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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포스트 MZ 세대는 알파가 아닌 '뉴그레이'

마케터들을 위한 시니어 탐구 리포트…초고령화 사회,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들

2022.12.21(Wed) 16:10:44

[비즈한국] 최근 몇 년간 기업 비즈니스 전반에서 가장 흔하게 다뤄진 용어는 ‘MZ 세대’다. MZ 세대에 대한 정의부터 이들의 생활양식 그리고 이들을 타깃으로 한 수 많은 비즈니스 전략까지 지겨울만치 쏟아졌다. 특정 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주목받는 건 늘 있어온 일이지만, MZ 세대 만큼 광범위한 연령층을 한꺼번에 묶어버린 적은 없었다. 그건 마치 세상 모든 사람의 성격을 4등분해버린 혈액형이나 8개의 영문자로 쪼개버린 MBTI 만큼이나 덧 없고 모호하다.

 

그 과정에서 MZ에 밀려난 시니어 세대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평균적으로 더 나은 경제력과 더 두터운 인구분포를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보통 나이가 들면 고집만 세져 잘 바꾸려 하지 않고, 관심은 온통 건강 뿐이며, 은퇴 후 과거를 추억하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러한가. 이 말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상당수 기업과 마케터들은 실제로 이들을 그렇게 취급해왔다.

 

 

‘뉴그레이:마케터들을 위한 시니어 탐구 리포트’

정지원·유지은·염선형, 미래의창

248쪽, 1만 7000원

 

이 책은 그러한 편견과 착각에 빠진 마케터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시니어에 대한 편견과 오해 그리고 나아가 이들에게 소홀할 경우 향후 비즈니스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시니어에 대한 고정관념은 뿌리가 깊다. (중략) 첫 번째 오해는 시니어를 병들고 가난한 노인으로 여기는 것이다. 시니어는 자주 환자와 혼동된다. 심지어 불우하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65세 이상 시니어 중 75%는 건강하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 25p

 

때론 이러한 편견이 우리가 젊은 시절 노후를 준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기업은 이로 인해 완전히 잘못된 사업적 판단을 내리게 한다. 근본적인 인식부터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시니어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상당량을 할애하고 있다. 애초 비즈니스가 시니어를 타깃으로 하든, 그렇지 않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분명 의도하지 않은 치명적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생긴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시니어가 가진 속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이 비즈니스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설득당했다면 후반부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우리의 비즈니스가 시니어를 움직일 수 있는 핵심인, 그들의 욕망에 대해 다루기 때문이다. 개성, 관계, 취향, 성장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엿본 시니어들의 욕망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그들에게 무지했고 무례했는가를 깨닫게 한다. 아울러 올바른 이해를 가지고 접근한 기업들이 어떻게 시니어의 마음을 움직였는지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구두보다 운동화나 단화가 좋아지는걸까? 신어도 발이 아프지 않고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구두가 없기 때문 아닐까? 등상복이나 골프복을 일상복처럼 입는 이유도 그것만큼 편안한 재킷이나 원피스, 또는 정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중략) 나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선택지들은 확연히 줄어든다.” - 138p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초고령화는 이제 변수가 아닌 확정적 상수다. 실버산업의 전도유망함에 대해 말하는 건 너무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책은 애당초 우리가 떠올리는 실버산업이라는게 얼마나 편협하며 이를 고민하는 것이 왜 결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지를 강조한다.

 

무엇보다 세상의 모든 소비자는 MZ가 아니며, 이제 시니어도 신경쓸 필요가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답이 보인다. 이미 시장의 중심은 시니어로 이동하고 있으며, MZ세대에 구애하는 것 조차 시니어를 간과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책은 강조한다. 이미 초고령화가 진행된 해외 사례가 이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이제 우리 차례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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