비난했다. D 씨는 “학교 입장에선 돈 안 내는 졸업유예생이 늘어나는 게 골칫거리일 수 있다. 하지만 졸업유예제 폐지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조치가 아니다”며 “학생들을 위한다면 학교가 1년간의 졸업유예기간을 허용하고, 그 이후부터는 일정 금액을 받는 식의 타협점을 만들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추가 등록금을 요구하지 않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1년간 졸업유예를 했던 E 씨는 이들 불만에 공감했다. E 씨는 대학을 교육기관이 아닌 하나의 기업으로 평가했다. E 씨는 “지금의 대학은 시장논리를 따르며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은 줄어들었다”며 “졸업장을 돈 주고 구매하는 현 교육 생태계에서 ‘졸업장을 늦게 받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라’는 대학의 요구가 이상하지 않다”며 비꼬았다.

 

# 전국 197개 대학 중 졸업유예 조건 수강신청 필수 82곳

 

실제로 졸업유예 희망자에게 최소수강학점이나 최소등록금을 요구하는 학교는 다수 존재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졸업유예제 운영현황 전수조사 자료’(2017년 2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197개 대학 중 130개 대학이 졸업유예제를 운영 중이다. 그 중 수업수강을 필수로 하는 대학은 82개다. 

 

졸업유예제를 운영하지 않는 대학 중엔, 앞서의 사례처럼 학점을 남겨 추가학기를 신청해야만 졸업연기가 가능한 대학도 있었다. 추가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는 학교가 해당 조사에서 집계된 82개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반대로 졸업유예라는 명칭 대신 ‘수료’라는 개념으로 졸업을 무상 연기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졸업유예생은 총 1만 5898명으로 이들이 대학에 납부한 등록금만 33억 7000만 원이다. 전희경 의원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학들이 졸업유예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추가 등록금 납부에 대해 나름의 명분을 내세운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수업을 들어야 재학생이라는 건 상식”이라며 “수업을 안 듣고 학교를 이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명지대학교 관계자도 “수업을 안 듣고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건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졸업유예란 학교 수업을 더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에게만 허용해야 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 교육부, 졸업유예생 추가 수강신청 강요 금지 개정안 발의

 

등록금을 요구하는 이유에는 늘어나는 졸업유예생에 대한 학교측 부담을 덜어내기 위함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사립대 관계자는 “학교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경우 학교 운영비는 늘 수밖에 없다. 전체 학생들 또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업료 대신 한 학기당 10만 원가량의 일정 금액을 요구하는 가천대학교 관계자는 “졸업유예생들은 재학생으로 분류된다. 재학생이 늘어날 경우 학교 운영이나 대학평가, 장학금을 포함한 각종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무작정 유예시킬 수 없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과거 교육부에서 학생들을 빨리 졸업시키고자 졸업유예 제도를 손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추가 수업료를 요구한 것”이라며 “최근 학생들 부담을 감안해 유예제도를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개정안엔 졸업유예제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와, 대학이 졸업유예 희망자에게 추가 강의를 수강토록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운영비 명목의 등록금 규제는, 학생들의 학교 시설·행정 이용 빈도 등을 일일이 체크할 수 없어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대학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김봉석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대학별로 졸업유예 희망자 수가 차이를 보이고 있어, 교육부가 구체적인 규정을 내놓거나 대학 간 협의를 통한 일정한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별 대학이 자정 노력으로 적정 수준의 제도를 만들어가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진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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