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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촉발한 미국의 이유 있는 치킨게임

표심 잡기에 기업 투자 유치·달러화 강세 등 경제적 실리까지

2018.06.19(Tue) 14:16:31

[비즈한국] 자유무역은 항상 옳고 보호무역주의는 무조건 틀린 걸까. 19세기 고전학파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꺼내든 이후 1990년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자유무역은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실제 국가 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생산활동과 이어진 자유교역은 20세기 세계 경제의 동반 성장을 이끌었다. 자유무역은 세계 경제의 전가의 보도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미국 정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이 판이 흔들리고 있다. 선거 기간 내내 자국 중심주의를 펼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초 취임 후 1년 반 동안 자유무역 체제를 흔드는 데 여념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진영의 ‘악의 축’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결국 올 것이 왔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이 무역 문제를 두고 맞붙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에 서명했다. 

 

속으론 웃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에 서명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중국은 대두와 항공기·자동차·화학제품 등 106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까지 억제하겠다며 오히려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18일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금융시장이 불안해져 공멸의 길로 접어들 경우 미국에도 손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과연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 손해일까. 전문가들 말마따나 미국은 정치·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은 걸까. 의문이 든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자국민의 표심을 고려한 정치적 선택인 측면이 크지만, 실제 경제적 실리도 챙길 수 있는 측면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정을 투여해 고용률을 높이고 내수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케인스주의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취임 초 1조 달러(약 1104조 원) 이상을 쓰겠다고 밝혔으나, 미국의 재정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선뜻 돈을 풀 수 없는 처지다. 미국의 공공부채는 2008~2016년 9조 5487억 달러(약 1경 546조 원)나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감면 등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정책을 펼쳐 미국 기업의 국내 회귀를 유도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정부 자금 대신 민간 자금을 국내 경제 활성화에 쓰겠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중국 직접투자(FDI) 규모만 2280억 달러(약 251조 원, 1990~2016년 기준)에 달한다. 미국 기업이라도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원산지 규정에 따라 대개 생산한 국가가 원산지가 된다. 이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기업의 자국 회귀를 유도할 수 있다. 실제 제너럴일렉트릭(GE)·애플·레노버 등 미국 대기업들이 중국 생산 공장을 본국으로 옮겼다.

 

이 경우 제품의 밸류체인을 미국 국내로 돌릴 수 있어 해외 기업의 미국 FDI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큐셀 1억 5000만 달러, 현대차 3억 8800만 달러를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이 미국 투자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증권사 관계자는 “유가·전기료 등등 미국의 유틸리티 가격은 한국보다 저렴한 데다, 감세 정책까지 더해 미국 투자의 메리트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국제적으로 무역분쟁이 발생하면 미 달러화의 가치가 오르는데, 이 역시 현재 미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달러 약세를 유도해 자국 생산품의 수출을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발생한 강달러는 미 국채, 주식 등 달러화 표시 자산 투자에 대한 메리트를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연준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미 국채로 돌아오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까지 올랐다. 미 증시에도 자금이 몰려 다우지수도 25,000선을 넘었고, 나스닥도 7,700대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무역전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 투자 선호 심리는 더욱 강해진다. 미국으로의 자금 집중은 자칫 물가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연준이 기준금리를 높임으로써 인플레이션율을 억제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은 해외 자금 이탈 규모가 커지며 외환보유액이 4~5월 연속 감소했다. 3조 달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미 달러 자금이 이탈하면 금융시장의 불안과 함께 자금 조달비용 상승을 초래해 기업의 재무적 부담이 커진다. 최근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남미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함부로 이 자산을 내다팔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직접 굴복시킴으로써 교역 무대에서 패권을 공고히 할 수도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의존도는 18.9%에 달한다. 중국 전체 무역흑자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득보다는 실이 크다. 결국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상황에 몰릴 경우 교역 무대에서 힘의 균형은 미국으로 쏠리게 된다.  

 

미국으로서는 전 세계를 상대로 미국을 거스를 경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등 강력한 교역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경고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올해부터 내년으로 이어지는 일본·멕시코·캐나다 등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유리한 고지에서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일대일로·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치 등 유라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외연 확장에 나선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이들 협상에 한 발 걸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 물론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하고 세계 경제가 요동치면 미국도 충격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해득실을 따졌을 때 미국보다 중국이 잃을 것이 더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자신 있게 치킨게임을 벌이는 이유다. ​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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