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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화려한 청사진 어디 가고…현대차 GBC 공사 지연에 상인·주민들 아우성

2019년 건축허가 받았지만 설계 변경 진행 중…주변 공사까지 잇달아 "걸어다니기도 어려운 상황"

2022.08.24(Wed) 10:42:44

[비즈한국] 서울 강남구 삼성역 사거리에는 빨간 글씨로 쓰인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현대 GBC 늑장 공사로 인한 주변 상인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7년간의 피해를 즉시 보상하라”, “거짓된 현대 GBC 건설 계획으로 지역상인을 말살시켜 온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즉시 해명, 사과하고 확실한 향후 계획을 제시하라” 등 상인들의 항의 내용이 적혀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GBC 건축 현장 주변에는 인근 상인들이 설치한 항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인근 상가 상인들로 구성된 현대미가상인회와 영동대로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축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예정된 것보다 공사가 늦어지고, 105층으로 계획했던 건물 높이를 줄이는 등 상인들과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현대미가상인회 소속의 상인 A 씨는 “계속 공사를 하느라 인근 상권만 피해를 보고 있다. 완공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사를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 이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국내 최대 규모 GBC 계획했지만 시작부터 삐끗

 

2015년부터 개발을 계획한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GBC는 당초 2023년 완공으로 계획했지만, 현재까지 설계변경안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15년 신사동의 옛 한전 부지(7만 4148㎡, 2만 2000평)를 매입해 115층 높이의 GBC를 건설해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의 GBC 건축을 적극 지원했다. 특히 서울시는 GBC가 강남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 GBC 조감도. 사진=서울시

 

2018년 기획재정부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대해 “행정절차 신속 처리 등을 통해 대규모 민간투자 프로젝트의 조기착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보통 건축허가에 3개월, 굴토 및 구조심의에 2개월,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에 3개월이 소요되는 인허가 처리 기간을 5개월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 GBC 사업 계획이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자 서울시에서 받아야 하는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정부가 나서 부지 개발을 적극 도왔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당초 건물 2개 동을 각각 62층과 115층으로 계획했지만, 일조영향과 경관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 각각 51층과 105층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인근 사찰 봉은사와 일부 주민이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빌딩 건축에 강하게 반대했다. 봉은사는 이 부지가 과거 봉은사 소유였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2019년 GBC​ 개발은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2020년부터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현대차에서는 건축비용 절감 등을 위해 설계변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 설계 중인 사안이다. 알려져 있는 ‘50층 3동’ 또는 ‘70층 2동’에서 50층 안이 유력하긴 하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삼성역 사거리 옛 한전 부지에 GBC를 건설하고 있다. 사진=전다현 기자

 

GBC 높이를 낮춘다는 소식에 강남구청이 반발했다. 2020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GBC 건립은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미래투자사업이자 미래 100년의 상징”이라며 “원안대로 건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설계변경안 허가는 서울시 권한이지만, 관할 자치구인 강남구와의 마찰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현대차가 지방선거 이후로 설계변경안 제출을 늦췄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정순균 전 강남구청장을 꺾고 국민의힘 소속 조성명 전 강남구의회 의원이 구청장으로 당선되면서 강남구의 기조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설계변경에 대해 강남구가 관여하는 구조가 아니다. 강남구에서 입장을 낼 것도 없다”고 말했다. 

 

공사 지연과 설계안 변경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현대차에서 설계안 변경을 곧 완료하더라도 서울시의 허가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 역시 2026년 완공 예정에 대해 “더 연장될지 현재로선 미정이다”고 밝혔다. ​


#삼성역 주변은 365일 공사 중…정작 피해는 시민들이 

 

현재 서울시는 GBC 건설에 맞춰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 동쪽 영동대로 지하에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을 연결하는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를 건설 중이다. 프랑스의 파리 16구와 같이 삼성역 일대를 복합 MICE(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 단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조감도. 사진=서울시

 

연이은 공사와 공기 지연에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공사가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경관과 상권을 해친다는 것이다. GBC 건설 현장 뒤편에는 다수의 상가가 있는데, ​상인들은 ​공사가 길어지면서 손님이 줄었다고 호소한다. 인근 상인 B 씨는 “공사가 계속되면서 사람도 점점 줄었다. 시에서는 (GBC 건설이) 일자리 창출도 하고 인근에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다고 홍보했는데, 상인들은 정반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주민 C 씨도 “언제까지 공사만 할지 모르겠다. 이 주변은 곳곳에 공사를 하고 있어 도보로 다니기도 어렵다. 건설 가림막도 높아 시야도 가린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인근에는 문을 닫은 상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역 인근 공사 안내문. 삼성역 사거리 곳곳에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도보로 다니기 어려운 구역이 많았다. 사진=전다현 기자


GBC 준공은 설계변경안 제출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지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과 상인들이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GBC 공사 진행에 대해 “서울시에서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알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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