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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평창 동계올림픽엔 '사랑이 머무는 곳에'서 '국가대표'와 '쿨 러닝'

국내 첫 동계올림픽 앞두고 동계 스포츠 명화 세 편의 추억

2018.01.05(Fri) 18:29:20

[비즈한국]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국내에서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자 첫 동계 올림픽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연일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이벤트와 관련 소식들이 쏟아지면서 저마다 추억의 한 켠에 자리 잡은 동계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잊을 수 없는 영화들이 떠오른다.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현재 중년 세대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사랑이 머무는 곳에’(Ice Castles, 1978), 자메이카 청년들의 봅슬레이 도전기 ‘쿨 러닝’(Cool Runnings, 1993), 오합지졸 스키점프 대표팀의 성장 과정을 그린 ‘국가대표’(2009) 등이 그렇다. 

 

‘사랑이 머무는 곳에’ 라스트 신. 닉(왼쪽)이 넘어져 방향 감각을 잃은 렉시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 사랑이 머무는 곳에: 사랑의 힘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우리에게 피겨 스케이팅은 척박한 현실 속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얼마 전까지 세계를 호령했던 김연아로 인해 친숙한 종목이다. 현재 중년 세대 중 다수는 김연아의 경기 모습을 볼 때마다 청춘시절에 봤던 ‘사랑이 머무는 곳에’를 떠올린다. 1979년 국내에 개봉한 이 영화는 서울에선 현재 사라진 단성사에서 상영돼 그 시절 영화관을 찾은 이들에게 더욱 추억을 자극하는 영화 중 하나이리라. 

 

개인적으로 30년도 더 지난 1986년 성탄절 밤 MBC를 통해 방송됐던 이 영화를 처음으로 보고난 직후 느꼈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꽁꽁 얼어붙은 연못 위를 하얀 옷을 입고 하얀 털모자를 쓴 앳되고 아름다운 금발의 소녀가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엄청난 성량과 극적인 목소리로 유명한 멜리사 맨체스터가 부르는 주제가 ‘Through the Eyes of Love’가 어우러지면서 첫 장면부터 관객을 몰입시킨다. 

 

미국의 아이오와주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 렉시는 피겨 스케이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렉시는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스케이팅을 배웠고 그녀에게 스케이팅은 인생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지역 아이스링크를 운영하는 벨라 스미스는 렉시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지도에 나선다. 렉시는 대회에 출전하지만 석연찮은 판정 속에 예산 탈락이라는 쓴맛을 본다. 하지만 이번에도 재능을 알아본 유명 코치에게 발탁된 렉시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합숙소에 들어가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실력도 일취월장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렉시는 고향에서 사귀었던 애인 닉과 결별하고 화려하지만 공허한 생활에 염증을 느낄 즈음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트리플 점프를 시도하다 부상으로 시력을 잃게 된다. 그저 희미하게 빛과 어둠 정도만 구분할 수 있게 된 채 고향으로 되돌아 온 렉시는 의욕을 잃고 칩거 상태에 들어간다. 이때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일으켜 세운 이들이 헤어졌던 닉과 옛 스승 벨라였다. 

 

 

렉시는 각고의 노력 끝에 대회에 나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우승이 목적이 아니다. 정상인은 아니지만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기 위함이었다. 

 

렉시가 대회에서 연기를 마칠 때까지 관중들은 그녀의 장애를 알지 못한다. ‘Through the Eyes of Love’​ 음악에 맞춰 렉시가 기적적으로 아름다운 연기를 마치자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아이스링크에 있는 그녀에게 장미를 헌화한다. 하지만 관중의 환호에 답하기 위해 링크를 돌다 ​렉시는 ​스케이트 날에 꽃들이 걸리면서 넘어지고 당황해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이 모습을 보고 나서야 관중들은 그녀가 시각 장애인을 알게 된다.

 

닉이 아이스링크에 내려와 렉시의 손을 잡고 그녀를 안정시키자 관중들은 더 큰 박수를 두 사람에게 보낸다. 영화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의 흐르면서 당시의 기술과 현재의 세계 정상급 피겨 스케이트 선수들의 기술은 차이가 크다. 영화에서 부상을 입을 트리플 점프는 현재 정상급 선수들에게는 보편화된 기술이다. ‘사랑이 머무는 곳에’는 상당히 진부하고 상투적으로 내용이 전개된다는 비평도 있다. 

 

하지만 암울한 군사정권 치하를 살아가던 당시 국민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영화였다. 사랑의 힘으로 좌절을 딛고 일어서려는 스포츠 선수의 이야기는 복잡하고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가끔씩 자신을 삶은 되돌아보게 하는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렉시 역을 맡은 린 홀리 존슨은 실제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다. 1974년 피겨 스케이팅 전미 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기록한 후 1977년 프로로 전향한 린 홀리 존슨은 ‘사랑이 머무는 곳에’ 한 편으로 세계적인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그녀는 TV 등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 왔다. 다만 ‘사랑이 머무는 곳에’ 이후 ‘007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 1981)에서 캐롤 부케와 함께 본드 걸로 출연한 것 외에 영화에서 이렇다 할 히트작 출연은 찾아보기 어려워 아쉽다. 

