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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아재와 오빠, 당신의 주말 스케줄이 '클라스'를 나눈다

나이나 외모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젊어지고픈 40대라면 전시를 즐기는 것부터

2019.03.04(Mon) 10:52:51

[비즈한국] ‘오빠’ 소리 듣기 좋아하는 40~50대가 많다. 20대는 평소에 자주 듣는 말이라 신경 쓰지 않는다. 30대도 종종 듣는다. 40대부터는 듣기 어렵다. 40대만 넘으면 어디 가서 오빠 소리 듣고 싶어 애쓰는 남자들이 많다. 파마하고 염색하고 옷도 세련되게 입는다. 명품 시계나 수입차도 탐내면서 잘나가는 오빠 코스프레 하려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걸로 오빠 소리 듣긴 글렀다. 아저씨가 애들 흉내 내는 걸로 보인다. 겉만 바꾸는 걸로는 안 된다. 흰머리 그득해도 오빠 소리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40대 이상이 아저씨 대신 오빠 소리 듣고 싶다면 전시를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 2일 개막해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리는 ‘2019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전’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BTS(방탄소년단)가 세계적 뮤지션이 되고 K팝의 아이콘이 되니까 여기저기서 BTS 타령하는 4050들이 보인다. 그들로선 BTS를 안다는 걸 티내고 싶어선지, ‘FAKE LOVE’나 ‘DNA’ ‘IDOL’ 같은 음악도 아는 체한다. 왜 BTS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지 어디서 읽은 걸 침이 마르도록 떠들며 강의까지 할 기세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게 대충 아는 사람, 주워들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BTS가 몇 명인지 물어보고 싶다. 

 

BTS를 알든 모르든,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고 안 듣고는 중요하지 않다. 나이와 상관없이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저씨들일수록 취향이 다양하지 않고 획일적이다. 아저씨들끼리 모여서 술 마시며 얘기하다 보면 레퍼토리도 비슷하고, 지난번에 했던 얘기가 다음번에도 나온다. 경험의 폭이 제한돼서다. 아저씨가 오빠 소리 듣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취향의 다양성이자 경험의 폭을 넓히는 일이다.

 

어쩌다 보니 지난 주말 세 군데 전시관을 연속으로 들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대고려’ 전시와 구슬모아당구장에서 하는 ‘굿즈모아마트’ 전시, 피크닉에서 하는 ‘재스퍼 모리슨’ 전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대고려’ 전은 입장 대기가 1시간 정도 걸리기도 했을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2030들을 비롯해 연령대가 다양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건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40대들이었다. 가족 나들이로 온 50대도 많고, 6070도 많았다. 

 

가장 시끄러운 건 40대였다. 가뜩이나 사람 많은 전시관에서 자녀에게 무슨 역사 수업 하듯 설명을 해준다. 그런데 설명의 수준이 지극히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가령 고려 유물 중 바다에서 건진 수장품들도 있었는데, 그 앞에선 신안 앞바다 보물섬 얘기며 어부가 그물로 걷어 올렸다는 등 뭔가 준비한 게 아니라 아는 거 대충 ‘썰’로 푸는 격이다. 저런 설명이 정말 학습에 도움이 될까 싶을 정도다. 친구 같은 아빠 코스프레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런 4050들이 꽤 많았다. 

 

굿즈모아마트로 갔더니 2030세대만 보였다. 재치 있고 유쾌한 굿즈와 개성적인 전시 기획을 소비하는 이들도 보편적으로 2030들이다. 사진=김용섭 제공


그런데 재스퍼 모리슨 전시로 갔더니 2030세대만 있었다. 전시를 보며 떠드는 사람 찾긴 어려웠다. 모더니즘 디자인을 다룬 영국 디자이너의 전시를 보는 건 디자인 전공자나 디자이너들만이 아니라 전시를 좋아하는 2030들의 보편적 선택이다. 굿즈모아마트로 갔더니 여기서도 2030만 보였다. 재치 있고 유쾌한 굿즈와 개성적인 전시 기획을 소비하는 이들도 보편적으로 2030들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전시와 공연을 일상적으로 보는 세대다. ‘재스퍼 모리슨’ 전시를 본 2030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구슬모아당구장에도 갔을 확률이 높다. 이들에겐 미술관과 전시관, 복합문화공간 등이 익숙하다. 기성세대 중에는 연중행사로나 가는 사람들이 있다. 먹고사느라고 그랬다는 핑계를 대지만, 그렇게 해서 엄청 부자가 된 것도 아니다. 

