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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온 게임은 왜 다들 '리니지'스러울까

도박심리 자극하는 리니지 구조 따라하기…전문가 "리니지 아류 벗어나는 게 과제"

2021.07.15(Thu) 14:50:38

[비즈한국] 올해 상반기 국내 게임 시장은 ‘리니지 라이크’로 요약된다. 리니지 라이크는 엔씨소프트의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의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BM)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게임들을 이르는 신조어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들이 마치 주술에 걸린 듯 리니지 아류에 빠져있다. 이를 벗어나는 게 국내 게임사의 과제”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을 평가할 때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비교하는 일이 잦다. 얼마 전 출시된 오딘도 여러 측면에서 리니지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

 

리니지 라이크를 이해하려면 리니지 시리즈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리니지의 기본 구조는 ‘전투’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게임에서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다. 기본적으로 유저 간 전투인 PK(플레이어 킬링, player Killing)도 가능하다. 스펙이 높은 캐릭터들끼리 모여 하나의 세력을 만들면 사냥터 필드에 등장하는 보스를 통제해 좋은 아이템을 독식할 수 있다. 공성전에서 승리하면 마을을 통제하고, 더 나아가 서버 전체까지 쥐락펴락할 수 있다. 

 

유저들은 강력한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한다. 리니지는 레벨과 아이템 외에도 캐릭터의 스펙을 올릴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을 도입했다. 변신·마법인형·숙련·문양·컬렉션 등 게임의 화폐로 이 시스템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수량이나 시간에 제한이 있다. 유저들은 이런 시스템에 필요한 재료를 현금으로 구입해 단기간에 빠르게 캐릭터의 스탯을 올릴 수 있다.

 

리니지는 대부분 시스템에 ‘컴플리트 가챠’​ 시스템을 적용한다. 컴플리트 가챠는 뽑기로 나온 결과물로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가령 변신 시스템에서 변신 카드 한 장을 뽑았다면 카드 자체로도 캐릭터의 스탯을 올릴 수 있다. 또 어떤 변신 카드를 모았느냐에 따라서 추가 스탯을 얻는 컬렉션 시스템도 있다. 결국 강해지고 싶다면 모든 변신 카드를 보유해야 한다. 


컴플리트 가챠는 기본적으로 뽑기다.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지금까지 쓴 돈은 의미가 없다. 돈을 가장 많이 쓴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리니지는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와 지금까지 쓴 돈을 포기하지 못하는 미련이 더해져 유저들이 계속해서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결과 리니지는 엔씨소프트를 먹여 살리고 있다. 모바일게임 리니지M은 2017년 6월 출시 직후 곧바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후속작 리니지2M가 2019년 11월에 나오면서 두 게임은 올해 상반기 신작들이 출시되기 전까지 매출 1~2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2021년 1분기 역시 전체 매출 5125억 원 중 리니지 시리즈가 차지하는 매출이 약 3999억 원에 달한다.

 

리니지M의 아이템 컬렉션 시스템. 아이템들을 모아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높은 능력치를 쌓거나 이 컬렉션을 모두 채우려면 현금 사용이 불가피하다. 사진=리니지M 게임 화면 캡처


그런데 최근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에서 ‘​리니지스러운’​ 면이 상당 부분 보인다. 엔씨소프트에서 출시한 ‘트릭스터M’은 리니지의 비즈니스 모델(BM)을 완전히 차용했다. 엔씨소프트는 트릭스터M에 원작에는 없었던 PK 시스템을 넣었다. 필드 보스 등으로 유저 간 이권 다툼을 유도했다. 리니지에서 보던 풍경이다. 

 

트릭스터M에서는 패션·펫·아카데미 등 이름만 바꿨을 뿐 리니지에서 캐릭터의 스펙을 올리는 변신·마법인형·컬렉션과 유사한 시스템이 있다. 이들을 뽑아내는 방식 역시 리니지와 동일한 컴플리트 가챠다. 대다수 게임 BJ들은 트릭스터M을 두고 ‘귀여운 리니지’라고 평가한다.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1위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 역시 리니지 라이크라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렵다. 이 게임은 카카오게임즈에서 내놓은 신작이다. 오딘에도 유저 간 이권 다툼을 해야 할, 그러기 위해서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할 요소들이 있다. PK 시스템을 열어둬 필드 보스를 잡아 좋은 아이템을 얻으려면 유저 간 다툼은 필수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BM 역시 아바타·탈 것·아이템 수집 등 리니지와 유사하다. 

 

구독자 약 30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중년게이머 김실장’은 “시스템 모두 리니지 시리즈와 유사하다. 오딘이 리니지를 안 따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참고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유사성이 너무 크다. 리니지류를 좋아하는 유저들이나 리니지를 하는 유저를 끌어오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리니지 BM을 모방한 듯한 게임들이 연달아 출시되자 엔씨소프트는 최근 한 게임사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는 “웹젠이 서비스 중인 ‘R2M’(2020년 8월 출시)에서 리니지M을 모방한 듯한 콘텐츠와 시스템을 확인했다. 관련 내용을 사내외 전문가들과 깊게 논의했고 당사의 핵심 IP(지식재산권)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이번 소송을 통해 게임 콘텐츠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저작권의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트릭스터M이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및 양대 앱마켓 인기 1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은 매출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모든 기업이 저마다 새로운 BM을 낼 수 있으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창조는 모방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벤치마킹 전략을 아예 피할 수는 없다. 현 시점에서 리니지 시리즈의 BM은 국내 게임사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게임사들이 모든 게임에 리니지 BM을 적용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릭스터M의 경우 출시 초기부터 무분별한 과금 전략을 펼쳤다. 리니지 시리즈에서 수년에 걸쳐 내놓은 캐시 아이템들을 트릭스터M은 한꺼번에 쏟아냈다. 버그도 많았다.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져 유저들의 불만이 컸다. 트릭스터M은 결국 초반 반짝 인기에 그쳤다.

 

앞서의 중년게이머 김실장 채널에서는 “오딘의 경우 게임이 기본적으로 주는 경험이 리니지와 유사하다. 다만 오딘은 과금에 대한 부담이 덜하고, 그래픽이 좋다 등의 평판 덕분에 현재 매출 1위를 유지하는 것”이라면서도 “오딘도 결국 스펙을 파는 게임이다. 그러나 오딘은 초반 좋은 이미지가 형성돼 리니지와 같은 과금 정책을 내놓기는 힘들 것 같다. 오딘이 매출 1위를 지켜내려면 리니지와는 다른 과금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사람들의 도박 심리를 자극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지난 수년간 리니지의 BM을 통해 입증됐다. 트릭스터M도 망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줬다. 국내 게임사들이 좋은 게임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겠다는 생각보다는 단시간에 돈을 벌겠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는 것 같다. 트릭스터M 사례는 우리나라 게임사의 비극을 단면으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메이저 게임사들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고, 기존 IP를 우려먹기보다 실패하더라도 소규모 예산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시장에서 게임 대부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게임사들은 새로운 점을 찾아내야 한다. 리니지 아류를 벗어나는 게 한국 게임사들의 과제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출시될 대부분의 게임들도 리니지 아류라는 평가를 피하긴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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