 

‘국가대표’ 스틸 컷.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점프대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 국가대표: 오합지졸들의 스키점프 도전기 

 

30층 건물 높이에서 경사로를 따라 시속 80~90km의 속도로 내려와 점프 후 100m 이상의 거리를 날아 짜릿한 착지. 이과정에서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며 위험천만한 동계 스포츠 종목인 스키점프에 대한 얘기를 다룬 영화가 ‘국가대표’다. 이 영화는 연말연시 진일보한 컴퓨터 그래픽(CG)을 통해 전국 극장가를 석권하는 ‘신과함께-죄와 벌’의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국가대표’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으나 단체전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국가대표 스키점프팀 실화를 모티브로 적절한 유머와 감동을 가미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당시 소재 기근에 시달리던 국내 영화계에 잘 만들어진 스포츠 영화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개봉 당시 85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봉된 스포츠 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국가대표’ 도입부는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차원에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되는 과정을 다룬다.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방종삼(성동일 분)이 국가대표 코치로 임명된다. 대표팀 구성 중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어머니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아 출신 차헌태(하정우 분)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가는 곳마다 싸움을 일삼는 나이트클럽 웨이터 최홍철(김동욱 분), 고짓집 식당 아들 마재복(최재환 분), 귀가 안 들리는 할머니 때문에 반드시 군 면제를 받아야 하는 청년가장 강칠구(김지석 분), 칠구의 조금 모자란 동생 강봉구(이재응 분) 등 급조된 팀원들은 스키점프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들이다. 

 

이런 스키점프팀이 우여곡절 끝에 결국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가대표’는 엔딩에 비인기 종목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그간 따온 메달들을 열거하면서 “아직 한국 스키점프 국가대표의 등록 선수는 다섯 명이 전부이다”라는 서글픈 현실을 꼬집고 있다.  

 

 

김용화 감독이 ‘신과함께’나 ‘미스터 고’(2013)에서 보여줬듯 그는 ‘국가대표’에서도 출중한 CG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국가대표’에서 보여준 마지막 스키점프 대회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다. 

 

영화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긴장하는 선수들의 모습이나 스키점프대에서 엄청난 속도로 내려와 날아오르는 장면 등은 마치 관객이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이 장면들은 실제 스키점프 대회를 촬영하고 그 화면에 미리 촬영한 배우의 모습을 기술적으로 합성을 통해 연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가대표’는 서태지와 결혼하며 잠정적으로 연예계를 떠난 여배우 이은성의 마지막 출연작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

하지만 ‘국가대표’는 자메이카 사람들의 봅슬레이 도전기를 그린 영화 ‘쿨 러닝’(1993)과 인물 설정이나 내용전개 등에서 너무 유사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두 영화는 대표적으로 열악한 훈련 방식과 괴상한 훈련 방법, 팀 멤버 중 한 명의 아버지가 심각한 반대를 하는 등 상당 부분 설정에서 동일하다. 

 

‘쿨 러닝’ 스틸 컷.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이 욕조 안에서 가상훈련을 하고 있다.


# 쿨 러닝: 열대의 섬나라 자메이카 출신의 봅슬레이 출전기 

 

‘국가대표’의 원작이 ‘쿨 러닝’이라고 말하는 인터넷 게시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쿨 러닝’은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위치한 열대의 섬나라 자메이카의 네 젊은이가 각자의 목표를 위해 좌충우돌 봅슬레이 도전기를 다루고 있다. ‘쿨 러닝’역시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육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데리스 베녹은 어떻게 해서라도 올림픽에 꼭 나가야겠다며 생뚱맞게도 ‘봅슬레이’로 출전할 결심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코치인 어빙 블리처를 선임하고 의기투합을 통해 모인 그를 포함한 4명의 팀원들은 모두 육상선수 출신들로 봅슬레이 경험이 전혀 없다. 하지만 네 젊은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습에 몰두한다. 

 

영화에서 눈이 오지 않는 자메이카의 자연환경 탓에 산비탈을 타거나 때로는 팀워크를 맞춘답시고 목욕탕 욕조에 들어가 훈련하는 장면은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이들은 국가와 주변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도 캘거리 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어내고 사비를 털어 캐나다로 향한다. 

 

이들은 생전 처음 겪는 혹독한 날씨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1차 시기에서는 꼴찌를 기록했지만 2차 시기에서는 신들린 호흡으로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일약 다크호스로 떠오른다. 

 

기쁨도 잠시, 3차 시기에서 관중들의 응원 속에 경기에 임하지만 결승점을 앞두고 자신들을 실었던 봅슬레이가 박살나면서 실격하고 만다. 실제 자메이카 대표팀은 궤도 이탈로 실격하는 와중에도 실망하지 않고 놀라운 행동을 했다. 봅슬레이를 지고 끝까지 걸어서 결승점을 통과한 것. 

 

이런 감동적인 사연이 있었기에 ‘쿨 러닝’이란 영화로 재탄생하게 된 셈이다. ‘쿨 러닝’은 실패했지만 아름다운 도전을 주제로 하며 참된 스포츠 정신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수작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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