 

40대 이상이 아저씨 소리 대신 오빠 소리 듣고 싶다면 전시를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치나 돈 얘기, TV 본 얘기 외에도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주제가 풍부해야 하고, 문화 예술에 대한 경험치가 높아야만 “이 아저씨는 뭔가 다르다”는 소리를 듣고, 운 좋으면 오빠 소리도 들을 수 있지 않겠나.

 

얼마 전부터 ‘한옥 바(Bar)’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위스키와 칵테일, 바텐더가 있는 바가 한옥에 만들어진다는 것이 낯설어 보일 수 있겠지만, 요즘 한옥 바가 힙한 문화가 되었다. 광화문의 내자동, 서촌, 익선동 등에 한옥 바들이 생겨났는데, 사실 이 동네가 오래된 옛 한옥들이 있는 동네다. 오래되고 낡았지만 멋스러운 한옥이자 과거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오래된 한옥 안에 바를 만든 것인데, 이게 의외로 멋스럽게 잘 어울린다.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삼겹살에 소줏집만 데려가는 사람, 소맥 말아서 다 같이 원샷 하자고 분위기 조성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아무리 멋지게 꾸미고 입어도 아저씨다. 한옥 바 모습. 사진=김용섭 제공


바에서 술 마시는 문화가 유행이 된 지 조금 되었다. 그 유행의 연장선상에서 개성 있는 공간으로서 한옥 바가 새로운 유행이다. 이런 곳에선 먹고 죽자는 식으로 술 마시는 사람이 없다. 만취하는 이도 없다. 한두 잔 마시며 수다 떠는 게 전부다. 많이 마셔봤자 서너 잔을 넘어가지도 않는다. 술에 취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분위기에 취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삼겹살에 소줏집만 데려가는 사람, 소맥 말아서 다 같이 원샷 하자고 분위기 조성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아무리 멋지게 꾸미고 입어도 아저씨다. 2030들에게 오빠 소리 들을 수 있는 4050들은 오빠든 아저씨든 그런 호칭 따위에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할 뿐이다. 잘 보이려 애쓰지도, 안 어울리는 애들 옷 따라 입지도 않는다. 그게 힙하다. 힙해야만 진짜 오빠다. 외모가 아니라 에티튜드(태도)가 핵심이다. 

 

사실 4050들이 오빠 소리에 민감해지는 건 나이 먹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자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다. 회사에서도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서 나이는 중요한 기준이다 보니, 어떻게든 젊게 보이려 애쓰고, 염색하고 피부 관리 받고 뱃살 빼는 모습이 때론 안쓰럽기도 하다. 당당히 나이 들어감을 즐길 수 있는 이들이 많아지는 게 더 건강한 사회다. 하지만 어쩌랴, 현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젊어져야 한다. 

 

이왕 젊어지는 거 제대로 젊어지자. 외모뿐 아니라 취향과 생각까지 젊어지는 거다. 스타일은 입는 것만이 아니다.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즐기며, 무엇에 탐닉하느냐 모두가 스타일의 문제다. 진짜 멋쟁이는 옷만 잘 입는 게 아니라, 먹고 즐기고 탐하는 모든 것에서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줄 안다. 반대로 얘기하면 취향과 개성이 충만한 이들이 옷도 잘 입고, 생각도 젊고 세련되다. 

 

우린 지금 취향이 중요해진 시대를 살아간다. 취향이 곧 능력이자 경쟁력이다. 어딜 가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얘기하는지는 중요하다. 과연 당신은 지난 주말에 어딜 다녀오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의 ‘클라스’를 정해줄 것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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